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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CC 1위 입지 ‘흔들’ 제주항공, 커머셜본부장 사임

“1분기 영업 실적 기대 못 미쳐”…인적 쇄신 나설까
일부선 “아시아나항공 출신 내정” 얘기도…“정해진 바 없어”

인천국제공항 제주항공 카운터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고경표 제주항공 커머셜본부장(미등기 이사)이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업계 안팎에선 10년 넘게 제주항공 마케팅과 영업 등의 업무를 맡아온 고경표 본부장이 회사를 떠난 것을 두고 “예상보다 부진한 영업 실적에 위기감을 느낀 제주항공이 인적 쇄신에 나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부에선 “지난해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하고 중장거리 노선 운항에 나선 티웨이항공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1위 자리를 지켜온 제주항공을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제주항공 측은 “커머셜본부장 인사와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고경표 커머셜본부장이 최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경표 전 본부장은 2009년 애경산업에서 제주항공 마케팅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마케팅과 영업 업무를 담당해왔다. 일본, 동남아 노선 등을 대상으로 초저가 마케팅을 성공시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제주항공 디지털영업실장을 지냈고 2022년 1월 커머셜본부장에 선임됐는데,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 측은 “고경표 본부장이 회사에 사표를 낸 것은 맞다”면서도 “회사를 떠난 구체적인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선 “고경표 전 본부장이 떠난 자리에 아시아나항공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 제주항공을 이끌고 있는 김이배 대표이사가 아시아나항공 출신이라, 자신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인사를 선임할 것이란 주장이다. 김이배 대표는 2020년 6월 제주항공 대표로 취임했으며, 올해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됐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열리는 제주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 향후 3년간 제주항공을 또 한 번 이끌게 된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측은 “아는 바가 없다”고만 했다. 제주항공 측은 “공석인 커머셜본부장 자리로 아시아나항공 출신이 올 것이란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아는데, 현재로선 후임자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진 제주항공]

제주항공 1분기 실적에 쏠린 눈

항공업계에선 고 본부장의 사임을 두고 “영업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의견이 많다. 제주항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제주항공 경영진이 올해 1분기 영업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경표 커머셜본부장이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는 얘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1분기 국적 LCC 중에 티웨이항공이 가장 영업을 잘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지난해 말 취항한 인천~시드니 노선이 대박을 터뜨렸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티웨이항공 측은 “시드니 노선이 실적 개선 요인인 것은 맞지만, 싱가포르 노선 취항, 중대형 항공기를 활용한 수요 대응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꾀한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중대형 항공기 A330-300 3대를 도입한 바 있다. 

물론 증권업계 등에선 올해 1분기 실적이 가장 좋은 국적 LCC는 제주항공일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중론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국적 LCC들이 1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주항공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10억원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보고서에서 진에어의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560억원, 티웨이항공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90억원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제주항공, 진에어(별도기준), 티웨이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523억원, 329억원, 283억원이다. 

그간 LCC 1위 자리를 지켜온 제주항공이 국적 LCC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 노선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 양국은 국제선 항공 여객에 대한 방역 규제를 사실상 해제하는 등 중국 노선 운항 확대를 꾀했는데, 중국 정부가 또다시 보복 조치를 감행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 허용 국가 명단에 40개국을 추가했으나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추진하며 이른바 ‘한미일 3각 공조’가 강화되고 있는데, 이에 반발한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 측은 중국 노선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그간 3개 노선에서 주 5회 운항해왔던 중국 노선을 26일부터 4개 노선, 주 16회로 증편할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규제로 운항이 어려웠던 중국 노선 운항 확대를 통해 항공 교통 이동 편의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하늘길을 순차적으로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 17개 중국 노선을 운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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