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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와인 수입사 vs 유통 공룡 3사…‘와인 쟁탈전’ 막이 올랐다

[‘우와’한 와인시장]① 판 커지는 와인시장, 경쟁도 치열
대기업 참전에 고심 커진 1세대 ...매출은 1000억원대 수준
업계 1위로 올라선 신세계L&B, 홀로 2000억원대 매출
유통 넘어 직접 생산, 수입까지 나서는 국내 대형 유통사

국내 와인 시장 규모가 2조원대까지 성장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국내 와인 시장 확장 기세에 1세대 와인 수입사가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고심이 커진 상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매출도 함께 상승하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2020년 8000억원대에서 2021년 1조5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2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 2조원에 달하는 일명 ‘황금시장’으로 커진 셈이다. 하지만 커진 규모만큼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 규모도 대기업화되면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전통 와인 수입사의 성장세는 더딘 상황이다.     

실제 1세대 와인 수입사로 통하는 빅3 매출액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먼저 금양인터내셔날은 2021년 매출액 1344억원, 지난해 1414억원을 기록했고 아영FBC는 2021년 1010억원, 지난해 1241억원을 나타냈다. 업계 4위 나라셀러는 2021년 883억원에서 지난해 1071억원으로, 첫 1000억원대 진입을 알렸다. 

매출 격차 커지는 1세대 와인 수입사 
반면 지난 2008년 신세계가 설립한 신세계 L&B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신세계 L&B는 그룹사인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연계 판매채널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 규모를 키워 2017년부터 기존 업계 1위를 기록하던 금양인터내셔날 매출을 앞질렀다. 2017년 당시 신세계L&B 매출액은 665억원, 금양인터내셔날은 652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신세계 L&B와 1세대 와인 수입사간 격차는 더욱 커졌다. 신세계 L&B는 2018년 936억원, 2019년 1072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하더니 2020년에는 1454억원, 2021년 1999억원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2063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년새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끌어올린 셈이다. 2017년 당시 신세계 L&B와 금양인터내셔날 매출 차이는 13억원이지만, 지난해는 649억원이 됐다. 

격차가 매해 벌어지는 상황에 1세대 와인 수입사의 몸값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를 선언했던 금양인터내셔날은 기존 기업가치 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에는 2000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또 IPO를 추진하고 있는 나라셀라는 지난해 기업가치 1000억원대로 평가받은데 그친데 이어, 현재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계속해서 상장 추진이 미뤄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대기업의 와인시장 진출로 금양인터내셔날과 나라셀라의 사업 계속성, 성장성 판단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와인 시장이 전체적으로 커진다고 해도 B2C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두 전통 와인 수입사의 경우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가 큰손이 나서는 와인시장 
서울 잠실에 오픈한 보틀벙커 1호점 모습. [사진 롯데마트]
여기에 지난 2021년부터 국내 유통 빅3 대기업까지 잇따라 와인 판매를 넘어 수입, 유통까지 직접 나서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먼저 와인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L&B 운영 외에도 2021년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국내 유통 대기업 중에서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와이너리 세이퍼 빈야드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나파밸리를 직접 방문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역시 롯데주류 운영 외에도 롯데마트 내 대형 와인숍인 보틀벙커를 열며 본격적인 와인 시장 진출을 알렸고,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3월 와인 법인 비노에이치를 설립하고 직접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갤러리아를 운영하는 한화도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세븐 스톤즈를 인수했다. 

과거 와인 수입사로부터 와인을 받아 판매만 하는 모습이 아닌, 직접 제품을 수입하고 더 나아가 와이너리를 인수해 직접 와인을 생산하면서 와인 시장판을 흔드는 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기업들의 그룹 오너가 직접 나서는 사업 중 하나가 와인 사업”이라며 “국내 2조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단독 상품을 유치하고 매장을 대규모로 키우는 등 와인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와인 시장 참전이 전통 와인 수입사 성장을 막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유통기업이 자사 관련 와인 제품만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기업이 와인숍 규모를 키우면, 1세대 와인 수입사의 제품을 더욱 많이 취급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L&B가 급성장한 것은 그룹사의 유통채널이 바탕이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유통사의 가장 큰 목표는 소비자를 더 이끌 수 있는 인기 제품을 더 많이 보유해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지닌 와인 수입사라면 그룹사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매출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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