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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아버지’ 배재규 “개인 투자, 최소 5년은 봐야…‘장기·분산투자’가 답” [이코노 인터뷰]

[운용사 지각변동] ③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인터뷰
취임 3년차, 순자산 2배↑…점유율 2위권 추격
'장기·분산·해외 투자' 원칙 강조…"투자비중 美주식 가져가야"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전체 펀드 시장에서 가장 성장 여력이 큰 ETF 시장에선 트렌드 순으로 테마형·해외형에 이어 자산배분 솔루션이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패시브 상품으로 액티브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데 주력해 전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올해 운용업계 3위 자리 탈환은 거뜬할 거로 생각합니다.”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 대표는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가진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서 근무하던 2000년대 초반 국내시장에 처음으로 ETF를 소개했다. 관련 제도가 전무했던 시기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증권제도과를 찾아 임종룡 과장(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태현 사무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설득해 ETF 탄생을 이끌어냈다.

배 대표는 한투운용에 합류한 지 올해로 3년 차를 맞았다. 배 대표 취임 이후 한투운용의 위상도 급격히 올라갔다.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 규모는 배 대표가 취임한 2022년 2월 3조5054억원에서 4월 30일 기준 8조4956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ETF 시장점유율은 4%대에서 6%대로 2%포인트(p)가량 끌어올렸다. ‘투톱’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뒤처지지 않는 상품 라인업을 꾸려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배 대표는 자산배분 상품과 ETF 상품으로 비즈니스 포커스를 변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확실하게 상승할 수 있는 한 종목을 알더라도 오래 버틸 수 없어요. 변동성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죠. 주식과 채권을 적절하게 섞고 자산 배분을 해야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으로는 성공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거죠.”

ETF 포트폴리오에 집중한 결과 순자산 1조원인 ETF도 생겼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순자산은 한투운용 ACE ETF 중 처음으로 순자산 1조원을 넘었다. 이 ETF는 지난 2023년 3월 상장한 미국 장기채권 투자 상품으로 국내 최초 현물형 월배당 상품이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인터뷰 도중 화이트보드에 그래프를 그리면서 자산운용사 사업을 ‘상품 개발-운용-마케팅’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결국은 고객이 돈 버는 게 최후 과제”


배 대표는 또 자산운용사 사업을 ‘상품 개발-운용-마케팅’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요약하고, 이 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과거 액티브 펀드가 인기를 끌던 시절엔 ‘운용’ 부문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어요. 펀드 수익이 잘 나온다면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죠. 다만 시장이 패시브 펀드, ETF로 넘어가면서 운용 부문보다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이 이젠 훨씬 더 중요해졌어요.”

배 대표는 앞으로의 비전도 강조했다. 과거 1등을 하던 회사고, 그 경험이 있으니 사업 모델만 잘 갖추면 이름에 걸맞은 명가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회사 보다 고객이 수익을 내는 방식을 유지하면 점유율은 따라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 보면 운용사 1위 자리가 목표죠. 다만 자산운용사의 수익원은 운용자산(AUM)이지만 고객과의 신뢰 쌓기가 중요하고 합리적인 방법이 통해야 합니다. 현재는 과거의 모습으로 투영된 거고 미래는 우리의 현재가 투영된 겁니다. 하루 아침에 성과가 나올 수는 없습니다. 최소 3년 이후에는 한투운용의 폭발적인 성과가 그려질거라고 봅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배 대표는 투자 섹터로 ‘반도체’를 꼽았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높아질겁니다. 반도체 산업은 챗GPT 이후 AI 시대 도래에 따라 또 한번 큰 도약기를 앞두고 있어요. AI가 필요한 산업이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산업에 AI를 활용한다면 지금이 시작점이라고 보는 이유죠.”

배 대표는 또 투자자들에게 ‘장기·분산·해외 투자’ 원칙을 강조했다. “단기간의 투자 성과만 보면 안됩니다. 단기투자는 운이 좋으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니죠. 과거 ETF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직접 미국 시장의 변화 등을 보고 이를 배워 실천했어요. 직접 느낀 바로 투자 비중은 미국을 주축으로 대부분 가져가야 합니다. 미국 주식을 주축으로하고, 이 외에 한국과 일본 등의 주식도 넣어야 합니다.”

ETF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배 대표는 이제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게 해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한투운용 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자산을 증식하는 것, 고객 가치를 늘려주는 게 목표입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하다 보면 선두주자들보다 앞에 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자산을 불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은 자산운용사의 사명이자 기쁨입니다. 투자는 결국 미래의 우리 가족을 위한 것입니다. 즉, 미래 특정 시점에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양보하는 행위죠. 적어도 5년,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장기 전망이 좋은 것을 분할해서 사야 미래 투자에 성공할겁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진행에 앞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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