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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이 극찬한 해창막걸리…다음 목표는 증류주[이코노 인터뷰]

오병인 해창주조 대표 창간특집 인터뷰
6·9·12·15·18도 막걸리로 폭발적 인기
없어서 못 파는 ‘11만원 막걸리‘…뭐가 다르길래
찹쌀 넣고 감미료 빼고…‘찾아오는 주조장’ 만들다

오병인 해창주조 대표.[사진 신인섭 기자]
[해남=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막걸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우리만의 전통주다. 4~6도 정도의 비교적 저도수이면서도 달달한 맛과 함께 톡 쏘는 청량감도 느낄 수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한 두잔 정도는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다. 또한 다른 주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음식점, 가정집 등에서 소주, 맥주와 함께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걸리의 도수가 10도를 훌쩍 넘긴다면, 가격대가 1만원대 이상이라면 지금과 같은 국민 술이 될 수 있었을까. 흥미로운 점은 이 공식을 모두 깨고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막걸리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막걸리 좀 먹는다고 알려진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이 막걸리’는 명품으로 통하며 없어서 못 먹는 술이다. 주인공은 바로 ‘해창막걸리’다. 

지금의 해창막걸리를 만든 오병인 해창주조 대표는 과거 도시가스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워낙 막걸리를 좋아하던 그는 전국을 여행하다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현재의 주조장(해창주조장)을 우연히 방문한 뒤 아예 주조장을 인수했다. 이후 막걸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막걸리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해창막걸리, 무엇이 다르길래

“해창막걸리를 먹어본 사람은 세 번 놀란다. 첫 번째는 비싼 가격, 두 번째는 맛, 세 번째는 이 비싼 막걸리를 또 구매하는 나를 보면서다.”
해창막걸리 18도 제품 이미지.[사진 데일리샷 화면 캡처]

해창막걸리 12도 제품 이미지.[사진 해창주조]
해창막걸리를 먹어본 이들이 우스개처럼 하는 얘기다. 해창막걸리는 6도, 9도, 12도, 15도, 18도 등 다양한 도수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가격은(해창주조 홈페이지 및 온라인 사이트 기준) 6도가 5000원, 9도가 8000원, 12도가 1만2000원, 15도가 5만5000원이다. 일명 ‘막걸리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18도 막걸리는 웬만한 소주보다 도수가 높고 가격도 무려 11만원이다. 해창막걸리가 유명해진 것도 이 가격 때문이다. 

6도와 9도, 12도 상품은 연중 배송 구매가 가능하지만 18도 상품은 1년 중 설과 추석, ‘가정의 달’인 5월에만 예약 판매를 하기 때문에 구하기도 쉽지 않다. 판매 개시 후 무조건 당일 매진된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18도 막걸리를 직접 구하기 위해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주조장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해창막걸리는 기본적으로 고두밥(고들고들하게 지어진 된밥)을 찐 후 식힌 다음, 물과 누룩을 첨가해 적정 온도에 맞춰 일주일간 발효를 진행한다. 이후에는 더 낮은 온도에서 일주일 정도 발효를 거치면 술이 완성된다. 이게 기본적으로 12도 막걸리다. 여기에 물을 넣으면 9도, 6도로 도수가 내려가고, 더 긴 시간 발효 과정을 거치면 도수가 높은 막걸리가 탄생한다. 18도 막걸리 한 병은 약 두 달 정도의 발효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보니 한 번에 대량 생산이 어렵다.  
막걸리를 빚기 위해 유기농 순찹쌀로 고두밥이 지어지고 있다.[사진 신인섭 기자]

오병인 해창주조 대표.[사진 신인섭 기자]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당연히 가치는 뛴다. 다만 그동안 비교적 저렴한 막걸리 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라면 최대 10만원대인 해창막걸리 가격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대해 오병인 대표는 “이제 막걸리도 제값을 받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의 국력을 감안하면 제값 주고 제대로 된 걸 마셔야지 언제까지 1달러도 되지 않는 술을 마실 건가”라며 “이제 우리도 막걸리에 대한 인식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에는 약 600개 정도의 막걸리 양조장이 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대부분 서민들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표가 붙은 술을 만든다. 해창막걸리만큼은 한국의 자존심을 건 국제적 위상의 술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오 대표의 바람이다.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와인은 몇천, 몇백만원짜리 가격대 제품으로 판매된다. 또 국내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몇십만원짜리 와인을 큰 거부감 없이 구매한다. 그만큼 와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오 대표는 결국 우리의 전통술인 막걸리도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해창막걸리는 기존 막걸리와 ‘무엇’이 다를까. 일단 일반적인 막걸리 제조 과정은 간단하다. 쌀 등의 전분질 재료를 누룩(술 발효제)으로 발효시켜 만든다. 누구나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대용량의 재료를 발효시키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맛있는’ 막걸리를 만드는 노하우도 필요하다. 

오 대표가 해창만의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핵심 재료는 ‘찹쌀’이다. 찹쌀은 쌀보다 더 걸쭉하고 발효될수록 단맛을 낸다. 많은 막걸리 업체들이 단맛을 내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쓰지만 오 대표는 대신 찹쌀로 맛을 내고 있다. 오 대표는 “인공감미료 없이 맛있는 식감을 만들기 위해 여러 재료를 써봤다”며 “아무리 좋은 쌀을 가져다 써도 맛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찹쌀은 자연 식감에 단맛까지 낼 수 있어 막걸리를 만드는 데 최적의 재료라고 생각했다”며 “또 찹쌀 자체가 방부제 역할을 해서 막걸리 보존력도 길다”고 말했다. 결국 최고의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 재료를 찾으려 노력했고 그 결실을 맛본 셈이다.

해창막걸리가 ‘막걸리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 대표는 롤스로이스라는 별칭에 대해 “해창막걸리가 최고라는 상징”이라며 “모두가 알다시피 롤스로이스는 전 세계 최고의 고품질 자동차로 평가받지 않느냐”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해창막걸리 병에는 1920년대 출시된 초창기 롤스로이스 모델이 그려져 있다. 해창주조장은 오 대표가 인수하기 한참 전인 1927년에 설립됐다. 같은 1920년대에 만들어진 최고의 명품이란 뜻에서 롤스로이스 모델을 새겨 넣었다. 

특히 술과 관련된 오 대표의 인생 철학은 “이왕 먹는 술, 좋은 술을 먹자”다. 그는 “술을 안 먹고 스트레스 받으면 10년 살 것을 5년밖에 못 살지만 술을 먹고 스트레스라도 덜 받으면 8년을 살 수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세상을 살다보면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가 없는데 이때 우리가 이를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술을 마시는 것”이라며 “이왕이면 고품질의 술을 즐기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다음 목표는 증류주...시장 규모 1조 만든다

해창주조장 작업 사무실 한 쪽 벽면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만화가 허영만씨 등이 이곳을 방문한 후 기념글을 남겨놨다. 뿐만 아니라 경찰청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행정안전부 장관, 유명 한의사와 유튜버까지 방문해 해창막걸리에 대한 예찬을 적어놨다.

특히 해창막걸리는 정용진 회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창막걸리 인증샷’을 올려 더욱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정 회장은 해창막걸리에 대해 ‘자신의 인생 막걸리’라고 표현했다. 오 대표는 “정용진 회장님은 지금도 가끔 술과 관련된 내용을 저에게 문자로 보내주곤 한다”면서 “주요 재계 회장들의 사모님들도 이곳을 많이 찾으신다”고 귀띔했다.  

벽면에 해창주조장을 다녀간 유명인들의 사인이 붙어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해창주조를 방문한 뒤 남긴 기념글.[사진 김정훈 기자]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오 대표가 연고도 없는 전남 해남에서 주조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우연히 이 근처로 여행을 왔다가 이 주조장을 알게 됐고 인수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이 주조장은 1927년부터 운영된 곳으로 제가 2008년 인수했다”며 “과거 주조장을 운영하던 어르신이 연세도 있고 (운영도)잘 안되다 보니 술에 관심이 있는 저에게 인수를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 아내와 둘이서 주조장을 운영해왔던 오 대표는 현재 총 12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연 매출은 100억원 정도다. 해창주조장에서 직접 막걸리를 생산하고 전국으로 배송하는 것이 직원들의 주 업무다. 연 막걸리 생산량은 오 대표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때그때 생산량을 다르게 가져가기 때문이다. 

해창막걸리가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비하면 12명의 직원 수는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이는 오 대표가 무리해서 생산을 늘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일부 업체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자기들이 생산량을 늘려주겠다’는 협업 제안을 해오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무리한 생산량 증가는 결국 관리가 안돼 맛을 해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지금은 막걸리 생산을 늘릴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오 대표는 “직원들을 위해 오후 4시면 모두 퇴근시키고 있다”며 “직원 수가 12명인 것치고는 현재 생산량이 적지 않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 대표는 본인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주조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주구장창 사무실에 앉아 있는 건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 훗카이도에 가서 양고기를 구워 먹든, 참치회를 먹든, 자꾸 돌아다녀야 이상적인 사업 철학도 정립되고 여러모로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없어도 주조장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해창막걸리를 성공시킨 오 대표의 다음 목표는 증류주 출시다. 그는 25도, 35도, 45도, 60도, 82도 등 총 다섯 가지 종류의 증류주 출시를 계획 중이다. 현재 출시 허가 절차를 밟고 있고 생산에 필요한 공장도 마련해 가동 중이다. 오 대표는 “대량 생산까지는 아니고 허가에 필요한 정도로만 증류주를 생산 중”이라며 “출시될 증류주의 이름은 팔만대장경에서 이름을 따 대장경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증류주에 비해 자신이 만들고 있는 술의 품질이 훨씬 좋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중국 술은 옥수수, 조, 쌀 등 잡곡으로 만들지만 우리는 유기농 찹쌀로 만들어 훨씬 고품질”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곧 출시할 증류주도 해창막걸리 18도처럼 고가의 가격대를 책정할 계획이다. 

국내 증류주 시장 규모는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소주(약 2조3500억원)나 막걸리(약 5000억원) 등 다른 주류시장에 비하면 아직 규모가 작다. 이와 관련 오 대표는 대장경 출시 후 국내 증류주 시장 규모가 1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우리가 8000억~9000억원 매출을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장경 출시 후 증류주 시장 파이가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있고 자신도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한 오 대표는 증류주가 막걸리와 달리 해외 시장 진출이 더 수월하다고 강조했다. 막걸리의 경우 유통기한 문제로 해외 구매자들이 구입하기에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하지만 증류주는 유통기한이 없고 보관 온도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 대표는 “직접 만든 증류주로 가깝게는 중국이나 대만, 싱가포르, 홍콩, 일본시장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라며 “향후 시장 안착에 성공하면 유럽이나 미국 등을 목표로 위스키 사업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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