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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메모리 봄’…‘1Q 영업익’ 삼성전자 DS 1.9조·SK하닉 2.9조 의미 [수(數)크릿]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점유율, D램 77.3%·낸드 58.2%…세계 시장 주도
감산 효과와 AI 수요 증가 맞물려 가격 상승…‘역대급 불황’ 끝나고 반등 시작

수는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단어입니다. 유행·변화·상태·특성 등 다소 모호한 개념에도 숫자가 붙으면 명확해지곤 하죠. 의사결정권자들이 수치를 자주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 역시 성과·전략 따위를 수의 단위로 얘기합니다. 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 높은 정밀성은 물론 다양성도 갖춰가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다양한 수치 중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꼽아 연재합니다. 수(數)에 감춰진 비밀(Secret), 매주 수요일 오전 뵙겠습니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1Tb(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9세대 V낸드’ 제품 이미지.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evice Solutions·DS) 부문의 2024년 1분기 영업이익 1조9100억원. SK하이닉스의 2024년 1분기 영업이익 2조8860억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봄이 찾아왔다’라는 표현을 최근 자주 접하셨으리라고 생각되는데요. 상투적인 말이지만, 국내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의 현재 상황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는 표현도 찾기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두 기업이 올해 1분기에 기록한 실적은 최근 1년 넘게 이어진 역대급 반도체 시장 불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 중이라는 점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뉩니다. 정보를 저장하는 데 필수적인 제품이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45.5%로 집계됐죠. 이 기간 SK하이닉스는 31.8%를 차지했고요. D램의 77.3%를 한국 기업이 담당하는 셈입니다.

낸드 시장 역시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58.2%로 높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2023년 4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은 36.6%로 나타났고, SK하이닉스는 21.6%로 집계됐죠.

길었던 메모리 시장 불황

메모리 반도체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요.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규모가 전년 대비 65% 증가한 855억4900만 달러(약 118조5710억원)를 기록하리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AI 영역에서 특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이 시장 성장을 이끌리라는 분석입니다.

AI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메모리 시장 상황도 좋아지고 있지만, 이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2023년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죠. 실제로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제품(DDR4 8Gb) 고정 거래가격(반도체 회사가 대형 고객사에 납품할 때 가격)은 2021년 7월 4.1달러에서 내내 하락해 2023년 9월에는 1.3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낸드 가격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는데요.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고정 거래가격은 2022년 1월 4.81달러에서 지속 하락해 2023년 9월에는 3.82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주요 제품의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는데요. 삼성전자 DS부문은 2023년 내내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2.4% 감소한 66조5945억원을 써냈고, 14조8795억원에 달하는 연간 적자를 올렸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적자 행보를 보였는데요. 2022년 4분기에 매출은 7조6720억원, 영업손실은 1조898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연간 기준으론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을 각각 기록했고요.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한 AI용 메모리 신제품 ‘HBM3E’ 제품 이미지. [사진 SK하이닉스]

감산 효과와 맞물린 AI 수요 증가

상황이 이래지자, 양사는 급기야 ‘감산’이란 카드를 꺼내 듭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10월 감산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월 “인위적 감산은 없다”라는 원칙을 깨고 생산량 조절을 공식화했죠.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생산량의 약 15% 안팎 줄였고, 하반기엔 감산량을 30% 내외로 늘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선 양사가 최근까지도 D램은 25%, 낸드는 45% 수준의 감산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죠.

감산의 효과는 지난해 3분기부터 나타났는데요. AI 서비스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감산 효과가 맞물리면서 따라 제품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D램 범용제품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1.3달러에서 같은 해 10월 1.5달러로 15.38% 올랐습니다. 2년 3개월 만에 나온 반등 소식이었는데요. D램 범용제품의 고정 거래가격은 올해 3월 1.8달러를 기록하며 보합세에 접어들었지만,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입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 고정 거래가격 역시 2023년 9월에서 3.82달러로 바닥을 찍고 2024년 3월 4.9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가격 반등은 삼성전자 DS 부문·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 흑자 전환을 이룬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2024년 1분기에 구체적으로 매출 23조1400억원, 영업이익 1조91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회사 측은 “메모리는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감으로 전반적인 구매 수요가 강세를 보였다”며 “2023년 4분기에 이어 DDR5(Double Data Rate 5) 및 고용량 SSD(Solid State Drive) 수요 강세가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4나노 공정 수율을 안정화하고 주요 고객사 중심으로 제품 생산을 크게 확대했으며 단 공정 경쟁력 향상으로 역대 1분기 최대 수주실적 기록을 달성했다”고도 했죠. ▲HBM(High Bandwidth Memory) ▲DDR5 ▲서버SSD ▲UFS4.0(Universal Flash Storage 4.0)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대응한 점도 흑자 전환의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지만, 비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LSI를 통해 연산·논리·추론·정보처리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구조죠. 회사는 비메모리 사업 영역에 대해선 “주요 고객사 신제품용 시스템온칩(SoC·CPU와 GPU 등 다양한 기능을 한 번에 처리하는 칩)·센서 등 부품 공급은 증가했으나, 패널 수요 둔화에 따른 DDI(Display Driver IC) 판매 감소로 실적 개선은 예상 대비 둔화됐다”고 전했습니다. 파운드리 영역에 대해선 “주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매출 개선은 지연되었으나 효율적 팹(FAB) 운영을 통해 적자 폭은 소폭 축소됐다”고 설명했고요.

삼성전자가 메모리·비메모리·파운드리 등 반도체 산업 분야에 모두 진출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영역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라 올해 1분기에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각각 기록했는데요. 이번 매출은 역대 1분기 실적 중 최대치입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을 이뤘고,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734%나 증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 측은 “장기간 지속돼 온 다운 턴(하강국면)에서 벗어나 완연한 실적 반등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며 “HBM 등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향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라고 전했습니다. 낸드 사업에 대해선 “프리미엄 제품인 eSSD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평균판매단가(ASP·Average Selling Price)가 상승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해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해 충청북도 청주시에 D램 생산기지로 건설할 신규 팹(Fab) M15X 조감도. [사진 SK하이닉스]

메모리 시장, 전망은?

양사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이 한동안 유지되리라고 전망했는데요. AI 관련 수요는 물론 일반 제품에 대한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시장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리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생성형 AI 수요 대응을 위해 HBM3E 8단 양산을 4월에 시작했고 12단 제품도 2분기 내 양산할 계획”이라며 “1b나노 32Gb(기가비트) DDR5 기반 128GB(기가바이트) 제품의 2분기 양산 및 고객 출하를 통해 서버 시장 내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낸드와 관련해선 “2분기 중 초고용량 64TB SSD 개발 및 샘플 제공을 통해 AI용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업계 최초로 V9 양산을 개시해 기술 리더십 또한 제고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고요.

SK하이닉스도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HBM3E 공급을 늘리고 고객층을 확대할 것”이라며 “10나노 5세대(1b) 기반 32Gb DDR5 제품을 연내 출시해 회사가 강세를 이어온 고용량 서버 D램 시장 주도권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낸드 부문에 대해선 “실적 개선 추세를 지속하기 위해 제품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성능 16채널 eSSD와 함께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QLC(Quadruple Level Cell·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기술) 기반 고용량 eSSD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AI향 PC에 들어가는 PCIe 5세대 cSSD를 적기에 출시해 최적화된 제품군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긋지긋한 반도체 불황을 드디어 탈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수혜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요? 양사 모두 “AI 확산에 따라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아 전망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동작 속도 10.7Gbps의 LPDDR5X D램 제품 이미지.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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