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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색채’ 지우는 라인야후…이사진서 한국인 빼고 ‘기술 독립’ 선언

이데자와 라인야후 CEO “네이버와 위탁 관계 순차 종료”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변경 강하게 요청…기술 독립”
최수연 대표가 언급한 ‘기술적 파트너’도 부정한 라인

라인과 야후재팬 로고.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라인야후가 ‘네이버 색채 지우기’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한 데 따라 선 긋기에 본격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라인야후는 8일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실적 발표 설명회를 통해 네이버에 위탁하고 있는 기술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또 라인야후 이사회 내 유일한 한국인인 신중호 대표이사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CPO 직위는 유지됐지만, 이사회가 전원 일본인으로 꾸려지게 됐다. 네이버 출신인 신 CPO가 이사회에서 빠지면서 다양한 경영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 CPO는 NHN 재팬 시절부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과 사업을 주도하며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 인물이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사장)는 더욱이 이날 실적 발표 설명회에서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라인야후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취하는 형태로 변화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 [사진 라인]

라인야후가 이같이 네이버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인 데엔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라인야후는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과 검색 서비스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회사다. 국내로 비유하자면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합친 구조다. 2019년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 야후재팬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라인야후의 대주주는 지분 64.5%를 보유한 A홀딩스다.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하고 있다. 라인야후가 지금도 네이버의 관계사로 불리는 배경이다.

문제는 일본 총무성이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결별’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11월 라인에서 약 51만9000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네이버 협력사 PC에 심겨 있던 악성코드가 클라우드 서버를 타고 라인 시스템에 접근해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총무성은 이에 지난 3월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리고 ‘네이버의 관리 미흡’을 지적했다. 라인야후는 이에 따라 지난 4월 1월 재발 방지 및 개선 보고서 제출했다.

업계에선 일본 총무성이 개선 보고서를 받아본 뒤에도 재차 행정지도를 내렸다는 점에 특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보고서 내용이 불충분하다며 두 번째 행정지도를 내리고,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일본 총무성이 같은 사안에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네이버가 지닌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라고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사장)는 이 사안과 관련 “아직 입장 정리가 안됐다”라면서도 “라인에 대한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난 3일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대해선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문제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장이 정리되는 시점에 다시 명확히 발표할 것”이고도 덧붙였다.

최 대표는 또 “A홀딩스와 라인야후에 대해 네이버는 주주와 기술적인 파트너의 입장”이라면서도 “긴밀한 사업적 협력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방향성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 없지만 기술적 파트너로 제공했던 인프라 제공은 이번 행정지도로 인해 분리해서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성이 나왔다”며 “인프라 매출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데자와 라인야후 CEO는 ‘네이버와 위탁 관계 종료’와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공식화하며 최 대표가 언급한 ‘기술적 파트너’에도 선을 그은 모습이다.

이번 사태로 네이버의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된다면, 향후 글로벌 사업 확정 전략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는 관계사 라인야후가 운영 중인 ‘라인’을 통해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사업 외연을 확장 중이기 때문이다.

라인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일본 9600만명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을 기록하고 있다. 월마다 108개국에서 약 2억명이 접속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라인은 한국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톡 정도의 위상을 동남아 지억에서 구축한 앱인 셈이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콘텐츠·커머스·금융 등으로 넓힌 것처럼, 네이버도 라인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순차 확장 중이다.

한편, 라인야후 이사진에서 신 CPO와 함께 오케타니 타쿠 최고전략책임자(CSO)도 퇴임했다. 기존 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3명 구조에서 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 체제로 전환됐다.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카와베 켄타로 대표이사 회장과 이데자와 다케시 대표이사 CEO는 사내이사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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