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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친환경차 부진...“그래도 대안은 있다”

[전기차 캐즘]③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PHEV가 대안 제시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사진은 전기차를 충전 중인 모습. [사진]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올해 자동차 업계가 심상치 않다. 특히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친환경자동차 판매가 매우 부진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전기차(EV)다. 전기차의 지난 1분기 국내 등록 대수는 2만5550대로 전년 대비 25.3%나 줄었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그동안 1분기 기준으로만 비교하면 2020년 1만763대, 2021년 1만3273대, 2022년 2만7853대, 2023년 3만4186대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반대로 하이브리드차(HEV)의 수요는 올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분기 하이브리드차는 9만9832대가 국내에서 새롭게 등록됐다. 이는 전년 대비 46.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가솔린(휘발유)차는 18.7%로 감소했고, 디젤(경유)은 55.7%로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기차 신규 수요는 25% 넘게 줄었다. 기타 연료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7% 줄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현상이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것일까. 국외로 눈을 돌려보자. 최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지난 1분기 유럽 시장 판매 실적은 27만8432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 감소한 것이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유럽 판매량은 13만528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지만, 기아 판매량이 14만315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줄었다. 이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도 지난 2023년 1분기와 비교해 0.5% 줄어든 8.2%로 나타났다. 유럽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것도 아니다. 지난 1분기 유럽 자동차 판매는 339만5049대로, 작년 동기 대비 4.9% 성장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기아가 고전한 이유는 전기차 성장 속도가 둔화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기아가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순수 내연기관차 설 자리 계속 잃어갈 것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국내 사례를 예로 들어보면 하이브리드차의 고객 인도 기간은 다른 연료 모델보다 현저히 길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아반떼 1.6 가솔린차는 4개월만 기다리면 차량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12개월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 쏘나타와 싼타페는 가솔린차 대비 하이브리드차의 대기 기간이 5개월 이상 길다. 같은 기간 기아 쏘렌토 가솔린·디젤 모델의 인도 기간은 1.5개월이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의 대기 기간은 7∼8개월로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순수 내연기관차는 설 자리를 계속 잃어갈 것이다. 자동차의 평균 수명은 대부분 10년 정도다. 올해 출시된 자동차는 대부분 오는 2035년까지 도로 위에서 운행된다는 얘기다. 매년 강화되는 배출가스 기준에 따라 도심 운행은 제한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차의 중고 가격도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전기차였다. 문제는 대안으로 정부와 자동차 제작사가 제시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것이다. 매년 우상향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던 전기차 판매가 작년부터 주춤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하락세가 이어진다. 제조사의 노력에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혼란스럽다. 유럽과 미국은 중국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친환경 차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으려 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방어에 나섰고, 유럽도 유럽형 IRA로 중국 전기차가 활개 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물론 각종 규제에도 중국의 가전업체 샤오미가 놀라운 성능의 전기차를 선보여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과 유럽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전기차 판매에 당분간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각국의 친환경 차 보급 정책 변화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원인이 전기차 시장을 위축하게 만든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더불어 매년 줄어드는 구입 보조금도 그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매해 인상되는 전기 충전 요금도 소비자들은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가격이 높은 전기차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하이브리드차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전기차의 대안은 하이브리드차가 될 것이다. 문제는 유럽 등에서 매년 강화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다. 현재 추세라면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81g/km가 되는 2025년부터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 차로 분류되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전기차 시장이 다시 안정화될 때까지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차 역할을 야무지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것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다. 매일 충전하며 합리적으로 차량을 운행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6g/km 수준까지 저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필자는_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이다. 인하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고체 및 생산공학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전문위원·고등법원 자동차 관련 감정위원·전기차 사업발굴위원회 전문위원·전기차 안전성 평가위원회 기획위원·자동차보험 정비협의회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공익위원·한국 자동차 환경연합한국자동차환경연합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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