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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낙관론은 毒!

섣부른 낙관론은 毒!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 1년이 돼가는 시점에 국가별로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되면서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마감하고 소폭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반면 미국,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등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약하나마 회복세로 돌아선 나라의 공통점은 정부가 신속하게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내수를 진작한 것이다. 한국, 독일, 프랑스는 특히 오래된 차를 새 차로 바꾸는 데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깎아 주는 방식으로 미래의 소비를 앞당겼다. 내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자동차 등 제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곳이 유리했다.

그러나 금융산업 비중이 유럽에서 가장 큰 영국은 여태 충격에 빠져 있다. 금융서비스로는 내수를 자극하는 데 한계가 있고 국제 금융시장도 완전한 회복 단계가 아니라서 그렇다. 제조업의 기반이 약해진 이탈리아도 회복이 더디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재정을 투입한 국가로는 한국과 중국이 꼽힌다.

한국은 올 4월 사상 최대인 28조4000억원 규모의 수퍼추경을 짰다. 집행에서도 속도전을 벌여 상반기에 65%를 썼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4조 위안 규모의 재정부양책 발표와 동시에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도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43조 엔을 투입했다. 이와는 달리 러시아는 올 초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도 질척거리다 5~6월이 돼서야 돈을 풀기 시작했다.

부처 간 역학관계가 복잡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느려터진 탓이다. 그 결과 지난해 6%였던 성장률이 올 2분기 -10.9%로 추락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로 돌아선 데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의 덕이 컸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면서 수요가 빨리 늘어나자 한국의 수출이 걱정한 만큼 위축되지 않았다.

반면 중국 시장 덕을 보지 못한 데다 소비의 국내총생산(GDP) 의존도가 70%로 큰 미국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다. 침체의 상처가 깊은 미국인들이 좀처럼 과거의 소비 행태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의 소비자’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의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너무 빨리 걷히는 것 같다. 한국갤럽이 세계 주요국 여론조사기관 모임 WIN과 함께 지난 6월 조사한 결과 3개월 뒤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비율은 27%. 지난해 말 이 비율은 70%였다. 반 년 새 43%포인트가 줄었는데, 감소폭이 비교 가능한 17개국 중 가장 크다.

한국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빨리 회복되고 있다지만,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 올리는 데 러시아의 기술에 의존하면서 7차례나 발사를 연기해야만 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지금 마라톤을 해도 될 만큼 체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단거리 경주에서 반짝 기록이 나왔다고 자만해 훈련을 게을리하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이후 박태환의 사진을 붙여놓고 연습한 중국 수영선수 장린은 지난 7월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정작 훈련을 소홀히 한 박태환은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섣부른 낙관론이 신중한 비관론보다 위험하다.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일부 지표 호전, 고환율 효과에 따른 수출 대기업의 깜짝 실적, 과잉 유동성이 빚는 주식·부동산 시장의 열기에 빠져 긴장을 풀었다간 언제 누구에게 추월 당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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