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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er business] 똑똑한 와인이 더 맛있다?

[smarter business] 똑똑한 와인이 더 맛있다?

IT가 도시 인프라와 일상생활에 파고들면서 ‘스마트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다는 신의 물방울, 와인도 예외가 아니다.
▎다나에스테이트의 포도밭.

▎다나에스테이트의 포도밭.

“철저하게 완벽하다. 카시스, 블랙 라스베리, 그리고 숲 속 토양의 아로마와 함께 눈부실 정도로 강렬한 꽃향기 부케가 돋보인다. 60초에 달하는 긴 잔향이 입 안에 맴돌며 흠잡을 수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2009년 12월 말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남긴 ‘다나에스테이트 로터스 빈야드 2007년산’에 대한 시음기다. 그는 이 와인에 100점 만점을 던지며 “2~5년 정도만 더 보관한다면 다음 25년 동안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브라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 와인을 만든 양조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는 다나에스테이트(Dana Estate)다. 다나에스테이트의 소유주는 한국의 동아원이다. 동아원은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이 운영하는 제분회사다. 운산그룹은 동아원 외에도 와인수입업체인 나라식품을 비롯해 친환경쌀로 만든 식품을 판매하는 해가온, 이탈리아 스포츠카 페라리·마세라티를 판매하는 FMK 등 1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다나에스테이트의 포도원 책임자 피트 리치몬드는 최근 한국을 찾아 “100점 만점을 받은 후 수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다”며 “운산그룹의 지속적인 투자와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나파밸리에 포도밭을 직접 구입해 와이너리를 만든 것은 2005년. 자신의 호(단하)를 따서 영어식으로 ‘다나(Dana) 와이너리’로 지었다.

양조장을 세운 지 3년도 안 돼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 만점을 받는 와인을 생산한 것은 전 세계 와인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컬트 와인의 대표주자인 할란에스테이트도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을 받는 데 5년 이상 걸렸다. 아무리 좋은 포도밭과 우수한 양조 기술, 수백 년의 전통을 가진 양조장이라 하더라도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을 받기란 쉽지 않다.

다나에스테이트가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생산한 온다도로(Onda d’Oro)와 바소(VASO)의 경우 최근 개최된 G20 정상회담 만찬주로 선정돼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만든 와인 온다도로는 ‘황금의 물결’을 의미하는 이탈리어로 100%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얼마 전 국내 와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온다도로는 미국의 명품 와인 ‘오퍼스 원’과 똑같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다나에스테이트가 짧은 시간에 성공을 거둔 데는 과감한 투자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출신의 스타 와인메이커 ‘필립 멜카(Philippe Melka)’ 등 세계적인 수준의 양조팀을 영입해 와인을 생산했다. 멜카는 미국 유명 와인 브라이언트 패밀리(Bryant Family)와 도미누스(Dominus)에서 양조를 담당했다. 피트 리치몬드는 “포도를 재배할 때 자연을 중시한다”며 “병충해가 생겨도 천적들을 풀어 이를 없앨 정도”라고 말했다.

▎1.온다도로 와인 2.다나 로터스 빈야드 3. 몬테스알파 쉬라 4. 로버트 몬다비 카베르네

▎1.온다도로 와인 2.다나 로터스 빈야드 3. 몬테스알파 쉬라 4. 로버트 몬다비 카베르네



와이너리 관리도 유비쿼터스로다나에스테이트는 와인의 품질뿐만 아니라 양조장 운영에 있어서도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뛰어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똑똑한 와이너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진행 중인 ‘스마트 와이너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ETRI와 동아원은 다나에스테이트가 가진 와인 제조 노하우에 USN(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등의 첨단 기술을 접목해 ‘미래형 와인 양조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포도나무와 토양에 첨단 센서를 부착하고, 이를 통해 수집한 정보로 포도 생장에 최적의 환경을 미리 예측해 주는 소프트웨어가 좋은 예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새벽에 포도밭에 서리가 내릴 것 같으면 대형 온풍기가 자동으로 작동해 냉해를 막아주고, 포도밭 어느 구역에서 질병이 감지되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도 자동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숙련된 장인이 담당해온 와이너리의 관리 노하우를 자동화시켜서 와인의 생산량과 품질을 더 높이려는 시도인 것. 동아원과 ETRI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13년까지 총 5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5월엔 지식경제부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 과제에 선정돼 정부 출연금까지 받게 됐다. 동아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ETRI 연구원들이 현지 와이너리를 오가며 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정보를 모으고 있다”며 “솔루션을 통해 기존 양조장들이 양조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며 생겼던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인 생산에 첨단 기술이 접목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 와인 로버트 몬다비는 인공위성으로 촬영된 사진을 통해 토양을 관리하고 있다. 위성으로 찍은 사진을 통해 메말라가는 토양이 발견되면 적시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최근엔 그 활용도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와인 칠레의 몬테스나 아르헨티나의 트라피체는 새로운 포도밭을 발굴할 때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지질 자료를 사용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몬테스의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은 “인공위성으로 분석된 지질 자료를 통해 새로운 포도밭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토양에 맞는 적합한 품종을 찾는 데도 효율적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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