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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시민 안전 위해 조기 이전'

'경주 시민 안전 위해 조기 이전'

민계홍
1949년생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2007년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성폐기물사업본부장
2009년~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

1월 19일 경북 경주시청에서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하 공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내용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공단 본사를 올 상반기 경주로 옮긴다는 것이었다.

공단은 2014년 신사옥이 완공된 후 이전할 계획이었다. 3년이나 일찍 경주로 내려가는 까닭은 뭘까. 민계홍(62) 공단 이사장에게 이유를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과 전화로 진행했다.



경주 시민 위해 공단 조기 이전“경주 시민에게 보답하기 위해 이전을 서두르게 됐습니다.” 민 이사장은 공단 조기 이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말 경주 방사성폐기장(이하 방폐장)에 울진·월성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폐기물 2000드럼이 반입된 직후 조기 이전을 논의했다. 방폐장의 안전운영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민 이사장은 “방폐장을 가까이서 관리하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겠는가”라는 기대와 함께 “사옥이 완공되기 전까지 옛 경주여중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단을 이전하면 방폐장 안전관리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는 “본사 직원 130명과 일부 가족이 경주로 내려가면 부동산 거래가 늘고 상권에 활력이 돌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또한 덩달아 늘어난다”고 말했다. 또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가 수반될 전망이다. 공단은 신입사원 중 20%를 경주 시민으로 채우고 있다. 인턴제도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라는 게 민 이사장의 설명. 공단이 주는 특별지원금도 경주 시민을 위해 사용된다. 공단은 2006년과 2009년 모두 3000억원을 지원했고, 경주 시민은 TV수신료·전기료를 감면 받았다. 혜택 받는 가구는 11만5000여 가구로, 가구당 감면액은 월 5000여원이다.

아울러 공단은 반입수수료를 활용한 지역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반입수수료는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에서 지출되는 돈이다.

이 중 4분의 3은 방폐장이 있는 지자체(경주)에, 나머지는 공단에서 경주를 위해 사용한다. 총용량이 80만 드럼에 달하는 방폐장이 완공되면 반입수수료는 최대 5100억원이 발생한다. 이 중 1275억원은 공단이 집행한다.

공단은 울진·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들어온 방폐물로 이미 3억1900만원의 반입수수료를 받았고, 경주 시민을 위해 일부 집행됐다. 경주지역 초등학교 5학년생이 제주 국제영어마을캠프에 연수를 갈 수 있도록 지원했고, 방폐장 인근에 거주하는 중·고생의 호주 쉐프스톤 대학 해외 영어캠프 참여를 도왔다.

개학을 앞둔 2월까지 6000만원 상당의 학교 기자재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구제역이 진정되면 경주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부모를 초청할 계획이다. 천연식물 생장조절제 보급사업 역시 2월까지 완료한다. 민 이사장은 “반입수수료를 잘 활용해 경주지역 초·중·고 국내외 영어캠프 지원, 학교 기자재 지원 등 각종 지역 지원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 방폐장은 건설 중이다. 1단계 목표 규모는 총 처분용량 80만 드럼(200L 기준) 중 10만 드럼이고, 동굴처분방식으로 짓고 있다.

방폐물을 땅속 암반에 만들어진 시설물에 보관하는 형태다. 1단계 방폐장의 완공 시기는 2012년 말이다. 각 원자력발전소에서 경주에 전달되는 방폐물은 현재 임시저장소에 보관돼 있다.

방폐물을 임시저장소에서 보관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민 이사장은 “임시저장소의 정식 명칭은 인수저장건물”이라며 “임시시설이 아니라 외부에서 방폐물을 인수해 최종 처분하기 직전까지 보관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원자력발전소의 지하에 있는 임시저장시설보다 훨씬 강화된 안전기준에 따라 건설됐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방폐장 수출 목표공단은 올 상반기 2단계 공사인 50만 드럼 규모의 방폐장 건설 기본계획을 확정한다. 50만 드럼 규모의 새 방폐장은 천층처분방식으로 건설될 가능성이 있다. 공단이 적극 검토하고 있다.

천층처분방식은 지하가 아닌 지상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를 점토·모래·자갈·아스팔트로 덮는 것이다.

민 이사장은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 논의를 거쳐 적합한 규모와 방식을 결정해 건설할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동굴·천층처분방식의 방폐장을 동시에 보유하면 방폐물의 크기나 특성에 따라 구분해 처분할 수 있어요. 방폐물 관리가 그만큼 쉬울 뿐 아니라 방폐장 수출에도 유리해집니다.”

공단은 현재 방폐장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거다. 계획이 달성되면 우리는 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을 모두 수출하는 국가로 발돋움한다.

민 이사장은 “경주 방폐장을 세계 최고 시설로 안전하게 건설해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겠다”며 “공단을 2020년까지 글로벌 넘버1 종합 방폐물 관리 서비스 전문기관으로 우뚝 세움과 동시에 한국형 방폐장을 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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