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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한국형 지속가능경영 ①] 세계가 인정한 ‘깨끗한 철’ 생산자

[Management 한국형 지속가능경영 ①] 세계가 인정한 ‘깨끗한 철’ 생산자

포스코 CTO 조뇌하 전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산업계의 키워드를 꼽으면 단연 ‘그린’과 ‘상생’이다. 이 두 단어를 포괄하는 개념이 지속가능경영이다.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사회적 이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리스크를 줄여 가는 지속가능경영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점차 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속가능경영이 홍보 문구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기업이 내실 있는 지속가능경영에 이르도록 하기 위한 기획을 마련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속가능경영 기업을 6회에 걸쳐 소개하는 기획이다. KBCSD(한국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포스코, 삼성전자, LG화학, GS칼텍스, SK에너지, S-Oil 등을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포스코는 1월 13일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올렸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32조6000억원. 올해 매출 목표는 36조원이고, 총 9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포스코에서 주목할 것이 반드시 실적만은 아니다. 같은 날 실적 발표 후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한국철강협회의 ‘2011년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 참가해 글로벌경영, 환경경영,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환경경영에 힘쓰지 않고는 철강업계의 생존과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철강업계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철강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량이 중국 전체의 16.1%에 달하자 소형 제철소 건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KBCSD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환경과 윤리 측면에서 기준을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요구되는 지속가능경영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국내외에 충분히 알리는 노력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포스코는 한국 안에서보다 밖에서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높이 평가 받는 것 같다”며 “지난해 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도 지속가능경영 우수 기업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특히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지속가능경영 부문, 특히 환경 부문에 대한 노력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DJSI(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에 6년 연속 우수 기업으로, 4년 연속 철강 부문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2010년 1월에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다보스 글로벌 100대 기업에 국내 기업 최초로 선정돼 수익성뿐 아니라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포스코는 지난해 세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CDP(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에서 전 세계 철강사 가운데 유일하게 기후변화 정보공개 우수 기업 및 기후변화 대응능력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포스코는 환경경영을 일찍 시작한 편이다. 1994년부터 환경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환경과 사회에 대한 경영활동의 직간접적 영향평가를 시작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다. 특히 외부에 의한 검증, 인증 등을 받기 위한 형식적 준비가 아닌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포스코가 지속가능경영, 특히 환경 부문에 일찌감치 눈을 뜨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환경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의 특성상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석탄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산업의 특성상 준비하지 않는다면 포스코는 환경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포스코가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는 사례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효율성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포스코의 파이넥스 설비.


“물이 철보다 비싼 이유는…”지난해 BP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로 322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최대 철강사 TKS와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Vale)가 합작해 만든 브라질 철강업체 CSA가 대기환경 관리를 잘못한다는 이유로 브라질 정부로부터 한 달간 30% 감산하라는 개선명령을 받아 막대한 경영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포스코의 CTO(최고기술책임자)인 조뇌하(58) 전무는 “지속가능경영에는 환경규제 등을 포함한 리스크 관리 측면이 있으나 포스코에 있어 지속가능경영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 생존전략이자 성장동력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스코 환경경영의 중요성을 ‘물값과 철 값 중 무엇이 비싸겠냐’는 질문을 던지며 설명했다. “㎏당 물은 1500원, 철은 900원으로 철보다 물이 비싼 만큼 물을 아껴 효율적으로 철을 생산하고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 전략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세계 역사를 보면 개발도상국 정부가 나서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철강산업을 키운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나라에 이어 한국이 후발주자로 포스코를 세웠다. 그러나 살아남은 것은 거의 포스코가 유일하다. 그 비결이 바로 지속가능경영과 그 관련 기술에 투자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 전무는 1977년 포스코에 입사해 광양제철소 소장을 지내는 동안 광양제철소를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등 언제나 현장에 있었다. 그는 기술이 포스코 지속가능경영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광양제철소 설립 때도 환경설비를 갖추는 데 지나치게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광양제철소 설립 이후 환경규제치의 50% 이하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다 보니 기술도 발전하고 효율도 늘게 됐다”고 말했다.



파이넥스로 환경경영 선두 굳혀그는 현재 포스코 지속가능경영에 대해선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기술력에 따른 에너지 효율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일관제철소의 대표적 에너지 회수설비인 코크스 건식소화설비와 고로부생가스 회수설비 도입률이 각각 93%와 100%에 이른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 친환경 제철 프로세스라 불리는 파이넥스(FINEX) 상용화를 통해 오염물질과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오염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각각 용광로 공법의 19%와 10%가량이고, 투자비는 20%, 제조 원가는 15%가량 절감할 수 있다. 1992년부터 기술개발에 착수한 결과 200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교부 장관(COP16 의장) 초청 한국·멕시코 녹색성장 조찬 간담회.
조 전무는 “혁신 제강공정인 POSBOP(POSCO Basic Oxygen Process) 기술개발,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종래의 철강 생산공정을 수소 등 미래형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공정 개발에 이미 착수했다”고 강조했다. 개발 목표는 수소 등 미래에너지 활용을 통해 배출 CO₂를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생각을 포스코 패밀리사 전체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해외사업장을 포함한 포스코 패밀리 차원의 글로벌 환경경영을 선포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도 포스코 패밀리사를 포함할 예정이다.



KBCSD는?

지속가능경영 약속한 한국 대표 CEO의 모임


지속가능 발전은 1992년 리우 유엔 환경회의에서 처음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기업 부문 입장을 국제기관과 사회에 대변하는 창구로서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200여 개 글로벌 기업은 WBCSD(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WBCSD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글로벌 콤팩트,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영향력이 큰 산업계 자문기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에코 효율성 개념을 최초로 정립·도입했으며 지속가능 발전 관련 공신력 및 영향력 측면에서 UNEP(유엔환경계획), 세계은행, ISO(국제표준화기구) 등을 제치고 연 3회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WBCSD에는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약 절반이 가입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기업, 다국적기업 중 200여 곳을 추려 가입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GS칼텍스, 삼성전자, 포스코,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 등 5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 후 WBCSD는 비슷한 성격의 각국 경제단체에 요청해 나라별 BCSD(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를 조직했다. 한국에는 200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KBCSD가 설립됐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KBCSD 회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중국의 중국기업연합회, 일본의 경제인단체연합회(게이단렌) 등에도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있다.

그중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곳이 한국이다. KBCSD는 2005년 전경련에 독립단체로 등록했고, 현재 녹색성장위원회 산업협의체 사무국을 맡고 있다. 국내 다른 단체들과의 차이점으로는 지속가능경영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녹색구매, 녹색펀드 구성,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산, 지속가능 발전 기업평가 등 지속가능 발전의 한 측면을 발전시키고자 설립된 단체는 많지만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단체는 많지 않다.

KBCSD는 기업의 내부적 문제, 예를 들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녹색경영, CSR과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 등과 같은 부분뿐 아니라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등과 같은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에너지-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시행에 따라 KBCSD는 에너지-온실가스 감축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윈-윈 프로그램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 한국 산업계의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임성은 기자 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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