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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다고 적금 깨지 마라

빚 갚는다고 적금 깨지 마라

대출을 상환할 때엔 무조건 금리가 높은 것부터 갚는다.

경기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가계 부채율은 카드대란 여파가 심각했던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사람들의 소득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안 보이는데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보니 이 공백은 고스란히 부채로 메워진다.

그래서인지 금리가 오르면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아졌다. 빚이 없는 사람들이야 금리가 인상돼도 별 반응이 없거나 혹여 펀드나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이 때문에 증권시장이 하락해 그동안 재미 본 수익이 줄어들지 않을까 다소 배부른(?)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부채를 안고 사는 사람은 다르다. 이들에게 금리인상 소식은 ‘헉’ 하고 마음의 부담이 커지는 순간이다. 게다가 현재와

같은 견조한 경기회복세를 동반한 물가상승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돌발변수가 없는 한 이번 금리인상이 한 번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 때문에 빚이 많은 사람에게 2011년은 자칫 두려움의 해가 되진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어차피 예상된 한파라면 월동준비라도 단단히 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금리상승의 시대, 부채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금리 높지만 이자금 적은 것부터 갚아야먼저 주택담보 대출만 있는 사람의 경우다. 주택담보 대출만 있다면 가장 양호한 ‘빚쟁이(?)’다. 게다가 소득에서 대출상환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월 소득의 20% 미만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지, 금리인상 구간에서는 은행이 CD금리나 코픽스 금리에 추가로 붙는 가산금리까지 함께 올리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 향후 수 개월간 대출금리 인상 추이를 보면서 타 금융기관으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때는 중도상환수수료, 근저당설정비, 인지세 등 갈아타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최근에는 대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사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낮은 경우도 있으니 대출을 갈아탈 때는 은행과 보험사를 함께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만 금리가 오른다고 억지로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 담보대출은 변동금리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은 경우가 많아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식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변동금리가 이자 면에서 이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대출이 함께 있는 사람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대출의 종류가 여러 가지인 사람이 금리상승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대출을 모두 자세하게 리스트 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XX은행 신용대출: 개설일 2007년 10월 21일, 대출잔액 1000만원, 현재 금리 12%, 매월 이자만 10만원 납입 중’ 이런 식으로 모든 대출을 종이에 적는 것이 중요하다. 대출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일수록 이렇게 하나하나 자세히 적기만 해도 답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대출 항목을 일일이 자세하게 적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출이자라는 것이 미래의 부를 좀먹는 ‘자산 좀벌레’인 만큼 이러한 의도적 노력 없이는 미래도 없다.

내 수입 중 ‘어느 금융기관’에 ‘매월 얼마의 대출이자와 원금이 상환되고 있는지’를 알았다면 방법을 강구해 보자.

주택담보 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이 공존하고 있다면? 기존 주택담보 대출에 추가 대출 여력이 있다면 주택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아 마이너스 통장을 갚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보통 추가 대출의 경우 기존보다 금리가 의외로 높아지는 경우도 있으니 이럴 때는 중도상환 수수료 및 갈아타기 비용(근저당설정비, 인지세 등)을 고려해 대출 거래처를 바꿔 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러면 주택 소유 없이 다른 대출만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등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대출상환 불변의 법칙은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무조건 갚으라”다. 일단 현금이 있으면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갚고 보는 것이 진리다.

단, 주의할 사항은 대출을 갚은 후 또다시 대출을 받지 않기 위해 급여의 1.5배 이상 수준의 현금은 따로 CMA 통장 등에 담아 두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주의할 사항이 한 가지 더 있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예·적금, 해지하면 자격이 상실되는 주택청약통장, 세제혜택을 받은 금융상품(장기주택마련저축, 연금저축 등)은 해지하지 말고 그대로 두되, 이를 담보로 ‘예금담보 대출’을 받는 것이 좋다. 이러한 금융상품의 금리는 매우 낮기 때문에 여기에 1~2% 수준의 가산금리가 더해진다 해도 마이너스 통장보다 높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종이에 리스트 업한 대출 항목에서 급전이 필요해 생각할 겨를 없이 받은 성격의 대출일수록 다른 대체수단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예금담보 대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본인이 가입한 보험을 담보로 받는 보험 계약 대출, 각종 공제회나 사내 복지를 위한 직장 내 대출 등도 이에 해당한다.



가족 간 대화로 변제계획 마련해야금리인상 시기에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그리고 카드론 사용법에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대출은 가급적이면 애초부터 안 받는 것이 좋겠지만, 만약 받게 되더라도 원금과 함께 갚아나갈 수 있는 상환방식(원금균등분할상환,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을 택할 수 있다면 꼭 이러한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러한 성격의 대출은 금리가 높아도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실제 체감되는 이자가 적다 보니 원금상환에 대한 의지가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년 동안 수백만원의 이자를 은행에 헌납하고도 전혀 새는 돈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문제다. 따라서 어떠한 대출이든 가급적 원금과 함께 갚아 나가는 상환방식을 택하되 이미 대출을 받은 상황이라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고금리 대출이 많다면 퇴직금 정산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자릿수 금리의 대출액이 1000만원이 넘거나 고질적인 마이너스 통장의 병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퇴직금 정산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퇴직금이라는 것이 최후의 자산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보니 잘 손대지 않게 되는데, 위와 같은 경우라면 평생 새는 돈만 모아도 퇴직금 수준에 육박할 수 있기 때문에 썩은 뿌리는 애초에 잘라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퇴직금이라는 것이 보통 최근 3개월 급여 평균에 근속연수를 곱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연봉상승률이 물가상승에도 못 미치는 경우에는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이 일찍 정산해 고금리 대출을 눈앞에서 없애는 것이 확실한 이득이다.

금리상승기에는 대출이 많을수록 가족 간의 대화는 점점 사라진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또 한번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용기를 내 가계 재무에 대한 모든 것을 공유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왜 빚을 지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이렇게 용기를 내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출의 반은 갚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으로 어떻게 빚을 처분해 나갈 것인지 월별 대출상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에 맞춰 생활을 어떻게 조절해 나갈지를 결정해 가족이 합심한다면 분명 예상했던 것보다 빚에서 해방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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