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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 Investing 고수의 ‘한 수’ ①] 인플레 즐기며 주식시장으로 가라

[Money & Investing 고수의 ‘한 수’ ①] 인플레 즐기며 주식시장으로 가라

자산가의 최대 관심사는 언제나 돈을 어디에 굴릴지다. 현명하게 투자하려면 세계 돈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포브스코리아는 투자를 안내할 고수 4인을 꼽았다. 김영익 창의투자자문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 구재상 미래에셋운용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매달 투자에 유용한 정보와 주식시장에서 이기는 방법을 들려준다. 첫 회는 증권가의 ‘족집게 분석가’로 통하는 김영익 대표다.

“물가와의 전쟁이라는 생각을 갖고 물가 억제를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1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런데 거꾸로 ‘인플레이션’이란 말이 최근 화두다. 과연 인플레이션 시대는 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은 어떻게 바뀔까?

미국과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장기 추이를 보여준다. <표 참조> 1970년대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시대였다. 1, 2차 오일쇼크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꺾일 줄 몰랐다. 80년에는 미국소비자물가가 15% 상승했다. 특히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30%를 웃돌았다.

그 후 금리의 급격한 인상 등 통화긴축으로 물가상승 고삐가 잡혔다. 90년대 중반 이후는 세계경제가 물가 안정 속에서 높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신경제(New Economy)’ 혹은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라 불렀다.

전 세계적으로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90년대 중반 이후 정보통신 혁명으로 생산성이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며 세계경제에 등장하면서 전 세계에 물건을 값싸게 제공할 수 있었다. 중국은 물건을 팔아 번 돈으로 미국 등 선진국의 국채를 사주었다. 저물가와 중국의 국채 매수로 미국 금리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제 환경이 바뀌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과거보다 투자를 덜 하고 기업 생산성도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더 이상 물건을 세계에 싸게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중국 근로자 임금이 오르고 원자재 가격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동안 세계경제에서 생산자 역할을 했는데,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경험에 따르면 한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넘어서면 소비 주체로 점차 부상한다. 지난해 중국의 소득이 400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미국 등 선진국은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계속 돈을 풀고 있다. 미국은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1조7000억 달러를 공급했다. 그 후에도 고용 등 경제가 크게 나아지지 않아 2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올해 6월까지 6000억 달러를 더 풀겠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라고 했다.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 경제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면 풀렸던 돈이 돌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그때는 각국 중앙은행이 과감히 금리를 인상하고 긴축을 하면서 증권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2~3년 정도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지만 반대로 미국은 돈을 풀고 있다. 중국 물가도 농산물 위주로 상승하고 있으며, 공산품 가격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미국경제는 여전히 디플레이션 압력이 훨씬 더 높다. 미국의 실제 국내총생산(GDP)은 잠재수준에 비해 5% 정도 낮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잠재수준으로 성장하기 이전까지는 세계경제가 이머징마켓 중심으로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겪을 전망이다.

물가상승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물가, 저금리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물가상승률을 합한 것이다. 실질금리 대용변수로 흔히 사용되는 실질 경제성장률에 큰 변동이 없다면 시장금리는 물가가 상승한 만큼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회사채 수익률 추이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린 채권 투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물가연동 채권 투자는 바람직하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우리나라의 경우 3~4%)이 진행되면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우선 주가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보상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 1986년에서 2010년까지 소비자물가가 2.9배 올랐으나, 주가(KOSPI)는 12.8배 상승했다. 다음으로 완만한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서 이윤을 늘려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주식 투자가 선호되기 때문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오면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이 선호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주식처럼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도 인플레이션을 보상해줬다. 86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이 3.8배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2.9배)보다 더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주택 가격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집값은 인구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과 미국 사례를 보면 전체 인구에서 35~55세 인구 비중이 감소할 때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이 시기가 1990년이었고, 미국은 2007년이었다. 우리나라는 2011년이 인구 비중 정점을 기록하는 해다. 약 710만 명의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은퇴하면서 집값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이들의 자산 중 평균 83% 정도가 부동산인데, 더 이상 부동산을 늘려갈 수 없는 형편이다. 이번 미국 금융위기가 집값 거품 형성과 붕괴 과정에서 일어난 만큼 그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엔 필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다. 중국과 인도가 내수 중심으로 높은 성장을 하면서 원자재 수요는 더 늘 것이다. 당분간 미국과 유로지역은 경제회복을 위해 돈을 더 풀 것이다. 이 돈이 선진국 소비와 투자로 일부만 가고 나머지는 이머징마켓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이머징마켓 통화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직간접적으로 원자재 투자를 늘려가는 동시에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의 통화에 투자하는 것도 투자수익을 높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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