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

[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 날마다 새로워지라) - 중국의 첫 역사서인 상서에 실려 있는 은나라 탕왕(湯王)의 글 반명(盤銘)에서

“저는 보통 새벽 5시 전에 일어나 체조를 한 후 그날 새로 할 일을 생각합니다. 이른바 ‘아침형 인간’인 셈이죠. 제 인생의 전환점은 1996년 한미파슨스를 창업한 것인데 건설사업관리(CM)의 불모지인 이 땅에 CM을 도입해 정착시키는 새로운 일이었죠. 저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즐깁니다. 그래서 여행을 많이 다닙니다. 해외출장 길엔 혼자만의 시간을 내 독서삼매경에 빠지죠. 책 읽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저 나름의 비결입니다. 이렇게 저는 날마다 새로워지려고 애를 씁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죠. 이 말을 한 중국 고대 은나라의 시조 탕왕은 세숫대야에 이 글귀를 새겨 놓고 세수할 때마다 어른거리는 물에 비친 글자를 들여다봤다고 합니다.”

김종훈(62) 한미파슨스 회장은 “서양 사람들의 아침 인사 ‘What’s new?’도 따지고 보면 일신우일신처럼 ‘새로워지자’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건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오랜 지혜이자 생활철학입니다. 날마다 새로워지면 인생이 온통 새로운 일로 가득해집니다. 더욱이 지금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새로워지지 않고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기업인으로서 김 회장의 삶은 혁신으로 점철돼 있다. CM 전도사로 통하는 그는 CM 전문회사 1호인 한미파슨스를 설립한 후 국내에 CM 시장을 창출했다. CM은 기획·설계에서 시공·감리에 이르기까지 건설사업의 전 과정을 건축주를 대신해 관리·감독하는 일. CM사에 일을 맡기면 공사비가 절감되고 공기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후 그가 CM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국내엔 비즈니스 모델도, 일을 맡을 만한 인력도 없었다. 건축주를 찾아다니며 설명할라치면 “CM이 CM송의 준말이냐”고 반문하기 일쑤였다. 더욱이 건설 불황이 극심했다. 그는 ‘원가 10% 절감, 공기 30% 단축. 사장님은 테이프커팅만 하십시오’라는 카피를 만들어 광고하는 한편 혁신을 통해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수주에 나섰다. 1%의 가능성에 도전해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CM을 수주한 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이 축구 전용경기장을 예정보다 4개월 앞당겨 준공했다.

세계 36개국에 진출한 한미파슨스는 2008년 세계 CM업체 16위(세계적인 건설 주간지 ENR이 매긴 순위로 미국 기업은 제외)에 올랐다. 상당한 규모의 미국 설계·엔지니어링 회사의 인수도 추진 중이다. 신도시를 수출하는 비즈니스에 뛰어들기 위한 포석이다.

“한미파슨스는 벤처 성격을 띤 혁신기업입니다. 우리 회사가 거둔 성공의 한 요인은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의 추구라고 할 수 있죠. 저 역시 환·진갑이 지났지만 일신우일신을 좌우명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미파슨스는 벤처다그가 하고 있는 또 다른 도전은 한미파슨스를 행복한 일터, 꿈의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회사는 7년 연속 GWP(Good Work Place) 상을 받았고 지난해엔 GWP 종합대상을 받았다. 구성원들이 출근하고 싶어 안달하고 휴가 가서도 동료가 보고 싶어 빨리 복귀하고 싶어하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그는 고객과 주주보다 직원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을 썼다. 구성원 만족경영이다. 그 종착역을 그는 ‘천국 같은 직장’으로 상정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쌍둥이 빌딩 KLCC 현장소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현지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방학을 맞았는데 온종일 시무룩하더라고요. 왜 그러느냐고 딸에게 물었더니 세상에, 방학을 해서 그렇다는 거예요! 그때 ‘학교에 가는 게 훨씬 즐겁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서 언젠가 그런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됐죠.”

그는 경영지원 부서에 “회사와 구성원 간에 이해가 상충하면 회사 편에 서지 말고 구성원 편에 서라”는 지침을 줬다. 한미파슨스는 사규 가운데 모호한 조항을 적용할 때 무조건 구성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고 한다.

“내부 고객인 구성원이 만족하면 그 구성원이 외부 고객을 만족시킵니다. 결국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고 그 과실이 주주에게 돌아가게 마련이죠. 일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한미파슨스는 주인과 구성원이 일치하는 기업이다. 창립 당시엔 김 회장을 비롯해 구성원들이 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은 100% 구성원이 소유하고 있다. IMF 체제로 혹독한 위기를 맞았을 땐 한 명도 퇴출시키지 않고 고통 분담으로 극복했다.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면 변하지 않도록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고유의 기업문화, 그중에서도 윤리규정 같은 겁니다. 회사의 철학도 지켜야 합니다. 개인으로 치면 스스로 정립한 인생관에 해당하는 것이죠.”

그는 기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수단은 사회공헌 활동이다. 한미파슨스 임직원은 고용계약에 명시한 의무에 따라 전원이 매달 사회공헌을 위한 현금 기부를 한다. 급여의 1%를 기부하면 더블 매칭 그랜트 방식에 따라 회사가 그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부한다. 결국 전 임직원 급여의 3%가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투입되는 셈이다.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엔 전체 임직원이 전국 30여 곳의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벌인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참여하게 돼 있어 봉사활동 참여율은 100%에 가깝다고 한다.

한미파슨스는 2000년 임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에 대한 인원 제한을 폐지했다. 올 들어서는 입양아에게도 친생자와 마찬가지로 학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제도적으로는 친생자 열 명에, 스무 명을 입양했어도 전원 대학 졸업 때까지 학자금을 전액 지원 받을 수 있다. 그래도 회사가 부담하는 금액이 늘어나지 않았다.

“출산한 여성에게 산전후 휴가 기간 포함해 6개월의 휴가를 의무화하고 자녀가 셋 이상인 구성원에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갖지 않아요. 작년엔 결혼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노총각·노처녀 장가·시집 보내기 운동도 벌였고, 노총각 과장에게 올해 장가 안 가면 강등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했어요. 저출산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이대로 가면 2305년 지구상에서 한국인이 멸종된다고 합니다. 남성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듯 출산도 일종의 사회적 의무로 받아들여 달라고 젊은 여성들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그는 탁아소 등 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 인프라 구축도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가 세 들어 있는 건물 입주사들과 공동으로 탁아소를 세우려고 했더니 관련법에 탁아소는 1층에만 만들 수 있게 돼 있답니다. 1층은 임대료가 비쌀뿐더러 그럴 만한 공간도 없는데 말이죠. 이런 시대착오적인 법부터 고쳐야 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돈 주고도 못 사"...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이 핸드폰'

2아워홈 '남매의 난' 다시 이나...구지은 부회장 이사회 떠난다

3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가격 또 올랐네...10만원 넘겨

4최태원, 日 닛케이 포럼 참가...아시아 국가 협력 방안 논의

5의대 증원 합의점 찾나...총장들 "증원 규모 조정해달라"

6한화투자證 “코리안리, 순이익 감소 전망에도 견조한 배당 기대”

7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내주 출범...'의료개혁' 본궤도 오르나

8대구 범어·수성·대명·산격지구 등 4개 대규모 노후 주택지 통개발

9산업은행 “태영건설, 1조원 자본 확충 등 이행 시 정상화 가능”

실시간 뉴스

1"돈 주고도 못 사"...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이 핸드폰'

2아워홈 '남매의 난' 다시 이나...구지은 부회장 이사회 떠난다

3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가격 또 올랐네...10만원 넘겨

4최태원, 日 닛케이 포럼 참가...아시아 국가 협력 방안 논의

5의대 증원 합의점 찾나...총장들 "증원 규모 조정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