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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로 뜨고, 블로그로 추락

블로그로 뜨고, 블로그로 추락

QQ와 치후 360. 지난해 11월 중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인 이 두 곳이 분쟁을 벌이면서 다른 이슈는 묻혀버렸다.

마이크로블로그는 스타가 인터넷 캐릭터를 만들기 가장 좋은 공간이다. 스타들은 이곳에서 서로 생일을 축하하고 잡담하거나 격려하며 의기투합한다. 이런 일은 스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이 마이크로블로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는 성공한 기업가의 희망사항이나 각종 전망을 둘러보는 것이다.

부동산 상장기업 화위앤의 런즈창 회장은 자신의 마이크로블로그에서 부동산과 인생을 이야기한다. 부동산개발회사 소호(SOHO)차이나의 판스치 사장, 즉 ‘샤오판’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마이크로블로그에서는 숙적도 좋은 친구인 척하고, 좋은 친구도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마이크로블로그의 작은 140자 대화창을 열면 대중 앞에서 엄숙했던 기업가도 각자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기업가는 대부분 처음 마이크로블로그에 가입하면 시를 읊거나 고상한 듯 행세한다. 하지만 곧 그들도 깊숙이 발을 담그게 돼 유머 감각과 평론에 목숨 걸고, 전달 횟수와 팬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마이크로블로그는 더 직접적이고 빠르게 유명세를 치르거나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회사 홍보팀이 심혈을 기울여 포장한 가면은 산산이 부서진다.

마이크로블로그는커녕 심지어 인터넷도 익숙지 않은 창업자 한 명이 마이크로블로그를 막 개통한다. 그는 낯선 마이크로블로그와 인터넷을 뚫고 들어가 유명한 마이크로블로거 몇 명에게 서툴게나마 댓글을 달고 전달하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프라인상에서 명예와 이익을 다투는 사교모임이 온라인상에서도 똑같이 만들어진다. 기업가들은 똑같이 인사말을 나누고 스케줄을 체크하며, 인생을 이야기하거나 잡담을 나누고, 시사를 논평하거나 휴대전화 셀카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기업가에게 있어서 자기 마케팅의 필요성은 창업자나 언론인, 학자와 컨설턴트의 그것보다 훨씬 덜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100만 명에 달하는 팬 군단과 대면하길 갈망한다. 그들은 이런 신기한 방식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할까?



블로그로 회사 홍보하고 직원 자랑그들이 마이크로블로그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과연 진짜일까? 오히려 그들은 당신에게 드러내고 싶은 부분만 보여줄 뿐이다. 예를 들면 아주 트렌디하다거나, 식견이 있다거나,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있다거나, 취미생활을 중시한다거나 또는 언젠가 팬 군단이 1억 명에 달할 수 있다는 내용들이다.

런즈창 회장이 선택한 것은 조금 일반적인 방식이다. ‘윗선이 전화해서 입을 다물라고 하는데, 마이크로블로그를 조금만 보내야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습니다.’ 지난해 3월 17일, 런즈창은 거의 10개의 평론을 보낸 후 이런 마이크로블로그를 올렸다. 즉시 정말 귀엽다는 팬들의 열렬한 답장이 쏟아졌다.

마이크로블로그 경력 1년 차인 런 회장의 마이크로블로그 테크닉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샤오판에게 조목조목 얘기하는 한편 무명의 팬과도 교류한다. 부동산 추세를 논하기도 하고 자신이 딸에게 전화해서 말한 사적인 내용까지 보낸다. 평상시에는 날카롭고 엄격해서 조금 무섭기까지 한 런 회장은 마이크로블로그를 통해 솔직한 이미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팬클럽 인원은 233만 명에 이른다.

모든 기업가가 준비하고 오는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8일, 인터넷쇼핑몰 당당왕을 뉴욕 거래소에 상장한 후 이 회사 사장 리궈칭은 자신이 주주와 직원들을 안전지대로 데려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조금 득의만만한 기분에 빠져 희석 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마이크로블로그의 속성을 망각했다. 그는 먼저 마이크로블로그상에서 같은 기간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개념의 주식 ‘쓰카이인터넷’의 주가 폭락에 대해 이야기했다. 뒤이어 당당왕의 기관투자가를 향해 공공연하게 욕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자신을 ‘성공인물’로 자처하고,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안목 없는 당신’이라고 했다.

이 일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달 횟수가 1000건을 넘었다.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리궈칭은 몇 개의 댓글로 논쟁을 계속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당당왕의 주가는 곤두박질쳐 12월 17일까지 22.92달러로 하락했다. 최고가와 비교하면 거의 10달러나 떨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리궈칭도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마이크로블로그의 자기소개를 이렇게 바꿨다. ‘제 입을 막지 못해서 다른 분들의 기분을 많이 상하게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직접 마이크로블로그에 나서는 기업가는 실시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인터뷰 후에 기자를 쫓아 나와 “방금 사장님이 말씀하신 내용 일부를 쓸 수 없습니다”라고 도와줄 홍보팀도 없다.

140자 마이크로블로그에는 감추려 해도 속마음이 드러날 수 있고, 마음속 심각한 고민을 표현하게도 한다. 계산이 빠른 기업가 입장에서는 마이크로블로그의 엄청난 전파력을 이용해 큰 효과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이것이 마이크로블로그의 최대 가치다.

자이언트그룹 회장 스위주는 마이크로블로그에서 제한적으로만 자신의 일상과 거시경제를 이야기한다. 전혀 마케팅 고수답지 않다. 하지만 디지털제품생산기업 화치쯔쉰의 펑쥔은 이와 다른 스타일이다. 그의 얼굴 사진은 ‘아이궈저’라는 자사 브랜드 로고 앞에서 자사 제품으로 찍은 셀카다. 그는 자사 브랜드를 이야기하고 자사 제품을 자랑한다. 또한 자기 회사 직원을 칭찬하는 것도 그의 마이크로블로그 목적이기도 하다. 인생의 깨달음에 대한 글에도 자사 브랜드를 이용해 제목을 달았다. 그가 지금까지 보낸 1100개의 글 속에는 자사 브랜드 로고가 거론된 횟수가 395번에 달한다. 펑쥔은 자신이 서명한 책이나 MP3 플레이어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이크로블로그를 통해 종종 연다. 그래서 100만 명의 팬 그룹은 그의 마이크로블로그를 차마 떠나지 못한다.



홍보 효과 내려면 때를 갈 택해야성공한 인물들이 거대한 팬 그룹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이곳은 여론의 새로운 심판대가 되었다. 하지만 설전을 준비한다면 적당한 시기를 고려하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셩타문학회사 CEO 허우샤오창은 바이두문고가 친필 판권을 침범했다며 반년간 심혈을 기울여 기소 준비를 했다. 시작 10일 전부터 그는 마이크로블로그에서 지지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만약 바이두가 해적판 사이트 관리를 책임진다면 아마 부호 작가가 여러 명 탄생하게 될 것이다. 바이두가 검색하는 유일한 판본이 바로 우리 정본책이라고 가정하면 기타 판본은 모두 해적판이다. 하지만 우리는 키워드와 베스트셀러 순위까지 돈을 들여 사야 하고, 이 가격은 지금도 계속 오르는 중이다. 그럼 우리에겐 뭐가 좋은가?’

11월 3일 정오, 그는 마이크로블로그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호소했다. ‘바이두문고가 죽지 않으면 중국 창작문학은 필히 망한다.’ 전체 마이크로블로그의 모든 칼날이 바로 바이두를 향해 날아갈 참이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중국의 유명 포털사이트 QQ와 경쟁업체인 치후 360이 전쟁을 시작했다. 한 순간, 전체 마이크로블로그의 이슈는 모두 3Q(360과 QQ)대전으로 가득 차버렸다. 네티즌 모두가 입장 표명에 나섰고,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이번 싸움을 위해 스스로 창작한 주제곡까지 올렸다. 360회사 대표인 저우홍이는 마이크로블로그를 이용해 비장한 이상주의자 이미지를 만들어 일시에 적지 않은 기업가의 지지와 중재를 얻어냈다.

셩타문학회사 허우샤오창은 조용히 있는 것이 최선의 후속홍보전략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묵묵히 마이크로블로그상에서 바이두를 고소하는 최근 상황을 계속 발표하고, 관련 출판인들도 이 소식을 가능한 한 최대한 싣고 있다. 하지만 3Q 싸움에 도전할 만한 다른 이슈는 없다. 모든 기업가는 마이크로블로그상에서 자신이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번역=도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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