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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동맥경화’로 끙끙

중국 경제 ‘동맥경화’로 끙끙

동북아 최대 해상물류센터를 목표로 2005년 12월 문을 연 중국 상하이 인근 양산항.

중국을 일컫는 말 중 하나가 ‘지대물박(地大物博)’이다. 땅이 넓고 물자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중국의 국토 면적은 960만㎢로 러시아와 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다. 한반도의 43배, 남한의 97배나 되는 큰 땅이다. 급속한 경제성장 탓에 최근 자원과 에너지 수요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지만 양을 가늠할 수조차 없는 풍부한 미개발 자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축복받은 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류문제를 생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넓은 대지 자체가 제약요인이자 두통거리다. 중국창고보관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중 45.3%가 물류비 부담이 과다하다고 답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판매원가에서 차지하는 물류비용이 최고 40%에 육박한다고 토로할 정도다.

최근 중국을 강타하고 있는 식품가격의 고공행진 역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류비용과 함께 이상한파로 고속도로 통행이 통제되는 등 물류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 주요 이유다. 중국 정부는 농수산물 물류시스템만 제대로 정비하더라도 가격을 최소 10~15%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2010년까지 중국은 약 40만 명의 물류 관련 전문 인력이 필요하나 각 대학에서 배출되는 전문 인력은 연간 1만여 명에 불과하다.

물류 인프라도 문제다. 중국 항구의 연간 영업중단 일수는 2008년 기준 상하이항 24일, 닝보항 23일을 비롯, 칭다오항의 경우 42일에 달한다. 항구 이용비용 역시 상하이항과 닝보항은 부산항의 2.3배 정도에 이른다.



1인당 도로 길이 미국의 10%에 불과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물류비용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2009년 총 물류비용은 6조8000억 위안으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1%에 달했다. 이는 1991년의 24%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서는 약 두 배 수준이다.

중국의 물류비용이 이렇게 높은 것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주요 물자의 지역 간 운송이 잦다.예를 들어 양곡의 경우 동북이 주산지이고, 채소는 남방에서 북방으로 주로 유통된다. 면화는 서에서 동으로, 가스는 북에서 남으로, 용수는 남에서 북으로, 전기는 서에서 동으로 물류 흐름을 보인다. 지역적으로 자급자족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간 편차와 긴 운송거리는 필연적으로 물류비용의 증가를 가져온다. 지방보호주의로 물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간접비용이 수반되는 점도 문제다. 중국은 지방별로 관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타지역 제품의 진입과 유통을 제한하는 이른바 지방보호주의를 실시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각 성을 넘어 유통되는 대부분의 상품에 각종 차별과 준조세 성격의 비용 부과로 약 46%에 해당하는 보이지 않는 관세를 물게 된다고 얘기한다.

각 지역 도로의 과다한 통행료 역시 고민거리다. 현재 고속도로 중 95%, 1급 도로의 61%, 2급 도로의 42%에서 유료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 도로 통행료가 1인당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를 넘어 선진국의 두 배에 달한다. 향후 10년간 도로 유지보수비용만 연간 2380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낙후된 물류인프라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통계에 의하면 중국의 철도 총연장은 전 세계 철도의 6%에 불과하고, 1인당 도로 길이는 미국의 10분의 1 정도다. 중국 물류인프라 시설은 50% 이상이 동부에 위치한다. 중국에서 지역적으로 가장 큰 면적인 서부는 20%에 불과하다. 이러한 물류인프라의 불균형도 물류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마지막으로 유통 관련 세수체계의 불합리와 물류대행서비스 발전의 낙후성이다. 일반적으로 물류대행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효율이 더 높다. 그러나 중국은 물류업 관련 세수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물류대행서비스의 발전이 지체돼 왔고 이는 고스란히 기업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과도한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을 발표했다. 대표적 사례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물동량 증가에 맞춰 상품배달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전역에 물류창고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300억 위안의 자금도 준비했다. CEO인 마윈은 전자상거래에서 물류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중국 기업이 향후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물류가 동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 제도개선 나서정부도 물류산업 육성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12·5 규획 10대 산업진흥계획에 물류산업을 포함했다. 12·5 규획의 최대 목표인 내수 확대를 위해서는 물류산업의 발전이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물류업 조정 및 진흥계획 세칙’을 마련, 국무원에 상정했다. 그동안 물류산업이 정체된 이유 중 하나가 정부의 정책지원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올 상반기 중 공포될 세칙은 물류 관련 세수의 정비와 토지 및 차량관리, 행정관리의 개선, 자원의 통합과 기술혁신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그동안 말이 많았던 세수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할 계획이다. 중국은 현재 운송과 물류서비스를 분리, 이원화된 세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운송업 영업세율은 3%고, 창고보관, 배송, 대리 등 물류서비스업의 영업세율은 5%로 양자 간 중복과세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정부는 이를 단일 세율로 일원화할 계획으로, 이 경우 물류기업의 세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세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3%로 예상하고 있다.

과도하게 높은 도로 통행료도 인하할 방침이다. 현재 중국 물류관련 비용 중 도로 통행료가 차지하는 비용은 3분의 1 정도다. 중국의 고속도로 통행료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당 평균 0.4위안이다. 중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속도로는 텅텅 비어 있고 일반도로는 꽉 막힌다는 불평이 일고 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통행료 수준을 향후 5년 내 현재의 절반으로 인하 조정하는 내용의 새로운 정책을 마련 중이다. 현재 중국의 통행료 징수기간은 최장 30년인데 통행료 징수 기준을 낮추는 대신 징수 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2급 도로의 통행료 징수는 전면 철폐할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17개 성내 9만㎞에 해당하는 2급 도로에 설치된 1723개의 톨게이트를 없앨 예정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 내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지 물류 인프라 확충과 물류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손쉽게 물류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KOTRA가 설립, 운영하고 있는 공동물류센터 활용을 권하고 싶다. 현재 상하이, 톈진, 칭다오, 광저우, 다롄, 청두, 우한 등 주요 거점에 설치, 운영 중인 공동물류센터는 물류비 절감과 납기일 단축에 있어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현재 공동물류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물류비는 평균 13.9%, 납기일은 평균 17일 단축되었다고 응답하고 있다.

가정용 가스보일러 전문업체인 대우가스보일러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9년 중국 지역별 에이전트 확충에 따라 소량 판매가 늘어나면서 물류 문제가 대두됐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바이어들은 계약 체결 이후 즉시 제품을 받아보길 원했다. 그러나 LCL(소량 컨테이너 화물) 통관에 따른 납기 지연으로 바이어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고민하던 대우가스보일러는 공동물류센터에 가입하게 됐다. 이를 통해 당초 15일 정도 소요되던 납기를 7일 수준으로 줄이고 25% 이상의 물류비 절감과 소량 주문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기반도 구축했다. 물류에 대한 걱정을 덜자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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