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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 현주소]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

[국내 업계 현주소]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

철스크랩을 쌓아둔 모습.

모든 게 추정. 국내 철스크랩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는 건 여간 어렵지 않다. 공식 자료는 없고, 어쩌다 나오는 통계는 제각각이기 일쑤다. 철스크랩 업체 수가 몇 개인지도 이견이 많다.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철스크랩 업체 수는 대략 2만 개. 한국폐자원재활용수집협의회에 등록된 국내 철스크랩 업체 수 800여 곳에 등록하지 않은 곳을 더한 규모다. 미등록 업체 수를 몇 개로 보느냐에 따라 철스크랩 시장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국내 철스크랩 업체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것이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제강사에 철스크랩을 공급하는 중형 업체는 대략 350곳. 이 중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된 자원의 철스크랩 공급량은 25만여t이다. 업계 5위로 전체(1600만여t)의 1.5% 비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스크랩 공급량이 전체의 10%만 돼도 업계 1위”라고 말했다. 철스크랩 160만여t을 공급해도 업계 1위라는 얘기다. 세계 철스크랩 1위 업체 심스메탈의 공급량 1260만여t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철스크랩 기업을 따라가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철스크랩 업체가 영세하면 국가경쟁력에 좋을 게 없다. 특히 우리 같은 철스크랩 수입국은 더 그렇다. 한국의 철스크랩 자급률은 70%가 조금 넘는다. WSA(세계철강협회) 자료를 보면 수입량은 800만t에 달한다. 터키(1400만여t)·중국(1200만여t)보단 적지만 인도(400만여t)보단 많다. 철스크랩 자급률을 높이는 방법은 어쩌면 간단하다. 양질의 철스크랩을 더 많이 만들면 된다. 가령 자동차가 폐차됐을 때 선진국은 3%만 땅에 묻고, 우리는 35%를 묻는다. 우리로선 철스크랩을 앉은 자리에서 날려버리는 셈이다. 철스크랩 선별 기술력이 공급량을 늘리는 데 결정적 요인이라는 얘기다. 이런 기술력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철스크랩 선별장비의 힘이 크다. 심스메탈의 금속 리사이클링 장비는 230개가 넘는다. 북미 최대 폐기물 처리회사 웨이스트는 리사이클 공장 132곳을 가지고 있다. 일본 세이난상사의 철스크랩 선별장치는 30종에 달한다. 그런데 규모가 영세하면 장비를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철스크랩 업체 자원의 강진수 회장은 “자금이 없는데 어떻게 장비를 구입하겠는가”라며 말을 이었다. “한국 철스크랩 업체의 선별은 철과 비철을 구분하고, 비철금속 가운데 알루미늄·구리 정도만 분리하는 데 그친다. 외국은 정말 디테일하다. 플라스틱을 세부적으로 나눠 재활용할 정도다. 인조천·스펀지도 에너지로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스크랩 업체를 갖고 있는 국가는 대부분 철스크랩을 수출한다”며 “미국과 일본은 각각 연 2000만여t, 800만여t을 해외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철스크랩 자급률이 업체의 노력만으론 높아지지 않는다. 국내 철스크랩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 산은경제연구소 이민식 연구원은 ‘신자원으로 주목 받는 철스크랩 산업의 동향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구사하면 철스크랩 회수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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