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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사태에 은행주 덤터기

저축은행 사태에 은행주 덤터기

지난 1월 14일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삼화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인출을 위해 몰려들었다.

새해 들어 저축은행들의 위기가 불거졌다. 지난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데 이어 2월에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계열사와 도민저축은행 등이 추가로 영업정지됐다. 영업정지 이유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기본자본이 지도기준인 5%에 미달한 경우 또는 예금지급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다. 금융위원회는 3개 저축은행에 대해 추가 부실 위험이 있다며 관리대상으로 발표했다.

저축은행 부실의 주원인으로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이 손꼽힌다. 부동산 PF 잔액만 따진다면 시중은행의 잔액 규모가 39조원으로 저축은행의 12조원의 3배에 달한다. 그러나 시중은행보다 자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잔액이 총자산의 14%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부실해질 경우 그 충격이 더 심각하다. 게다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은 위험성이 높은 사업 초기 대출이 많아 부실화 우려도 더 크다.

시중은행들 역시 부동산 PF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쌓느라 애당초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은행주의 수익률은 시장수익률을 밑돌았다. 2011년에는 부동산 PF 에 대한 대손충당금 비용이 감소하면서 그만큼 이익증가가 예상됐기 때문에 2010년 연말부터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2011년 초부터 부동산 PF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저축은행들의 리스크가 시중은행에 전이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주 주가가 급락했다. 저축은행 부실을 시중은행도 함께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실망한 은행주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것이다.



저축은행 규모 작아 재무적 영향 적을 듯이번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시중은행에 미칠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저축은행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한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방안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저축은행 예금은 총 76조원이며 이 중 예금보호대상인 원리금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액은 6조원가량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6조원에 대해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진다고 가정해도 위의 저축은행 유동성 공급 방안에 따르면 약 9조원의 유동성이 확보되어 있다고 판단되므로 대처 가능하다. 4대 시중은행인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 함께 저축은행에 2조원가량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 은행은 4000억원가량 저축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담보대출을 제공할 예정이며, 은행 대출금의 50%는 정책금융공사가 손실보증을 제공한다. 따라서 은행이 공급하는 대출에 대한 대손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

둘째로는 4대 금융지주사의 부실저축은행 인수방안이다. 인수방식이나 조건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저축은행의 규모가 작은 만큼 저축은행 인수로 인한 재무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 총자산 기준 상위 20개 업체를 살펴본 결과 2010년 6월 말 기준 총자본 평균은 790억원 선이다. 2010년 3분기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사의 총자본 평균은 14조5000억원이다. 장부가치로 인수한다고 해도 금융지주사 순자산가치에 대한 영향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매각대상인 저축은행들은 장부가치에 할인이 적용될 것이므로 실제 손익 영향은 더 적다. 총자산 기준으로 봐도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2010년 말 기준 총자산 규모의 합계는 12조원이다. 4대 금융지주사 총자산 합계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3월 중반 이후 실적 개선 효과 가시화애초에 저축은행 인수 방식은 P&A(자산-부채인수)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식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실은행들의 정리 방법으로 쓰인 것으로 자산과 부채 중 일부를 분리해 인수하는 것이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실은행이 우량은행들에 P&A 방식으로 인수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 경우 보통 인수자가 재무적 투자자에게 보유 지분을 지정된 날짜나 가격에 되사기로 약정하는 풋백 옵션(put back option) 계약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매수 시점에서 자산가치를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거나 미래 자산가치 하락이 예상될 경우 주로 사용된다. 실제로 정부는 1999년 말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하면서 향후 2년간 발생하는 부실여신에 대해 풋백 옵션을 적용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PF 의 부실이 얼마나 진행될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풋백 옵션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한 저축은행의 순자산 부족분에 대해서는 예보기금이 투입되어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 설립 문제가 있다. 현재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권역별로 나뉜 예금보험기금을 공동계정을 설립해 한군데로 모아서 저축은행 부실 해결을 위해 사용하려는 것이다.

만약 이 방안대로 공동계정을 도입한 후 은행기금을 저축은행에서 사용하면 은행 주주 입장에서는 은행의 돈으로 저축은행을 구제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시중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은 우수하다. 단기간 내에 은행들이 예보기금을 써야 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현재 은행기금의 절반이 공동계정 기금으로 이전되어도 이미 적립한 기금이 사용될 뿐, 추가적 비용의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설령 예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공동계정이 도입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은행의 보험요율이 현재 수준에서 인하되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은행들의 예금보험요율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은행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

저축은행 사태가 부각된 이후 은행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은행주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또 금융위원회에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과 그 외 부실위험 저축은행들 리스트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불확실성도 완화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들에서 인출한 예금이 일부 우량 저축은행에 입금되면서 저축은행들의 예금인출 사태 역시 안정화되고 있다. 아직 저축은행 사태가 완료되었다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부실 우려에 대한 단계별 선조치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급한 불은 껐다고 보여진다.

앞으로는 순이자마진 개선과 대손비용 감소 등 은행 실적의 개선을 나타내는 핵심지표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은행주가에는 부진한 4분기 실적과 저축은행 사태라는 악재가 영향을 미친 만큼 앞으로는 3월 중반 이후 가시화될 1분기 실적 개선과 신속한 저축은행 사태 해결 방안 발표, 저평가된 가치에 초점을 두고 접근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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