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공조전문기업 HNC] 경영은 완벽 추구하는 예술

[공조전문기업 HNC] 경영은 완벽 추구하는 예술

신제품 흄 집진기와 함께 포즈를 취한 임재영 HNC 사장.

“직원들에게 지금은 개미의 시대에서 베짱이의 시대로 가는 중이라고 자주 말합니다. 내가 하는 일은 직원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이죠.”

‘예술경영’을 주창하는 임재영(49) HNC 사장의 철학이다. 그는 30여 명의 연구원과 디자이너가 생활하는 파주 연구센터를 아예 갤러리로 꾸민 괴짜 CEO다. 200여 점의 미술품과 화려한 인테리어로 장식한 연구센터는 이 회사 혁신의 본거지다. 그는 대단히 만족한 듯 보였다. 임 사장은 “임직원이 늘 예술, 문화와 접하면서 알게 모르게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한마디로 눈높이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 높아진 눈높이가 요즘 공조설비 업계에서 화제인 ‘VUUM(붐)’ 시리즈다.

알고 보면 임 사장이 주창하는 예술경영은 꽤 심오하다. 단순히 미술 작품을 걸어놓는 차원을 넘는다. 그는 “예술가는 창조와 창의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며 “기업도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라고 말했다. 그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경영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은 예술을 경영에 접목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독특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임 사장이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 꼭 시키는 것이 있다. ‘1분 안에 태극기 그리기’다. ‘건곤감리’ 4괘를 제대로 그리는지 보려는 게 아니다. 그는 “입사 원서를 모두 프린트물로 받기 때문에 필체를 볼 기회가 없는데 태극기를 그리게 하면 짧은 순간에 개성이 드러난다”고 했다. 그는 “볼펜을 누르는 힘과 태극 원을 그리는 모양을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을 읽을 수 있다”고도 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신입사원 OJT(직장 내 훈련)도 6개월 동안 진행한다. 여러 이유가 있다. 그는 “급한 대로 중소기업에 합격해 놓고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청년이 많다”며 “6개월간 강하게 교육하고 그 안에 나갈 사람은 나가라고 한다”고 했다. 덕분에 이 회사 신입사원 이직률은 확 줄었다.



신입사원 면접 때 태극기 그리게 해교육 마지막 날은 신입사원들이 조를 짜 사회봉사활동을 한다. 지난해에는 자발적으로 군포의 장애 어린이 재활원인 ‘양지의 집’에 벽화를 그려줬다. 그는 “스스로 상상해 만들어가는 에너지, 이것이 내가 직원들에게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 초기부터 해온 ‘독서경영’ 역시 형식적인 게 아니다. 그 스스로 독서를 통해 경영을 배웠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피터 드러커의 『미래의 결단』에서 급변하는 사회에 한발 앞서 대응할 수 있는 마인드를 배웠고, 대니얼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를 통해 ‘하이 컨셉트’ 개념과 ‘감성경영’의 모티브를 찾아내 경영에 접목했다.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독서를 강조하는 것 역시 “책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조직원 간에 메시지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도구”라는 믿음 때문이다.

HNC 직원이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어찌 보면 그는 참 속 편히 경영해온 CEO 같다. 하지만 그 역시 회사를 책임지는 CEO다. 중국에 공장을 세울 때 일이다. 전력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게 나오자 그는 중국 측에 깎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중국 전력회사 담당자는 임 사장을 식당으로 데려가 53도짜리 고량주를 큰 컵에 붓고는 한 잔에 100만원씩 깎아주겠다고 거드름을 피웠다. 임 사장은 열 잔을 마신 후 정신을 잃고 오줌을 지렸다. 중국 측 담당자는 다음날 1000만원을 깎아줬다.

공조설비 시공에서 클린룸, 흄(용접할 때 발생하는 미세 금속입자) 집진기, 공기 청정시스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HNC는 2009년 매출 급락의 위기를 넘기면서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600억원대로 뛰었고 올해는 1000억원 돌파를 기대한다. 관련 업계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 디자인과 혁신적 기능을 갖춘 제품을 잇따라 내놓은 게 주효했다. 임 사장은 “지난해 사장이 기여한 수주는 전혀 없다”며 “내가 월급을 주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내 월급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기업문화가 안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HNC는 아직 작은 회사지만 임재영 사장은 파주 연구센터 1층의 대형 그림처럼 큰 비전을 품었다. 그는 “공기를 다루는 기술은 우리가 최고”라며 “공기 경찰관, 공기 장사꾼으로 세상을 다 연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놀랄 만한 혁신 제품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우리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연방 웃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GS25, 오양주로 빚은 한정판 막걸리 업계 최초 출시

2편의점서 금테크… CU, 1g 카드형 골드 이틀 만에 완판

3‘베이징 모터쇼’ 4년 만에 역대급으로 돌아왔다

4“2030 소비자 잡아라”…홈쇼핑, 젊어지는 이유는

5“전자담배 발명 보상 못받아”…KT&G 前연구원, 2.8조 소송

6전신 굳어가지만…셀린디옹 “어떤 것도 날 멈추지 못해”

7검찰, ‘신림 등산로 살인’ 최윤종 2심도 사형 구형

8中알리, 자본금 334억원 증자…한국 공습 본격화하나

9CJ대한통운, 편의점 택배 가격 인상 연기…“국민 부담 고려”

실시간 뉴스

1GS25, 오양주로 빚은 한정판 막걸리 업계 최초 출시

2편의점서 금테크… CU, 1g 카드형 골드 이틀 만에 완판

3‘베이징 모터쇼’ 4년 만에 역대급으로 돌아왔다

4“2030 소비자 잡아라”…홈쇼핑, 젊어지는 이유는

5“전자담배 발명 보상 못받아”…KT&G 前연구원, 2.8조 소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