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우재룡의 ‘행복한 은퇴’>> 돈 많아도 일 없으면…

우재룡의 ‘행복한 은퇴’>> 돈 많아도 일 없으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51세의 한 임원은 얼마 전 어느 금융회사가 계산한 은퇴 비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60세에 은퇴해 25년을 살면서 월 2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노후 자금이 4억원이었기 때문이다(물가상승률 3%, 투자수익률 4% 가정). 하지만 월 200만원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300만원으로 늘리니 노후 생활비는 5억4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가 가진 자산은 시가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와 1억2000만원의 금융자산이 전부다. 앞으로 몇 년 안에 회사를 그만둘 가능성이 크지만 자녀 대학 교육비와 결혼자금이 들기 때문에 이 정도 자산으로는 노후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25년 넘게 생존할 공산이 크니 더욱 걱정이다.

중산층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필요한 노후 자금보다 자산이 부족한 사람이 허다하다. 그나마 자산이라곤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자녀에게 목돈이 들어갈 일도 남았다. 그런데 50대 중반에 퇴직하면서 근로소득은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은퇴 비용은 꼭 마련해야 하니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이때 되도록 은퇴 비용을 줄이고 소득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관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은퇴 후 일자리를 구체적으로 준비하거나 자신에게 적합한 은퇴 생활상을 선택해야 한다.이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은퇴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얼마나 들지 치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부부용 생활비, 남편 사망 후 10여 년 동안의 부인용 생활비, 남편과 부인의 간병비,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 상속세, 취미 생활용 자금 등이 필요하다.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비용처럼 목돈이 들어가는 항목은 자녀와 협의해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여기에 자동차의 크기를 줄이고 아파트 평수도 줄이는 과감한 다운사이징이 필수다. 그러나 비용에만 초점을 맞춰 은퇴 생활을 계획하면 곤란하다.

은퇴 후 생활상도 그려봐야 한다. 지금 사는 도심의 아파트를 팔고 교외에 있는 아파트나 전원형 실버타운으로 옮기면 적어도 현재 집값의 절반을 현금으로 만들어 은퇴 비용에 보탤 수 있다.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은퇴하면 많은 사람이 집을 줄여 실버타운으로 이사한다. 은퇴 후 학교나 학원에 다녀 자신이 선호하는 전문 자격증을 따서 제2의 인생 경력을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취미나 봉사 같은 비재무적인 측면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막연하게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걸 떠올리지 말고 적어도 5년 넘게 시간을 갖고 미리 준비하면 좀 더 행복한 은퇴 생활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비재무적인 면을 확실하게 선호할 경우 조기 은퇴, 부분적 은퇴, 점진적 은퇴와 같은 다양한 은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충분한 자금으로 풍요로운 은퇴 생활의 조건을 확보했는데도 생활이 지루하고 외롭다면 문제가 된다. 결국 은퇴 설계는 생활비를 충분히 마련하는 재무적 설계와 보람 있는 생활이 가능한 비재무적 설계가 균형을 이루도록 짜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 총리, 오후 3시 의대증원 관련 브리핑…조정 건의 수용할 듯

2“육각형 전기차 뜬다”...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6월 출시

3신임 한은 금통위원에 이수형·김종화 추천

4엉뚱발랄 콩순이 10주년 맞이 어린이날 행사 전개

5드미드 글로벌, 태국 TK 로지스틱 시스템과 300만 달러 수출계약 체결

6AI 사업 본격화하는 한글과컴퓨터

7야권의 승리로 끝난 제22대 총선…향후 한국 사회의 변화는

8‘님’은 없고 ‘남’만 가득한 멋진 세상

9"돈 주고도 못 사"...레트로 감성 자극하는 '이 핸드폰'

실시간 뉴스

1한 총리, 오후 3시 의대증원 관련 브리핑…조정 건의 수용할 듯

2“육각형 전기차 뜬다”...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6월 출시

3신임 한은 금통위원에 이수형·김종화 추천

4엉뚱발랄 콩순이 10주년 맞이 어린이날 행사 전개

5드미드 글로벌, 태국 TK 로지스틱 시스템과 300만 달러 수출계약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