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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수가 만난 투자의 고수 >> 공포를 사고 탐욕을 팔아라

예민수가 만난 투자의 고수 >> 공포를 사고 탐욕을 팔아라

달콤한 크리스마스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2004년 12월 26일 아침 7시58분. 수마트라 섬에서 160㎞ 떨어진 인도양 해저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쌓여온 운동에너지가 한계에 도달해 지각을 산산이 찢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배출된 막대한 에너지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순식간에 뒤흔들었고, 발리와 몰디브의 아름다운 해안에서부터 태국, 미얀마, 인도, 몰디브 그리고 멀리 아프리카 인근의 마다가스카르에까지 몰아닥친 쓰나미는 평화롭게 아침을 즐기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의 터전을 휩쓸어버렸다.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 역시 육지에서 수백㎞ 떨어진 바다 밑에서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의 움직임에 의해 오랫동안 쌓인 지하의 에너지가 폭발한 결과다.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46분, 평화로웠던 일본 어촌 마을은 20m의 초대형 해일이 밀어닥치자 불과 5분여 만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망·실종자는 2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아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능 공포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일본 대지진으로 지구의 자전축이 10㎝ 이동하고 일본 본토가 동해 쪽으로 약 2.4m 움직이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와 일본을 강타한 이들 초대형 지진의 시작은 해안에서 한참 떨어진 바다 속에서 서서히 일어나 처음에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가 모이고 일순간에 임계점을 넘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일으키며 폭발한다. 자연현상과 마찬가지 경제현상도 평소에는 균형을 잘 이루고 있지만,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 극단적 변화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회현상 사이의 관계를 통해 ‘숨어 있는 질서’를 찾으려는 노력이 복잡계 이론이다. 최근 복잡계 이론을 통해 주식시장을 분석하고 있는 이승조(53) 다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일본 대지진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항상 큰 변화가 오기 전에 미세한 징후가 나타납니다. 우리가 간과하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일본 대지진은 자연재해이지만 세계경제, 특히 아시아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대지진 여파가 일본경제 그리고 세계경제에 어떤 지각변동을 가지고 올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본에 투자하려 했던 국제 자금과 심리적 불안감을 느낀 일본 자금이 한국으로 몰려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무극선생으로 유명한 재야 고수이승조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잘 알려진 재야 고수다. 1980년대 중반 대우증권 근무 당시 종잣돈 1억원을 자기 회사 주식에 투자해 50억원으로 불리며 ‘졸지에 부자’가 됐다. 이어 사표를 던지고 투자정보 클럽을 운영하다가 ‘졸지에 빚쟁이’로 전락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의 단맛과 쓴맛을 온몸으로 경험한 후 그는 일반투자자에게 투자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 ‘무극선생’으로 다시 태어났다.

-무극(無極)이란 무슨 뜻인가.

“한쪽 끝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어차피 주가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시장을 예측하지 말고 중심을 잘 잡아 변동성의 칼날을 피하자는 것이다. 이는 『논어』 『주역』 등에서 말하는 중용사상으로 극단에 치우치지 말라는 뜻이다.”

-지금은 다인인베스트먼트 대표인데, 다인(多仁)은 또 뭔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내공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공이란 것이 결국 너그러운 마음이더라. 시장과 싸워 이기려는 교만한 마음이 아니라 시장에 순응하는 마음 즉,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다. 투자는 결국 기다림의 미학이다. 남들이 다들 무서워 공포를 느끼고 도망갈 때가 주식을 살 때다. 이번에 일본 대지진 사태를 보라. 결국 매수의 기회였다. 그리고 모두가 탐욕에 빠져 주식에 달려들 때가 주식을 팔 때다. 투자는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이다.”

말을 듣고 있자니 결국 다인(多仁)은 다인(多忍)인 셈이다. 그는 또 다인(多仁)은 다인(多人)이라고도 했다. 이승조 대표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지적금융전사 100명을 키우기 위해 최근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이유요? 일종의 업보 같은 거죠. 한때 잘나간다고 정신 안 차리면 나같이 될 수 있다. 너희는 나 같은 고통을 겪지 마라. 내공을 키워라. 빨리 부자가 되려 하지 말고 먼저 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워라. 이렇게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중국 관련 주 사놓고 여행 떠나라-시장을 예단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뭘 보고 투자하나.

“결국은 기업의 본질가치다.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알아내 시간여행을 떠나야 한다. 본질가치는 있는데 일시적 업황 부진이나 예상치 못한 악재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주식을 살 때다. 물론 하락했다고 무조건 사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정립한 기업가치 평가방식에 의해 가격이 가치에 비해 30%가량 싸진 시점에 매수하기 시작해 50% 싸질 때까지 사들어 간다. 이후로는 기다리면서 가치 이상으로 올라가면 매도하기 시작한다. 가격이 가치를 두 배 이상 넘어서면 대부분 매도한다.”

-주가는 3개월에 한 번씩만 보라고 했는데. 투자 후 기다리는 시간은.

“경험상 대략 3년 정도면 되는 것 같다. 주가가 가치보다 싸다고 생각해 매수해도 곧바로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싸다고 생각해 샀는데 횡보하거나 혹은 더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게 마련이고 원하는 만큼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려면 2~3년 정도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주목하는 분야, 관심주는.

“앞으로 5년간은 중국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 대내지향적으로 방향을 선회한 중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내수 관련 기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다. 중국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국내 기업 가운데 CJ그룹과 SK그룹이 돋보인다. 두 그룹의 지주회사인 CJ나 SK가 좋아 보인다. 중국 내수시장 성장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이랜드, 베이직하우스, 웅진코웨이, 락앤락 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계주는 두산중공업이 최선호주다. 국내 산업의 구조개편과 관련해 통신주 가운데 SK브로드밴드, 금융주 가운데 대우증권 등도 유망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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