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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조금씩 오른다?

느리게 조금씩 오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3월 28일 종가 모습.

최근 주식시장의 특징은 두 가지다. 우선 외국인 매수가 늘었다. 3월 17일 이후 1조500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3월 10일 하룻동안 1조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 판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 일본 지진의 여파가 개별 종목에까지 미쳤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주의 경우 일본의 관련 시설이 피해를 봐 우리 기업에 주문이 몰릴 것이란 전망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올 들어 세계 유동성은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머징마켓에서 선진국으로 흘렀다. 2009년 이후 미국 채권형 펀드에는 매월 3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차가 4%포인트 가까이 벌어져 주식이 유리한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채권에서 자본 이득이 발생했던 점과 금융위기로 자금 흐름이 보수적이었던 점이 채권으로 자금 유입을 촉진했던 요인이다.



이머징마켓으로 다시 자금 들어와이런 행태는 2010년 11월 바뀌기 시작한다. 채권형 수익증권 자금 유입이 유출로 반전됐다.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격차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벌어진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자 채권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채권에서 자금이 유출돼 주식으로 들어오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주식과 관련해선 2010년 10월을 기점으로 이머징마켓 일변도로 펼쳐지던 자금 유입이 선진국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약 6개월 동안 선진국 시장에 들어온 주식 투자 자금을 합하면 2000억 달러를 넘는다. 경기와 주가가 이런 변화를 만든 원동력이었다. 지금은 선진국 주가가 상당히 올랐지만 자금 이동이 시작되던 작년 10월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이머징마켓은 금융위기 이전 주가를 회복한 반면 선진국은 상당히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선진국의 주가가 자금 이동을 촉진한 요인이었다.

일본 지진을 계기로 이머징마켓으로 자금이 되돌아오고 있다. 3월 넷째 주 외국인은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 증시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지역별 순매수액을 보면 한국 8억9000만 달러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1억5000만 달러, 대만 1억3000만 달러 등이다. 외국인은 인도와 태국 증시에서도 3월 중순 이후 꾸준히 매수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머징마켓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 변화가 시작됐다. 재정의 경우 G7(주요 7개국) 공공부채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 GDP(국내총생산)의 82%에서 2010년 110%로 늘어났다. 반면 아시아 이머징마켓은 2010년 35%에서 2015년 31%로 줄어들 전망이다. 경기회복도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다시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호한 재정이 경기 안정을 위해 방어막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호의적 기대와 단기 주가 하락으로 외국인 매수가 늘어나고 있다. 2월 중순 이후 주가 조정의 가장 큰 요인이 외국인 매도에 따른 수급 공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2010년 칠레에 규모 8.8의 지진과 쓰나미가 수도 산티아고 남부에서 발생했다. 지진 발생 전까지 칠레 경제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어 5%대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진이 터지자 경제 전망치가 급격히 낮아져 해당 분기에 3%포인트, 다음 분기에 2%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재건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제가 원상을 회복해 실제 성장률은 5.2%로 마감됐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원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이 안정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복구 수요에 따른 영향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기업 단위의 미시적 측면이다. 기업의 생산시설이 원상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기간 동안 공급에 차질을 빚는 업종은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



종목 간 주가 차별화 이어져물론 일본의 제조업이 충분한 생산 여력을 가지고 있고, 일본의 경쟁국도 생산을 확대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란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안을 찾기 힘든 핵심 부품의 경우 문제가 다르다. 또 1차 협력업체를 뒷받침하는 2, 3차 협력업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도 상정해 봐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2차전지, PCB(인쇄회로기판) 등은 소재와 원재료를 100% 국산화한 품목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들 부품 역시 핵심 소재와 화학 성분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제품이 많다. 부품 중 일부와 그 부품 생산을 위해 필요한 화학 성분과 소재의 상당 부분이 일본의 2, 3차 협력업체에 달려 있다면 그 파장은 예측하기 힘들 수 있다.

전주 자동차 부품 회사 주가의 급등은 이런 측면을 반영한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 자동차 회사의 부품 조달에 문제가 생겨 연간 40만 대 정도 생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아직 일본 지진으로 어느 정도 공급에 차질이 생겼는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전자장비, 자동차 공장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있다.

주가가 2000선 중반까지 상승했다. 일본 지진의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 짐작했지만 주식시장에서 상황 전개는 더 빠른 것 같다.

이제는 주가 수준에 대해 판단해야 할 때다. 수준이 낮으면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주변 상황 개선에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 현재는 전고점인 2120선을 넘을 힘도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떨어질 상황도 아니다.

3월 셋째 주부터 종목 간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익 증가가 예상되거나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고 있는 자동차, 화학 업종은 전고점을 넘은 반면 IT(정보기술)는 약세다. 주가가 오르면서 시장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체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

종합주가지수가 더 오르려면 외국인 매수로 이뤄진 에너지 보강 작업에 기관투자가가 참여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이 대부분 상승한 대목도 걸린다.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 많은 지역에 확산돼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4월 시작되는 미국의 예비 실적 발표가 잘 나와야 한다.

일본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 시장이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음이 입증됐다. 선진국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고, 선진국에서 유동성 회수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인식이 강해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가의 바탕이 탄탄한 만큼 하락도 클 수 없다. 당분간 시장은 느린 속도로 조금씩 올라가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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