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개방이 살길이다 >> 반쯤 열린 문 더 열어젖혀야

개방이 살길이다 >> 반쯤 열린 문 더 열어젖혀야



우리나라가 교역규모 세계 7위, 인구 2000만 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10위, GDP(국내총생산)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개방과 자유무역’ 덕이다. 자원빈국,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을 방법은 개방뿐이었다. 문을 열 때마다 나라는 내홍을 겪었다.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때도,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때도 그랬다. 100년 전 그때처럼 쇄국은 애국의 논리로 포장됐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것은 개방의 열매였다.

한국경제의 문은 이제 반쯤 열린 정도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태생적 한계,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세계경제가 불안하면 휘청대는 현실은 문을 더 열지 못하는 콤플렉스였다. 외환위기 트라우마는 여전히 한국 사회와 경제의 그림자로 남아 있다. 이 콤플렉스를 벗어야 한다. 외국인이 돈을 싸 들고 이 땅에 투자할 유인(금융·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수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해외 기업과 광산을 사고, 글로벌 회사와 손잡을 때다. 급변하는 무역질서에서 튕겨 나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나라와 FTA를 맺고, 동남아시아의 비숙련 근로자뿐만 아니라 고급 두뇌를 데려와야 한다. 문을 더 열어야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FTA는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엔진


2007년 이후 3년 만인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이 다시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30% 늘어난 무역이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1조 달러 무역시대를 열면서 세계 8위의 무역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월까지 수출입이 2500억 달러를 넘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1조 달러 목표 달성은 가능할 전망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한 것이 1995년이었으니 2만 달러 진입까지 15년이 걸린 셈이다. 중간에 발생한 외환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선진국의 평균 10여 년에 비하면 그 속도는 빠른 편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소득 3만 달러 진입을 앞당기려면 획기적 대책과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특성상 무역이 그 해법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졌을 때 주요국은 자국의 산업보호와 경기부양을 위해 각종 보호주의 조치를 경쟁적으로 시행했다. 이에 따라 FTA(자유무역협정) 같은 자유무역의 움직임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08년 위기 이후 새롭게 발효된 FTA는 73개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창설 이후 지금까지 발효된 전체 건수의 무려 4분의 1에 달했고, 특히 중국·일본·EU(유럽연합) 등 우리 주요 경쟁국들은 FTA 확대에 더욱 힘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페루 FTA 서명식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이 샴페인으로 건배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이 현상은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로 인한 교역 위축을 우려하면서 해외시장만은 잃지 않겠다는, 오히려 더욱 확대하겠다는 정책적 의지의 결과다.

우리나라도 동시다발적 FTA 추진이라는 원칙하에 45개국과 8건의 FTA를 체결했다. 체결 건수나 대상국의 경제규모 측면에서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EU 등 핵심 국가와의 FTA 발효가 지연되면서 실제로 FTA 적용을 받는 교역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교역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이 FTA의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다. 한·미, 한·EU FTA만 발효되더라도 우리나라의 FTA 교역 비중은 40%까지 올라가고 체감효과도 본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FTA 특혜관세 활용률도 문제다. FTA를 통한 상품시장 개방률이 대부분 90%를 훨씬 초과하는 높은 비율임에도 그 활용률은 극히 저조하다. 특히 수출에서의 활용률은 20% 미만에 불과한 게 다수다. 활용되지 않는 FTA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이제 이행과 활용률 제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지속적 경제성장 여부는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도국 교역 비중이 거의 7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0%라는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우리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자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브라질·러시아 등의 민간소비도 지난 수년 동안 연평균 7% 이상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국가들의 내수시장 진출에 실패한다면 결국 성장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다자체제의 한계를 이용한 위생검역, 기술규제, 환경 관련 조치 등 비관세 장벽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FTA를 통한 효과적 시장접근과 무역장벽 완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FTA가 만사는 아닐지라도 분명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 데 가장 중요한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는 외국인들. 고급 외국인력의 유입은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필수 요건이다.


최홍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외국인 근로자 200만으로 늘리자


문호 개방은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을 위한 선택적 대안이 아니라 필수조건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은 15~64세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16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핵심 취업연령인 25~54세 인구는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다. 2050년께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13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인력 수급 차질과 세수 감소를 초래해 성장잠재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정부나 주요 연구기관들은 2020년까지 70만~140만 명의 인력 수급 불일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인력 유입을 위한 문호 개방은 한국의 경제규모와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는 데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일부에서는 내국인 고용 잠식이나 사회갈등을 우려한다. 하지만 외국인력 유입에 따른 노동시장 테스트를 강화하고 효과적 사회통합 전략을 병행하면서 적정 규모의 외국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 경제성장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는 기업이 투자 여력이 제고돼 오히려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1997년 이후 10년간 영국에서 창출된 200만 개의 신규 고용 중 150만 개가 외국인 근로자에 의한 것임을 증명해내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2004년 도입한 고용허가제의 부작용에 대해 다양한 우려가 있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한 안정적 노동 공급을 위해서는 국내 체류 외국인 규모를 현재보다 약 80만 명 늘어난 200만 명 수준으로 확대·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해외인력에 대한 문호 개방은 현재와 같은 저숙련 노동자보다 중간 숙련 또는 고급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21세기 최고의 성장동력은 자원이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에 전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모든 국가가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이 자랑하는 IT(정보기술)·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 출신의 고급 두뇌에 기반한다. 실리콘밸리 기업 중 이민자 창업이 절반을 넘고 이들 기업은 2005년에만 약 45만 개의 고용과 52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이민정책의 보수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고급 인력에 대해서는 오히려 문호를 개방하는 적극적 유치전략이 병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영주권 발급 조건을 완화하고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등 문호 개방을 통한 해외 우수 인력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 체류 중인 해외 인재들은 전체 외국인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숙련 외국인력 비중이 과다하게 늘어날 경우 외국인 사회의 취약계층화를 초래해 사회통합 비용을 증대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유럽의 경우 자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 중 20~30%가 숙련도가 높은 고급 인력임을 감안할 때 한국은 최소한 200만 명의 목표 체류 외국인 중 약 10% 수준인 20만 명 규모의 전문인력 유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도 인종적 다양성이 효과적 인사관리 전략과 결합할 때 자기자본이익률 등 기업의 재무 성과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의 결합은 사회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혁신적 아이디어 생산의 촉매가 된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위한 글로벌 아웃소싱이 절실한 이유다.



안홍철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지난 3월 한국선진화포럼 주최로 열린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에 대한 토론회.
금융·세제 고쳐야 외국인 투자 온다

지난해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129억 달러에 달했다. 큰 금액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의 외국인 투자누적액은 GDP(국내총생산)의 9.8%다. 선진국의 24.7%에 비해 부족하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외국인 투자비중이 수출의 12.4%, 수입의 12.3%, 매출의 9.4%, R&D(연구개발)의 6%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선 외국인 투자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할 방법은 많다. 무엇보다 법인세율(22%)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가이드 라인 범위 안에서 싱가포르(17%)·대만(17%)·홍콩(16.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이 점에서 내년으로 예정된 ‘법인세율 20% 인하’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세원 발굴 측면에서는 싱가포르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MICE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도약’이라는 슬로건으로 엔터테인먼트·국제회의·전시회·카지노 사업을 허용했다. MICE는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싱가포르의 MICE산업은 지난해 15% 성장했고 관광객은 17% 늘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의 엔터테인먼트 및 카지노 사업은 3만 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했다. 여기서 더 주목할 점은 싱가포르 및 중국 투자가가 투자액의 상당부분을 싱가포르·홍콩의 금융시장에서 조달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제조업 기반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선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서비스산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특히 금융·법률·회계·의료·레저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분야의 외국인 투자유치는 제조업 성장을 위해서도 강조돼야 한다. 외국인 투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경제발전에 성공한 싱가포르와 중국은 금융·법률·회계 등 전문 서비스 분야와 제조업의 외국인 투자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금융개혁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 기능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정책기관이 감독업무에 관여하거나 감독기관이 정책기관이 할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자산운용·파생상품·헤지펀드 등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이때 세율을 감면하면 직접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 밖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탄소거래 허브를 하루빨리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거주자의 부동산 및 인프라 펀드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 감면도 고려해야 할 때다. 그래야 부동산과 인프라 사업에 묶인 자금이 돌아간다.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시장 진입을 환영하고, 투자은행 육성과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장려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양원근 KB경제연구소장

해외 직접투자 ‘3만 달러’ 돌파구

내수시장이 작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수출을 통해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생산요소의 비교열위, 자원 내셔널리즘의 대두, 국제수지의 불균형 문제, 글로벌 경제의 통합 등을 고려할 때 일방적인 수출 증대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 해외투자 활성화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해외투자는 생산활동에 필요한 특정 자원을 획득하고 해외시장 확보, 국경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동기에서 발생한다. 기업의 해외투자는 기업 내 무역으로 인한 교역 증가, 고부가가치 활동의 국내 집중을 통한 고용 증가, 해외 영업망 확대와 같은 다양한 순기능을 통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과거 수출주도형 경제 성장을 추구하던 우리나라가 가격경쟁력에 의지하는 경제 체제였다면 이제 R&D(연구개발) 역량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으로 경쟁 역량을 이전할 때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 공격적인 해외투자가 필요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2010년 우리나라 기업의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에 대한 투자가 되살아나며 전체 해외투자액 증가를 견인했다는 통계는 고무적이다. 향후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광업 투자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제조업 분야의 투자 증가 역시 국민소득 증가와 방향을 같이하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대표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위기 이전부터 유지되어온 견실한 해외투자가 기초 체력을 다져줬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최근 괄목할 만한 증가 추세를 보인 에너지 공기업이나 국민연금 등 공공부문의 투자 외에도 민간기업 중심의 해외 자산 투자가 보다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전체 해외투자액 중 공공부문의 비중은 8%에 머물렀으나 2010년 36%로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민간기업의 해외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린필드(미개척지) 전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해외투자 형태가 적극적인 M&A(인수합병) 및 지분 인수, 합작회사 설립 등으로 다양화돼야 하는 과제가 뒤따른다.

투자 대상 또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 분야의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의 저렴한 생산요소를 활용하거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자원 개발이나 기술력을 가진 해외 기업 그리고 지식기반 산업 및 고부가가치 상품화가 가능한 서비스업 역시 해외투자의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생산강국 중국이 2000년대 이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형성한 자본으로 해외 자원 확보와 기술 습득을 위한 투자 등 자국의 경쟁 우위를 보완할 수 있는 투자처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의 실물 지원 기능 확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해외투자가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환율 리스크의 완화나 투자 대상국의 경제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측면 지원, 투자 금융과 관련한 서비스 제공 역시 우리 금융산업이 안고 있는 숙제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선진국의 가계부실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대두 등 많은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른바 ‘뉴 노멀(새로운 표준·기준)’로 규정되는 향후 세계 경제에 있어 시의적절하고 적극적인 해외투자가 우리의 새로운 성장 수단이 돼야 한다.
지난해 10월 29일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정상들은 ‘3국 협력 사무국’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임양택 아시아경제협력단 이사장

급변하는 한·중·일 교역 환경에 대비


21세기 들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발전 속도를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는 세계경제의 버팀목으로 부상했다. ‘아시아 시대의 도래’가 과언은 아니다. 이 와중에 EAC(동아시아공동체), EFTA(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 등 아시아판 EU를 향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온적이던 한·중·일 FTA(자유무역협정) 협상도 재가동됐다.

만약 한·중·일 3국 간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경우 무역량이 10% 늘고 경제성장률이 5.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무역량이 12% 이상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은 1.5%포인트, 일본은 무역량이 5.2%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은 1.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EAFTA가 창설되면 아세안 10개국의 GDP는 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일 세 나라의 교역구조는 얽혀 있다. 한국은 중국에 원자재를, 중국은 일본에 소비재를,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자본재와 원자재를 주로 수출한다. 이런 분업구조는 향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은 점차 원료부터 완성품까지 모두 자체 해결하는 ‘완결 형태’의 산업구조로 갈 전망이다.

대표 산업이 비슷한 한국과 일본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FTA를 통해 공동 번영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한국으로서는 향후 표준화된 완제품 분야보다 정밀부품 및 자본재를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FTA 체결을 통한 양국 간 산업기술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한·중 FTA 역시 절실하다. 최근 중국은 제12차 5개년 규획을 통해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 내수용 자본재·중간재 비중을 키워야 한다. 더욱이 중국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대만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한·중 FTA를 통해 관세 인하 조치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 농수산 분야와 일부 중소기업의 제조업 분야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한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한국 총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 대상국 및 투자 대상국인 중국시장을 상실한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파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역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은 중·장기적 산업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한시바삐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체제 아래에서 국가 경쟁력 하락은 곧 위기를 뜻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고도화 및 건실화, 산업조직 효율화가 필요하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노동 및 자본집약적 산업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 및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고부가가치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함으로써 부품·소재의 수입 의존도를 감소시켜 외화가득률과 부가가치율을 올려야 한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것도 과제다.

정리=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효성, 형제 독립경영 체제로…계열 분리 가속화 전망

2윤 대통령, 이종섭 호주대사 면직안 재가

3행안부 “전국 26개 사전투표소 등 불법카메라 의심 장비 발견”

45대 저축은행 지난해 순이익 1311억원…전년比 81.2% 급감

5조석래 명예회장 별세…기술 효성 이끈 ‘미스터 글로벌’

6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7남양유업, 60년 ‘오너 시대’ 끝...한앤코 본격 경영

8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9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실시간 뉴스

1효성, 형제 독립경영 체제로…계열 분리 가속화 전망

2윤 대통령, 이종섭 호주대사 면직안 재가

3행안부 “전국 26개 사전투표소 등 불법카메라 의심 장비 발견”

45대 저축은행 지난해 순이익 1311억원…전년比 81.2% 급감

5조석래 명예회장 별세…기술 효성 이끈 ‘미스터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