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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원-달러 환율 1000원대 초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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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져 수출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원-달러 환율이 2년7개월 만에 달러당 1000원대로 하락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장중 114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빠르게 떨어져 4월 8일에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인 1083원으로 주저앉았다. 2008년 9월 8일 1081원 이후 최저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 건 중동 및 북아프리카 민주화 바람과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불확실성이 일정 수준 해소되며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고,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한국 시장으로 다시 들어와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주가를 비롯한 금융시장은 물론 수출 등 실물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움직일까?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이슈는 크게 세 가지다.



엔 캐리 트레이드 등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우선 최근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의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의 통화나 자산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은 4월 7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미국에서도 통화정책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은 다르다. 대지진 이후 막대한 엔화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0∼0.10% 수준의 낮은 정책금리도 앞으로 상당 기간 유지할 전망이다. 일본과 주요국 사이의 금리 차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3월 18일 G7(주요 7개국)은 공동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엔화 가치의 급등을 제한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것이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2004년 일본은 단독으로 15조 엔에 달하는 시장개입을 단행해 엔화 강세 기대심리를 저지했다. 당시 일본은행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유럽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올렸다. 일본과 주요국들 간의 금리 차가 확대돼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됐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의 투자 통화, 즉 고금리 통화인 호주달러화나 원화 등의 가치는 올랐다.

다음으로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 약화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물가 불안으로 정부는 금리 인상과 더불어 외환시장에서 개입 강도를 낮춰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일정 수준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고환율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과거에도 시장에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자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한 경험이 있다. 200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외환시장 개입 관련 비용에 대한 질의가 반복 제기되자 당국의 시장개입에 부담이 커졌고, 원-달러 환율은 2004년 9월 말 1152원에서 2004년 말 1035원으로 3개월 만에 달러당 117원이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 인상 기대감 고조는 달러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경기회복을 위해 2010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6000억 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는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정책금리 역시 0~0.25%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실업률이 2년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는 등 추가적 통화 완화정책의 필요성이 줄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이 통화긴축, 즉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2004년에도 미국이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기 전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기대가 먼저 반영돼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도 약세에서 강세로 반전됐다.

다만 미국의 영향력은 당시와 다르다. 당시 미국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선두주자로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 변화가 달러화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흥국과 유럽중앙은행이 이미 통화긴축으로 방향을 선회한 후에 미국이 후발주자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력이 예전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저환율 시대 대비해야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주요 이슈를 살펴본 결과 하락 요인이 우세하다. 2011년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060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연말에는 1000원대 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혼재한다. 무역 의존도가 87.9%에 달하는 한국경제에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 수출 감소,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감소, 성장률 하락 등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은 0.7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달리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물가불안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에 긍정적영향도 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0%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경제는 원화 강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은 저환율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 기업은 2005년에서 2007년 저환율 시기의 환위험 관리 강화, 원가 절감,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을 통한 대응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05~07년 중 진행된 엔저로 일본 수출기업이 내실경영에 대한 긴장을 풀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진행된 엔고로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의 주된 요인이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에 따른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급격한 자본 유출입은 과도한 환율 변동과 금융시장 불안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책 당국은 현재 시행 중인 선물환 포지션 규제와 외국인 채권투자소득 과세 환원, 외환건전성부담금(일명 은행세) 등 기존 조치를 강화하거나 예정대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기존 제도가 주로 은행 등 금융회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외국인 자금이 자본시장을 통해 우회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이 사전에 정한 수준 이상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사전에 정한 세율로 과세하는 ‘조건부 금융거래세’와 같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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