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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Guide 행복한 노후, 우리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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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출범 이후 우재룡 소장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은퇴문화 알리기에 열심이다.

5월 12일 삼성생명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2010 회계연도 실적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은 3월 말 146조원인 자산을 2015년까지 200조원 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성장전략도 내놨다. 그중 하나가 은퇴시장 공략이다. 본격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조만간 은퇴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고객 맞춤형 은퇴설계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준비는 지난해부터 했다. 지난해 8월 FP(Financial Planner)센터 산하에 은퇴연구소를 세웠다. 6개월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올해 2월 은퇴연구소를 퇴직연금연구소와 합쳐 사장 직속의 정식 연구소로 확대 개편했다. 연구조사팀, 기획조정팀, 마케팅개발팀, 퇴직연금팀, 상담센터 등 5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인력은 40여 명. 하반기까지 국내외 은퇴·재무설계 전문가를 영입해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외부 자문위원단도 뽑았다. 최현자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김원식 한국연금학회장, 조우현 연세대 의과대학 보건정책 소장, 김대식 보험연구원장,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5명이다. 이들은 앞으로 내부 연구인력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건전한 은퇴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조언할 계획이다.



은퇴스쿨, 은퇴클리닉 선보여연구소 초대 소장은 우재룡 상무가 맡았다. 그는 국내 최초의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를 설립했다. 펀드를 연구하면서 펀드 자금의 60% 이상이 노후자금인 것을 알게 된 그는 자연스럽게 은퇴설계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행복한 은퇴설계> 등 수많은 은퇴 관련 책을 내놓으며 은퇴 전문가로 변신했다.

그를 5월 18일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내 은퇴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재무적 컨설팅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준비를 도와 국민이 오히려 은퇴를 기다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요즘 서울, 목포, 광주 등 전국 곳곳을 다니며 강연한다. 전날은 대구와 부산을 다녀왔고, 다음날은 진주로 간다고 했다. 2월 이후 강연 횟수만 80회에 달한다. 그가 목이 아프도록 얘기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다. 은퇴에 대한 인식을 바꾸라는 것. “상당수가 은퇴와 퇴직을 동일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일자리를 잃는다는 게 곧 일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40대 이후 30년은 보내기에 따라 가장 의미 있는 시기가 될 수 있어요.”

선진국은 은퇴를 축복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아성취를 하는 ‘제3의 인생’(third age)으로 생각한다는 것. 우 소장은 고령화가 진전됐는데도 타격을 덜 받은 북미형 은퇴설계 모델을 한국 상황에 맞게 도입할 계획이다.

은퇴스쿨도 열고 있다. 삼성생명 보험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은퇴준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은퇴준비 상황을 진단받고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은퇴클리닉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오프라인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에서도 은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생명은 홈페이지(www.samsunglife.com)에 은퇴 정보 코너를 개설했다. 웹 사이트의 첫 화면은 고객들의 버킷 리스트다. 가족 밴드 만들어 연주하기, 기차로 세계여행 가기, 이탈리아 가서 가방 디자이너 되기 등 은퇴 이후 꿈꾸는 삶들이 소개돼 있다. 흥미롭게도 대부분 금융사가 강조하는 ‘얼마를 벌어야 노후가 편안하다’는 얘기는 찾아볼 수 없다. 돈 얘기 대신 어떻게 하면 은퇴 후 삶이 행복할 수 있을지를 자세히 정리해 놨다.

우 소장은 은퇴자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고 들려줬다. 나이를 잊은 탐험가형, 편안하게 즐기는 전통적 은퇴 생활형, 걱정하며 살아가는 근심형,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형 등이다. 우리나라가 은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높은 데는 근심형이 많기 때문이란다.

걱정이 많은 이유는 뭘까. 기대수명이 갑작스럽게 늘면서 은퇴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0년 한국 남자의 평균 기대수명은 62세였다. 55세 때 회사를 그만두고 7년쯤 살다 세상을 떠났다. 은퇴설계가 필요 없었다. 불과 30년 사이 한국 남녀 평균 기대수명은 90.8세로 확 늘었다. 55세를 기점으로 은퇴하면 35년쯤 더 살아야 한다. 골프 하고 여행 다니며 살기엔 너무 긴 세월이다.



은퇴를 위한 행복 포트폴리오 짜라우 소장은 은퇴에 앞서 행복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다섯 가지 조건을 고루 갖춰야 한다. 가족, 건강, 취미, 사회활동, 소득이다. “은퇴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상대는 배우자입니다. 서먹해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많이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하는 게 좋아요. 사회활동도 마찬가지고요. 할 일 없이 놀기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에 도전해 보는 겁니다. 건강은 젊은 시절부터 챙기는 게 중요하고요.”

소득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부동산 비중을 낮출 것을 제안했다. “상당수가 은퇴 이후 도심을 벗어나 공기 맑은 시골에 내려가는 전원생활을 꿈꾸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전원주택은 불편합니다. 정원 손질도 힘든 데다 무릎이 아파 2층에 오르내리기도 힘듭니다.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 가기도 쉽지 않고요. 외국에서 은퇴자들은 집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거나 좀 더 행복한 노후생활이 되도록 준비합니다.”

그는 다섯 가지 행복 요건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꼼꼼하게 인생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새로운 은퇴방법도 들려줬다. 첫째, 절반만 은퇴하기(Semi-retire)다. 병원장, CEO 등에게 유용하다. 절반만 일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일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서서히 은퇴하기. 40~50대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이다. 나이대별로 소득을 낮추거나, 조금 더 보람 있는 일자리를 찾는 등 단계별로 은퇴를 준비한다. 마지막은 영원히 은퇴하지 않는 거다. NGO(사회단체), NPO(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하거나 자신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창업해 계속 일하는 방법이다.

우 소장은 앞으로 은퇴 관련 이슈에 대해 사회적 대안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선진국 사례를 연구해 국내 은퇴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좋은 제도는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은퇴자의 집을 고쳐주는 사업을 한다. 문 손잡이를 다시 설치하고, 서랍 높이를 낮추는 등 육체활동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집을 리모델링해 준다. 비용은 220만원 정도. 우 소장은 선진국 제도를 국내 상황에 맞게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밖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대책 방안, 연금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고령 인구 일자리 창출 등도 하나씩 풀어나갈 참이다.

[풍요로운 은퇴를 준비하는 노하우는 포브스코리아 6월호 별책부록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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