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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윌리엄 왕자의 웨딩

Luxury 윌리엄 왕자의 웨딩

1902년 제작된 스테이트 랜도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향하는 윌리엄 왕자 커플.

발렌티노, 구찌, 알베르타 페레티, 엘리자베스 에마누엘, 미소니, 베라 왕, 타미 힐피거….

전 세계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모두 그녀의 간택을 바랐다. ‘세기의 구애’를 받은 그녀는 바로 윌리엄 왕자의 여인 케이트 미들턴. 결혼식의 백미인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제작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브랜드의 명성은 수직상승한다.

윌리엄 왕자의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비가 1981년 입었던 엘리자베스 에마누엘(Elizabeth Emanuel) 웨딩드레스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로열 드레스’로 유명하다.

케이트 미들턴은 어떤 브랜드를 선택했을까. 행운의 주인공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국의 천재적 디자이너 브랜드인 알렉산더 매퀸으로 낙점됐다. 이유는 복잡하다. 2005년 미들턴은 친구가 카밀라 콘월 공작부인의 아들인 톰 파커볼스와 결혼할 당시 입었던 1만 파운드짜리 매퀸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보고 반했다. 유명 패션잡지인 보그의 알렉산더 술만 편집장 등이 매퀸을 추천한 것도 그녀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심플한 금반지 에물
‘세기의 당첨’은 사전에 은밀히 알려졌다. 하지만 알렉산더 매퀸 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끝까지 철통보안을 지켰다. 드레스는 식이 시작되기 10분 전 신부가 결혼 전야를 보낸 고링 호텔에서 나와 롤스로이스에 타면서 비로소 공개됐다.

결혼식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한 매퀸의 수제자 세라 버튼은 현존하는 가장 ‘핫’한 명품 디자이너로 급부상했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버버리나 멀버리 등 영국 브랜드만 고집하던 미들턴이 어김없이 자국 메이커를 선택한 이유는 자명하다.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루니 역시 디오르, 이브생로랑 등 프랑스 브랜드를 고집해 자국 패션을 알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통과 모더니티가 예술적으로 결합된 이번 웨딩드레스는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알렉산더 매퀸의 트레이드 마크인 보디 라인이 돋보이도록 해 가슴과 허리라인이 몸에 꼭 맞게 디자인됐다. 3m 가까이 되는 드레스의 트레인(뒤로 길게 늘어지는 부분)과 1936년 제작된 화려한 다이아몬드 티아라로 베일을 고정해 눈길을 끌었다.

드레스가 공개되자 곧바로 베끼기 경쟁이 시작됐다. 미국 뉴욕의 드레스 디자이너인 샬라 모라디는 “몇 시간 안에 모조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고, 호주의 한 디자이너도 “40시간 안에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팔겠다”고 했다. 웨딩 전문가들은 미들턴의 드레스가 앞으로 1~2년간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번 결혼이 명품으로 치장해 화려하고 파격적일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신부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18세 생일 때 받아 간직해 오던 까르띠에의 티아라를 빌려 썼다. 투명한 면사포에 머리는 자연스럽게 묶었고 화장은 직접 했다. 미들턴의 예물반지는 다이아몬드 대신 심플한 금반지였다. 영국 왕실 전통에 따른 웨일스산 금으로 만들었다. 이 금은 윌리엄 왕자가 약혼 후 여왕에게 받은 것이다. 반지는 영국 보석업체 와츠키(Wartski)가 제작했다.
윌리엄 왕자가 직접 몰고간 볼란테 모델 스포츠카.(위) 결혼식을 마친 윌리엄 왕자 부부의 키스.(아래)

1865년 창업한 와츠키는 대대로 왕가의 예물을 만들어 온 회사다. 2005년 찰스 왕세자가 카밀라 파커볼스와 재혼할 때도 이곳에서 결혼반지를 담당했다. 윌리엄 왕자는 평소 액세서리를 선호하지 않아 이날 결혼반지를 끼지도 않았다. 윌리엄 왕자는 명품 브랜드의 잘 빠진 턱시도 대신 영국 육군 근위대의 붉은색 제복을 입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3명의 전사자를 낸 영국 육군 ‘아이리시 가드’ 보병연대 대령 복장이다. 별이 달린 푸른 어깨띠, 공군 날개 모양의 금색 휘장,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위 50년을 기념하는 금메달 등으로 장식된 붉은 군복이 결혼예복으로 등장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윌리엄의 선택에는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 의도가 깔려 있다. 윌리엄은 아프가니스탄전에 직접 참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프간 영국군 주둔지를 격려 방문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 영국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윌리엄 왕자 커플은 결혼의 하이라이트인 케이크와 웨딩카도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영국 왕실 납품 허가증)을 받은 업체에서 선택했다. 영국을 상징하는 꽃이 장식된 웨딩케이크는 레스터셔 지방의 케이크 디자이너 피오나 케언스가 맡았다. 크림과 화이트 아이싱으로 장식된 케이크는 영국을 대표하는 꽃으로 장식됐다. 버킹엄궁 리셉션을 위한 초콜릿 비스킷 케이크는 맥비티(McVitie)의 케이크 회사에 주문했다. 고유의 왕실 제조법으로 만들어졌다.

웨딩카로 미들턴은 롤스로이스 팬텀 6, 윌리엄 왕자는 벤틀리를 선택했다. 롤스로이스 팬텀 6는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1978년 자동차협회에서 선물한 것이다. 윌리엄 왕자는 자동차 내부 공간을 넓히는 등 독특하게 디자인한 벤틀리를 타고 나타났다. 이 웨딩카의 특징은 둘 다 자동차 고유의 색이 아닌 왕실을 상징하는 색깔로 페인팅되어 있을 뿐 아니라 번호판도 없다. 결혼식이 끝난 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버킹엄궁으로 갈 때는 마차를 이용해 클래식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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