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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먹구름 낀다고 해가 지진 않는다

[Industry] 먹구름 낀다고 해가 지진 않는다


뜨겁기만 할 것 같던 태양광 시장에 ‘공급과잉’이라는 먹구름이 끼었다. 태양광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가격은 뚝뚝 떨어진다. 그럼에도 시장의 성장을 확신하는 태양광 기업들은 생산을 늘리고 있다. 반도체 시장처럼 엄청난 투자·증설 경쟁 속에 규모를 키운 기업만 살아남아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은 전열을 정비하며 일대 격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혼란 속의 태양광 시장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국내 잉곳·웨이퍼 시장 1위 기업인 넥솔론 이우정 대표를 만나 대응 전략을 들었다

요즘 태양광 관련 업계는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커도 너무 빨리 컸다. 우리나라만 봐도 그렇다. 2007년 2000억원 수준이던 수출 규모는 지난해 4조원으로 늘었다.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업계 매출은 지난 3년 새 열 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벌써 공급과잉 얘기가 나온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을 필두로 각국 기업이 태양광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수요 대비 50% 가까이 재고가 쌓일 만큼 생산량을 늘렸다. 당연히 가격은 내리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회사 PV인사이트에 따르면 2008년 ㎏당 380달러 정도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1분기 5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하반기 60~70달러에 거래됐다. 웨이퍼는 2008년 6~7달러였지만 최근에는 3달러 후반이다.

그렇다고 태양광 산업을 어둡게 볼 필요는 없다. 블루버그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태양광발전 시장은 22~28GW(기가와트)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최소 16%, 최대 50% 성장한다는 얘기다.

28GW는 원자력발전소 25개에 해당하는 발전량이다. EPIA(유럽태양광산업협회)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태양광 시장은 연평균 32%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태양광 관련 시장조사 업체인 솔라버즈는 올해 전 세계 태양전지 설비 투자 규모는 총 152억 달러(약 16조6000억원)로 작년보다 41%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에는 태양광 산업이 반도체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주목할 것은 그동안 태양광 시장은 시장조사 기관이 예측한 전망보다 매년 결과가 더 좋았다는 것이다. 태양광산업협회 이상호 부회장은 “태양광 시장은 시장조사 전망보다 매년 27%에서 100% 이상 초과했다”며 “이런 경향을 볼 때 올해 태양광발전 시장은 26GW에서 최대 30GW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태양광 관련 업계는 최근 가격 하락은 예견된 추세로, 공급과잉은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오히려 모듈, 셀,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순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그리드 패리티(태양광 발전단가와 화석연료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에 도달하는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

EPIA는 최근 보고서에서 “태양광 가격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40% 가까이 하락했다”며 “가격이 추가로 더 떨어지면 많은 국가에서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우 2015년, 우리나라는 2017년이면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상위 업체가 시장 과점태양광 시장 관전 포인트는 ‘치킨게임’과 ‘중국의 부상’이다. 또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 전쟁’이다. 태양광 산업 가치 사슬 전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전략과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업체 간 경쟁을 말한다.

태양광 시장은 점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시장을 닮아간다.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경쟁을 하는 치킨게임 양상이 뚜렷하다. 특히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태양전지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잉곳·웨이퍼 1위 업체인 넥솔론의 이우정 대표는 “이제 태양광 시장은 덩치 싸움”이라며 “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증설 경쟁은 치열하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 사활이 걸렸기 때문이다(상자 기사 참조). 이런 가운데 태양광 시장은 소수 상위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특히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태양광 시장이 불황에 빠졌을 때 되레 투자를 늘렸던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큐셀, 퍼스트솔라, 썬텍 등 태양광 상위 7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44%에서 2009년 74%로 늘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았던 중국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21%에서 37%로 확대됐다. 잉곳·웨이퍼 시장도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컨설팅 업체인 포토컨설팅에 따르면 상위 1~5위 업체와 6~10위 업체 간 격차가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시장 지배력 강화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 태양광 기업의 약진은 관련 업계 최대 화두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 관련 기업에 싼 이자로 대출해주고 보조금 등을 지원해 산업을 키워왔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개발은행, 중국은행, 상하이은행 등은 LDK에 88억 달러, 썬텍에 73억 달러 등 주요 7개 업체에 337억 달러를 지원했다.

다른 산업과 달리 중국은 태양광 시장에서는 이미 ‘리딩 국가’ 지위에 올랐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 낮은 인건비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진입했다. 미국 포톤컨설팅에 따르면 잉곳·웨이퍼 시장 상위 5개 업체 중 3곳이 중국 기업이다. 점유율은 2009년 13.8%에서 지난해 21.5%로 늘었다. 특히 GCL은 2009년 21위에서 1년 사이 1위로 급부상했다. 국내 시장조사 회사인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기준으로 JA솔라, 썬텍, 잉리 솔라, 트리나솔라 등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JA솔라, 썬텍 등은 이 분야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퍼스트솔라, 독일 큐셀 등을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우물만 파느냐, 아니면 전 영역으로 전선을 확대하느냐는 업체 간 전략 대결도 주목할 만하다. 태양광 산업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소재인 잉곳·웨이퍼, 완제품인 태양전지(셀) 및 모듈, 설치의 가치 사슬로 구성된다. 폴리실리콘이나 잉곳·웨이퍼는 진입 장벽이 높은 반면 태양전지, 모듈은 다수가 경쟁하는 양상이다.

전략은 갈린다. 상당수 업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태양광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택한다. 중국 LDK솔라는 폴리실리콘부터 설치까지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JA솔라, 선텍, 트리나 등은 주력인 태양전지와 모듈에 집중하면서 잉곳·웨이퍼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용권 수석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은 이 같은 공격적 설비 증설을 통해 단가를 유럽 업체 대비 약 60% 수준까지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 역시 수직계열화를 지향한다. LG화학이 폴리실리콘을 맡고, LG실트론이 잉곳·웨이퍼, LG전자가 태양전지 및 모듈을 담당하는 LG그룹이 대표적 예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중공업, 한화 등도 이 같은 수직계열화 전략을 펴고 있다.



수직계열화냐 한 우물이냐반면 한국 OCI나 넥솔론, 대만 SAS 등은 ‘한 우물 전략’으로 간다. 폴리실리콘이나 잉곳·웨이퍼 한 분야에서 원가·기술·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다른 영역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게 전략의 큰 그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업체인 바커가 웨이퍼 사업에 진출했다가 철수했다”며 “무조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커는 2009년 웨이퍼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폴리실리콘 생산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과 수익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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