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CEO]`중국과 더 벌어지면 영영 기회 없다`

[CEO]`중국과 더 벌어지면 영영 기회 없다`

넥솔론은 요즘 국내 태양광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회사 중 하나다. 태양전지 소재인 잉곳·웨이퍼를 만드는 이 회사의 성장세는 놀랍다.

2007년 7월 설립해 이듬해 공장을 세운 이 회사의 2008년 매출은 758억원. 지난해 매출은 4513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479억원이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공장 가동 첫해 255㎿였던 생산능력은 올해 말 2GW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우정(42) 넥솔론 대표는 “현재 웨이퍼 기준으로 세계 5~6위권”이라고 말했다.

급성장한 요인은 과감한 투자다. 넥솔론은 지난 3년간 45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에만 4300억원 정도를 더 투자할 계획이다. 이우정 대표는 “달러를 쏟아붓는 차이나 코퍼레이션(주식회사 중국을 일컫는 말)을 쫓아가려면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다”며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과 격차가 더 벌어지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 26일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이우정 대표를 만났다.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태양광 산업에 관심을 갖고 어떤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폴리실리콘은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셀(태양전지)은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릴 것으로 봤다. 모듈은 이미 국내에 3개 업체 정도가 있었다. 반면 잉곳·웨이퍼는 종합 생산하는 기업이 없었다. 한마디로 무주공산이었다. 여기서 승부를 보자고 결심했다.”



주변 반대는 없었나.“당시 선진국은 기업이 태양광 산업에 본격 진출해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닷컴이 가고 왓컴(watt.com)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IT(정보기술)와 달리 손에 만져지는 산업이기 때문에 버블은 아니겠다고 판단했다. 다만 초기 투자금이 커 재무 리스크를 걱정하는 의견은 있었다.”



엔지니어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었나.“2007년 반도체 산업이 침체기였는데 그것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 반도체 웨이퍼를 다뤄 본 유능한 인재를 모아 천안 삼겹살집에서 ‘도원결의’를 했다. 내가 믿을 것은 그들뿐이었다. 현재 넥솔론에는 잉곳·웨이퍼 제조의 최고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고 장담한다.”

이우정 대표의 부친은 이수영(69) OCI 회장이다. OCI는 폴리실리콘 생산 세계 2위 업체다. ‘태양광의 쌀’로 불리는 폴리실리콘은 잉곳·웨이퍼의 핵심 원료다. 질 좋은 폴리실리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 받느냐는 잉곳·웨이퍼 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사업 초기 한 시민단체는 “넥솔론이 OCI의 부당 지원을 받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OCI와 장기 공급 계약을 한 것은 사실 아닌가?“거액의 선급금을 주고 7년 장기 공급 계약을 한 것이다. 가격 특혜를 받지도 않았다. 높은 순도의 품질 좋은 폴리실리콘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6~7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잉곳·웨이퍼 회사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선급금을 주고 장기계약을 한다. 세계 선두인 중국 업체들도 다 그렇게 한다. 넥솔론은 OCI 외에도 독일 바커, 일본 도쿠야마 등과 장기 계약을 맺고 폴리실리콘을 공급 받는다. 넥솔론은 OCI의 관리도, 통제도 받지 않는다. 우리 직원이 가장 자존심 상해하는 것이 이런 오해다(넥솔론은 OCI 계열사가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관계사로 돼 있다. 넥솔론 지분은 이우정 대표와 그의 형인 이우현 OCI 부사장이 약 25%씩 갖고 있다).”



넥솔론의 강점은 뭔가?“2009년 태양광 시장이 불황일 때도 우리는 생산설비를 증설했다. 쉬는 기계를 놀리지 않고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한 테스트와 실험을 거듭했다. 그 결과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절감 노하우와 기술혁신이 탄생했다. 최고의 품질을 아시아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넥솔론의 글로벌 경쟁력이다. 또한 세계 선두인 중국 업체에 비해 서비스 마인드가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해외 고객에게서 퀄리티의 ‘Q’자만 나와도 우리 엔지니어가 비행기 타고 가 문제를 해결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용인하는 불량률이 0.2~0.3% 정도인데, 우리는 0.08% 이하로 관리한다. 고객이 잘돼야 우리가 먹고산다. 우리가 신뢰를 잃지 않는 한 고객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태양광 산업이 공급 과잉이라는 우려가 있는데.“이 세상에 잘나가기만 하는 시장이나 사업이 어딨나? 그런 것 있으면 알려달라. 2009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태양광 업계가 거의 패닉 상태였는데 시장은 다시 회복됐다. 당시 넥솔론도 힘들었지만 현재 공장을 100% 돌린다. 지금 어렵다고 태양광 산업이 죽나? 공급 과잉은 일시적 문제다.”



많은 기업이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수직계열화를 하려 하는데, 넥솔론은 어떤가?“우리는 한 우물만 판다. 잉곳·웨이퍼 단일 사업에만 집중할 것이다. 왜 꼭 처음부터 끝까지 다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직계열화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것인가? 넥솔론은 모두 잘할 자신도 없고 우리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것이다.”

지난해 웨이퍼 생산 1억 장을 달성한 넥솔론은 올해 글로벌 톱5 진입을 자신한다. 현재 잉곳·웨이퍼 톱5 중 3곳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 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9년 14%에서 지난해 22%로 늘었다. 중국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진다. 세계 1위 업체인 GCL은 지난해 생산능력 3.5GW에서 올해 6.5GW로 증설할 계획이다. 2위인 LDK는 3GW에서 4GW로 생산능력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표는 “중국이 너무 세게 나가서 쫓아가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쫓아가지 않으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각오로 일한다”고 했다.



무리 아닌가?“태양전지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요구하는 물량이 커졌다. 2007년 고객사 발주 물량이 한 달 웨이퍼 50만 장 규모였다면 지금은 기본이 200만~500만 장 이상이다. 이제 태양광 시장은 덩치 싸움이다. 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지금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나중에 훨씬 비싼 입장료를 내고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가.“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중국 회사와 비교해 보면 생산 능력은 비슷한데 직원 수는 중국이 열 배 가까이 많다. 중국은 인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싸 투자비가 적게 들지만 우리는 고급 인력과 설비 자동화로 승부를 겨룬다. 스마트하게 중국을 이길 수 있다. 어차피 중국이 시장 100%를 다 가져갈 수는 없다. 우리가 먹을 시장은 충분히 있다. 그래서 지금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태양광 업계에 할 말이 있다면.“국내 대기업이 태양광에 투자한다고는 하는데 너무 천천히 간다. 태양광은 분명 비전 있는 산업이다. 그럼에도 투자에 너무 소극적이다. 비전을 믿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아워홈 '남매의 난' 다시 이나...구지은 부회장 이사회 떠난다

2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가격 또 올랐네...10만원 넘겨

3최태원, 日 닛케이 포럼 참가...아시아 국가 협력 방안 논의

4의대 증원 합의점 찾나...총장들 "증원 규모 조정해달라"

5한화투자證 “코리안리, 순이익 감소 전망에도 견조한 배당 기대”

6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내주 출범...'의료개혁' 본궤도 오르나

7대구 범어·수성·대명·산격지구 등 4개 대규모 노후 주택지 통개발

8산업은행 “태영건설, 1조원 자본 확충 등 이행 시 정상화 가능”

9삼성생명, 2024 퇴직연금 아카데미 실시

실시간 뉴스

1아워홈 '남매의 난' 다시 이나...구지은 부회장 이사회 떠난다

2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가격 또 올랐네...10만원 넘겨

3최태원, 日 닛케이 포럼 참가...아시아 국가 협력 방안 논의

4의대 증원 합의점 찾나...총장들 "증원 규모 조정해달라"

5한화투자證 “코리안리, 순이익 감소 전망에도 견조한 배당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