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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현대重, 하이닉스 품을까?

[Company] 현대重, 하이닉스 품을까?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SK, 한화, LG전자, 포스코, 효성, GS…. 2005년 이후 하이닉스 인수설과 관련,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던 기업들이다. 대부분 “검토한 바 없다” “인수 계획 없다”고 부인했다. 2009년 효성 정도가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 공시했을 뿐이다.

이번에는 현대중공업이 물망에 올랐다. 6월 초부터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확인했다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덧붙어서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하이닉스 인수의 유력 후보군이었기 때문에 뜬금없는 소문은 아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8일 오전 현대중공업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그날 오후 현대중공업은 답변 공시를 올렸다. 그런데 분위기가 다른 기업과는 달랐다. 현대중공업은 답변 공시를 통해 “인수와 관련,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긍정도 부인도 아닌 답변이었다. 오히려 “검토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비쳤다. 이후 현대중공업의 하이닉스 인수설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를 품을까? 하이닉스 최근 상황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2조원, 영업이익 2조2700억원을 올렸다.

반도체 시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몸값이 비싸다는 게 흠이다. 현재 하이닉스는 국민연금이 9.11%, 한국정책금융공사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5.50%, 5.0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하이닉스 채권단이 15%에 달하는 지분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중공업이 이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대략 2조5000억~3조원가량이 필요하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그룹 내에 보유한 현금이 2조6000억~2조8000억원 정도 되기 때문에 실탄은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등 범 현대가(家) 위용을 찾고 있는 분위기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다시 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전신은 현대전자산업이다. 현대전자산업은 1999년 LG반도체를 인수해 2001년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변경한 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최대주주의 의지가 중요한 변수”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문제는 인수 효과다. 여기서 증권가 의견이 엇갈린다. 부정적인 쪽에서는 ‘리스크’를 강조한다.

하이닉스는 비싼 매물이다. 사려면 시너지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LG전자가 하이닉스 인수를 주저한 이유 역시 인수 효과에 대한 의구심과 리스크 때문이었다.

반도체는 대표적 시황 산업이다. 세계 경기에 따라 재무제표가 롤러코스터를 탄다. 지난해 하이닉스가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년 전에는 5조원 가까운 적자를 봤다. 또한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유지·운영비만 매년 2조원 정도가 든다. 시장 변동에 따라 시설을 늘릴 경우 1개 신규 라인을 증설하려면 3조~4조원이 드는 등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대폭 줄였지만 아직 순차입금도 2조3000억원 정도 남아 있다. 인수설이 본격 불거진 6월 7일 50만6000원이던 현대중공업 주가가 사흘 내리 하락하면서 10일 44만4000원까지 빠진 배경이다.

이런 재무 리스크에도 일각에서는 충분한 시너지가 있다고 본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차세대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태양광이나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 진출이 용이하고 충분한 자금여력으로 향후 안정적인 설비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채권단)는 이르면 6월 21일께 하이닉스 매각을 공고한 뒤 다음달 초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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