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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서울에 호텔 건립 열풍

[Trend] 서울에 호텔 건립 열풍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일본 등에서 관광객이 몰리면서 서울 시내 호텔에서 방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사진은 명동의 사보이호텔.

요즘 서울 지역 호텔에 투숙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일본 등에서 관광객이 몰리면서 서울 명동의 로얄·사보이호텔 등은 예약률이 100%를 넘는다. 호텔업계에서는 노 쇼(No Show·예약만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를 예상해 예약이 많을 경우 호텔 객실 수 이상으로 예약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노 쇼도 거의 없어 일부 호텔의 경우 피트니스센터나 사우나에 간이침대를 설치해 넘치는 투숙객을 수용하고 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성연성 차장은 “벌써 내년치 예약을 받고 있는 호텔도 적지 않다”며 “서울 지역의 호텔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관광호텔 이상급의 객실은 2만6507실로 올해 외국 관광객의 예상 호텔 수요 5만1087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는 최근 ‘호텔 늘리기’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5월 31일 발표한 ‘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제도개선 및 지원방안’에 시유지를 활용해 관광호텔을 짓게 하고, 다양한 세제혜택 및 제도 완화를 통해 민간자본의 호텔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서울시는 우선 옛 질병관리본부(10만2684㎡·은평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3만1656㎡·강남구), 한국산업인력공단(2만9095㎡·마포구) 등 대규모 시유지에 호텔이 들어서도록 할 계획이다. 또 지하철 4호선 사당역과 3호선 수서역 등 역세권 복합환승센터 건립 사업계획에 호텔이 포함되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기존 건축물의 관광호텔 전환도 유도하기로 했다. 다른 용도의 건축물을 관광호텔로 리모델링할 경우 에너지 절약 기준을 최저 수준으로 완화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2000㎡ 이상 숙박시설을 건축하는 경우 건축허가 전에 건물의 에너지 사용 효율 제고를 위해 에너지 절약계획을 수립·제출토록 돼 있으나 리모델링의 경우에는 신축보다 에너지 저소비형 건축물로 전환하는 데 단위면적당 비용이 더 소요돼 리모델링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화 기준을 적용한다는 얘기다.



옛 질병관리본부 등 시유지에도단기간 내 숙박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도심에 비어 있는 오피스텔 등 건축물을 관광호텔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가와 오피스텔, 주택과 호텔 간 출입구, 로비, 승강기 등을 분리 설치하도록 한 의무규정을 개정하도록 중앙부처에 건의한 상태다. 서울시는 올해 종료되는 관광호텔의 재산세 감면기간도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연장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민간사업자의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관광호텔 건립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부지 개발 단계에서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이처럼 호텔업 전망이 밝고 서울시의 지원책이 잇따르자 발 빠른 투자회사나 기업은 이미 적극적으로 호텔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4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대행하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호텔에 2300억여원을 선투자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정상기 사장은 “미래에셋이 착공하지도 않은 건물을 매입하기는 처음”이라며 “그만큼 호텔업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그룹이 투자하는 호텔은 용산역 인근에 들어설 지상 336m 높이의 69층짜리 랜드마크 호텔 중 1~22층으로 연면적 7만6497㎡에 400객실 규모다. 23층 이상 상층부에는 호텔 레지던스 200가구가 들어선다. 6성급으로 추진되며 세계적 호텔 체인인 포시즌, 만다린 오리엔탈, 세인트 리지스, 파크하얏트, W, 샹그릴라 중 한 곳이 운영을 맡을 전망이다.

애초 정식 계약은 6월 말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용산역세권개발㈜와 미래에셋 간 실무 협의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려 일러야 7월에 계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래에셋 측은 설명했다.

미래에셋은 또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 호텔 건립을 검토 중이다. 신문로 일대 재개발 사업자인 디비스코리아로부터 사들인 오피스빌딩 개발사업을 최근 호텔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호텔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호텔업이 기관투자가에게도 매력적인 업종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기존 호텔 운영회사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임피리얼팰리스호텔 그룹은 지난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임피리얼팰리스 아이피 부티크라는 호텔을 오픈해 현재 호텔 등급 심사를 앞두고 있고, 호텔신라는 서울 강남권에 중저가 호텔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최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에서 중저가 호텔의 전망을 밝게 보고 사업을 더 확장한다는 얘기가 업계에 돌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호텔 체인도 국내에 호텔 수를 늘려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에는 스탠포드호텔이 올가을 완공을 앞두고 한창 공사 중이다. 스탠포드호텔은 현재 미국 맨해튼을 비롯해 파나마와 칠레 등에 3개의 체인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5년간 분석한 끝에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호텔 투자를 결정했다”며 “미주 동포들을 포함해 외국인 비즈니스맨을 위한 호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 밀리오레도 호텔로 변신일본의 중저가 호텔체인인 도요코인은 최근 서울 동대문 인근에 호텔을 오픈했고 앞으로 국내 체인을 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세계에 900여 개 호텔을 보유한 앰배서더호텔 그룹의 이비스 호텔은 서울 강남과 명동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쉐라톤호텔 그룹이 운영하는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이 9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개관한다. 269개 객실과 연회장, 피트니스센터 등으로 구성된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서울 서남권 지역의 유일한 특1급 호텔이다.

쇼핑몰 등 기존 상업시설이 호텔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명동의 대표적 쇼핑몰 중 하나인 밀리오레가 중저가 호텔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최근 명동 밀리오레 건물 용도를 판매·숙박시설로 변경하는 안을 허가했다. 구청 관계자는 “건물 3∼17층에 층별로 50개, 총 780개 객실 규모 호텔이 들어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밀리오레 바로 옆 충무로2가 62-9번지의 기존 업무용 빌딩을 9층짜리 관광호텔로 바꾸겠다는 제안과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 중간에 7층과 11층짜리 관광호텔을 짓겠다는 사업 계획이 최근 잇따라 구청 심사를 통과했다. 단국대 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만큼 서울 지역에 호텔 건립 열기가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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