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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개 음료 전성시대

헛개 음료 전성시대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 박상철(39) 과장은 ‘헛개 박사’다. 헛개나무가 많은 지역이 어디인지부터 헛개나무 열매의 효능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박 과장은 2년 전 CJ제일제당이 헛개 음료 개발에 나서면서 헛개에 대해 파고들었다. 2009년 여름엔 휴가를 반납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헛개나무를 찾아 헤맸다. 헛개나무는 희귀종이라 양이 부족한 편. 나무를 심어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7~8년이나 걸린다. 그래서 물량을 맞추려면 야생에서 자라는 나무를 찾아야 했다. 헛개나무를 찾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구두가 찢어진 적도 여러 차례. 박 과장은 “지역 주민을 설득해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말했다.

요새 식품회사들이 헛개 원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간, 간경화증 등 간에 좋은 헛개나무의 줄기, 열매, 잎 등은 한방 원료로 사용된다. 2009년 식품회사, 제약회사 10여 곳이 헛개 음료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산 헛개를 찾기 위한 업체 간 전쟁이 벌어졌다. 중국에서도 헛개나무가 자라지만 국내산이 중국산에 비해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 홍보팀 배성원 과장은 “초기엔 북한산 헛개나무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헛개나무의 시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이 사업에 뛰어든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전라남도 장흥군은 지역 농민들과 장흥헛개사업단을 세워 한국야쿠르트와 한국인삼공사에 헛개나무를 공급한다. 업계는 국내산 헛개나무 원료 시장 규모를 6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헛개 제품은 50여 종에 이른다. 2009년 한국야쿠르트가 헛개 음료를 출시하면서 헛개 음료 시장이 열렸다. 이후 CJ제일제당, 한국인삼공사, 광동제약 등이 가세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헛개 약·음료 시장은 3500억원에 이른다. 헛개 음료는 식품회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헛개나무프로젝트 쿠퍼스는 2010년 1500억원어치가 팔렸으며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헛개 컨디션파워로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헛개 음료는 남성 음료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인삼공사 홍보팀 이택근 과장은 “전체 소비자 중 남성 소비자가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광동제약은 각각 오지호, 추성훈 등 남성 모델을 기용해 남성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헛개 음료는 다른 한방차 음료에 비해 가격이 300~400원 비싸지만 음주량이 많은 남성 소비자가 간 건강에 좋은 헛개 음료에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체들은 남성 소비자를 겨냥하긴 했지만 소비자층을 남성으로만 한정 짓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인삼공사는 아직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여성 소비자가 좋아하는 산수유와 같은 재료를 넣은 새로운 헛개 음료를 만들어 소비자 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마케팅팀 길재원 부장은 “20여 년간 장수해온 컨디션 브랜드 파워를 더욱 높이기 위해 여성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도 함께 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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