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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회장에게도 포도밭 안 팔았죠

루이뷔통 회장에게도 포도밭 안 팔았죠


와인 생산 30년 만에 ‘전설의 와인’ 대열에 합류한 샤토 몽투스의 오너 알랭 브루몽이 한국을 찾았다.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비결과 자부심을 들었다.

“아르노 회장이 포도밭을 팔라고 권유했지만 거절했어요. 제가 지난 30년 동안 일군 곳인데 어떻게 남에게 팔 수 있겠어요. 게다가 아르노 회장은 와인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웃음).”

세계적인 명품회사 LVMH의 오너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물리친 이 사람은 알랭 브루몽. 전 세계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전설의 100대 와인’ ‘죽기 전에 반드시 마셔봐야 할 와인’이란 찬사를 받고 있는 샤토 몽투스(Ch. Montus)의 소유주다. 프랑스에서 와인 변방에 머물던 남서부 지역의 조그만 마을 마디랑(Madiran)을 주목 받는 와인 산지로 탈바꿈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지난 6월 6일 서울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에서 만난 그는 “구찌를 소유한 PPL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과 루이뷔통의 아르노 회장이 명품 회사를 인수하듯 경쟁적으로 양조장을 사들이고 있다”며 “나에게도 매각 제안이 들어왔지만 팔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르노 회장은 LVMH를 통해 동페리뇽, 모엣샹동, 크루그 등을 소유하고 있다. 더불어 보르도의 백마 슈발블랑, 디저트 와인의 최고봉 샤토 디캠도 거느리고 있는 와인 업계 큰손이다. 피노 회장 역시 보르도의 명가 샤토 라투르, 남부의 숨겨진 보석 샤토 그리에 등을 갖고 있다. 브루몽은 “피노 회장이 와인을 좋아하는 데 비해 아르노 회장은 와인을 즐기는 것 같진 않다”며 “자신이 소유한 와이너리 중 유일하게 샤토 디캠만 방문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알랭 브루몽은 마디랑 지역의 최대 와인 생산자로 꼽힌다. 푸아 그라(거위간 요리)의 고향인 마디랑은 프랑스 최고의 장수 마을로 꼽힌다.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가 만들어진 곳도 마디랑이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육류 섭취가 많은 프랑스인이 미국이나 다른 유럽인에 비해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낮은 현상을 의미한다.

브루몽은 “프렌치 패러독스의 표본이 된 집단이 마디랑 사람들”이라며 “여유를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함께 토종 와인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마디랑에서 재배되는 토종 포도 품종은 타나(Tannat)다. 프랑스 마디랑 지역 외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에서 간간이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덜 알려져 있다. 브루몽은 “타나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한 일반 포도 품종에 비해 심장에 좋은 폴리페놀 성분이 2~3배 많이 함유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매일 타나 와인을 마시는 마디랑 지역 사람들이 건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타나의 경우 건강에 좋을지 몰라도 사실 맛은 거칠고 촌스럽기로 유명하다. 마디랑의 와인 생산자들도 투박한 타나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카베르네 프랑이나 메를로를 섞어 와인을 제조했다. 하지만 브루몽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타나 100%의 와인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샤토 몽투스의 ‘퀴베 프리스티지’(Cuvee Prestige)다.

85년산 퀴베 프리스티지가 출시되자마자 각종 국제 와인대회의 상을 휩쓸었다. 곧바로 보르도 1등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85년산은 와인업계에서 명저로 꼽히는 <전설의 100대 와인> 에 오르기도 했다. 90년산의 경우엔 영국 와인 전문지 디캔터에 의해 ‘죽기 전에 반드시 마셔봐야 할 와인’에 꼽혔다.

브루몽은 “보르도의 유명 와인들에 비하면 아직도 가격이 낮은 편이고 더 올릴 생각도 없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와인을 마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와인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샤토 몽투스를 즐기는 것은 비단 와인 애호가들만이 아니다. 톰 크루즈, 킴 베이신저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즐겨 마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에선 와인을 주제로 한 드라마 ‘소믈리에’에서 최고의 와인으로 소개된 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와인에서 풍기는 시가 향 때문에 시가 애호가들의 ‘완소’ 와인으로도 불린다. 브루몽은 “영국 버진그룹의 CEO인 리처드 브랜슨은 직접 와이너리를 찾아와 와인을 사간다”며 “세계 유명 와이너리의 메이커들도 우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고 있다”고 밝혔다.

브루몽이 샤토 몽투스를 인수한 것은 1979년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샤토 부스카세(Ch. Bouscasse)가 있었지만 나 혼자 힘으로 최고의 와이너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인수 후 토양을 연구하기 위해 지하 20m까지 땅을 파봤다”고 돌이켰다. 브루몽이 샤토 몽투스의 품질을 높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포도나무의 소출량을 줄인 것. 일반적으로 포도나무 한 그루엔 12송이 이상의 포도가 열린다. 하지만 샤토 몽투스 퀴베 프리스티지의 경우 4~6송이로 제한했다. 그만큼 포도송이의 응축력이 높아진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포도나무에 달린 포도송이만 세어봐도 그 주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꿈은 타나를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처럼 세계적인 품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타나는 재배가 어렵지만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이 매력적”이라며 “선입관을 배제하고 맛보면 그 어떤 품종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매년 전 세계 와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자신의 와인을 포함한 특급 와인 수십 종을 블라인드(Blind)로 맛보는 시음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는 “시음회에선 항상 우리 와인이 톱5에 들었다”며 “다음 행사에서 우리 와인이 톱5에 못 들면 참가 비용을 다 낼 테니 기자도 참석해 보라”며 웃었다. 그는 한식과 몽투스의 조화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최근 마리아주(와인과 음식의 궁합) 경향은 서로의 맛이 극과 극일 때 더 잘 맞는다는 것”이라며 “한식의 경우 다소 강한 풍미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 와인과 잘 맞아 한국 시장에서도 잘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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