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을 훌쩍 넘긴 7월 20일 오후 서울 강서 중고차 매매시장. 이곳에서 만난 한 중고차 딜러는 “디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는 지금 매물이 없다”며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SUV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인기다. 여행용으로 편리한 데다 경유를 쓰기 때문에 휘발유차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서다.

경·소형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서 SUV의 인기를 능가한다. 최근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2년째 비슷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을 정도다. 이와 달리 대형차는 기름값에 부담을 느껴 처분하려는 운전자가 몰려 매물은 많은데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가격이 크게 떨어져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중·대형 차량은 공급 과잉, 경·소형 차량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아반떼HD와 기아의 뉴모닝은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다. 특히 아반떼HD는 2년 넘게 중고차 인기 검색순위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가격은 1350만원 선이다. 2010년 출시 가격인 1600만원에서 15% 정도만 떨어졌다. 뉴모닝은 최근 기름값 상승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한국GM의 스파크나 현대 베르나 같은 경차도 없어서 못 파는 차종이다. 이런 경·소형 자동차는 연비가 좋

아 감가율이 낮다. 중고차이지만 나중에 되팔 때 괜찮은 값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의 가격은 6월보다 30만~50만원 정도 올랐다.

경유를 사용하는 SUV 차량은 매물이 나오는 대로 팔리고 있다. 싼타페나 그랜드카니발이 대표주자다. 이런 차종은 본격 휴가철을 맞은 요즘에 특히 인기가 높다. 싼타페 2005년 모델은 현재 11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경유를 사용하는 데다 연비도 12㎞ 정도로 경제적인 편이다.

기름을 많이 먹는 중·대형차는 고전 중이다. 특히 같은 차종의 다른 시리즈로 신차가 출시된 경우 가격이 더욱 많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고유가 영향으로 매물이 늘어 가격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쏘나타나 그랜저, SM5 등의 인기 차종도 한 달 새 100만원가량 떨어졌다. 그래도 이런 차종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가격이 하락한 틈을 타서 싼 맛(?)에 차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있어서다. 이와 달리 준대형차는 가격이 하락해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특히 연비가 L당 8.5㎞인 쌍용 체어맨W 2008년 모델은 현재 중고차 가격이 4200만원이다. 한 달 사이에 500만원가량 빠졌다. 7월 초 새 모델을 발표한 데 이어 고유가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유지되는 당분간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중고차 거래 전문회사 SK엔카의 정인국 경영지원본부 이사는 “올 상반기에는 기름값 상승 영향으로 초기 구입비용이 저렴하고 연비가 뛰어난 차량의 수요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카피알의 권오호 대표는 “경·소형 차량이나 디젤 차량의 인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며 “K5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 고연비 차량도 올 연말께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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