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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Issue] 초고층 압구정동 가격도 초고가?

[Weekly Issue] 초고층 압구정동 가격도 초고가?

서울 압구정동의 12~17층 아파트 1만여 가구는 재건축 후 40~50층의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한다. 재건축 방식에 따라 가구 수가 지금보다 1489~5270가구 늘어난다. 압구정동 현재 모습

서울 강북지역에서 한남대교를 지날 때 왼쪽 편으로 보이는 한강변 아파트촌. 압구정동이다. 조선 세조 때 영의정까지 지낸 한명회가 그의 호를 딴 압구정(狎鷗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말년을 보낸 곳이다. 정자 이름에서 동명이 유래했다. 압구정은 ‘세상 일 다 버리고 강가에서 살며 갈매기와 아주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한강변에 자리 잡은 전형적 농촌 마을로 일제시대에는 배 밭 등 과수원 지역이었다.

시골 마을이 강북에서 한남대교를 타고 넘어온 ‘강남 개발’ 덕에 완전히 거듭났다. 압구정동은 강남 개발의 출발점으로 1977년 크리스마스 무렵 영동한양1차가 처음으로 들어섰다. 이 아파트는 그해 6월 분양됐다. 936가구 모집에 3만2700명이 몰려 경쟁률이 35대1에 달했고 신청금은 587억원이었다. 1982년까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압구정동은 1만여 가구의 아파트촌으로 바뀌었다.



초고층 친환경 주거지로 변신압구정동은 현재 국내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다. 현재 3.3㎡당 평균 4000만원으로 타워팰리스로 유명한 도곡동(2900만원), 아이파크가 있는 삼성동(2900만원), 재건축 대표주자인 은마의 대치동(3200만원)보다 비싸다. 강북 도심과 가깝고 한강변이라는 지리적 이점 덕이 크다. 중대형 위주의 고급 주택지역이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압구정동 아파트 평균 크기는 153㎡다.

이런 압구정동이 다시 한번 달라진다. 이번에는 초고층 단지다. 최근 발표된 서울시의 압구정동 초고층 재건축 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12~17층인 층수가 평균 40층, 최고 50층으로 올라간다. 압구정로 쪽에는 배후지의 상업기능에 대응해 가로 활성화를 유도하고 한강변의 고층 건축물 배치에 따른 위압감을 해소하기 위해 중·저층의 연도형 건물을 배치한다. 한강과 아파트 단지 사이를 가로막던 올림픽대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 부지와 한강변을 아우르는 대규모 문화공원을 조성한다. 공원 총 면적은 24만4000㎡로 서울광장의 17배 크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동 주민들이 올림픽대로 때문에 지하 나들목이나 육교를 통해서만 한강을 찾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한강 접근성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압구정 공원과 한강 건너 서울숲을 연결하는 ‘꿈의 보행교’도 설치해 시민이 보행이나 자전거로 강남북을 오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헌 조사와 고증을 거쳐 압구정 정자를 복원하고 주민을 위한 다양한 전시, 공연, 체육시설을 마련한다.

서울시는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는 대신 사업부지의 25.5%를 토지 기부채납과 공공시설 설치로 할 계획이다.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을 추진한다. 1구역은 미성 1·2차, 현대 9·11·12차 5개 단지 3157가구, 2구역은 현대 1∼7·10·13·14차, 현대빌라트, 대림빌라트 10개 단지 3934가구, 3구역이 현대 8차, 한양 1∼8차 9개 단지 3244가구다. 서울시는 주민 의견수렴, 관계기관 협의, 강남구의회 의견청취, 구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올해 안에 지구단위(정비)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되면 구역별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진단을 거쳐 본격적 재건축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구역별 단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사업계획은 구역별로 수립하되 사업 추진은 구역을 분할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역별 사업은 1구역이 늦을 것 같다. 911가구의 미성2차가 1988년 준공돼 아직 재건축 연한이 되지 않아서다.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면 주택 크기는 어떻게 될까. 서울시는 재건축 방식으로 ‘1대1’과 ‘2대4대4’를 제시했다. 1대1은 집 크기를 기존 전용면적의 10%까지만 넓히는 것이고 2대4대4는 전용면적 60㎡ 이하와 60~85㎡, 85㎡ 초과의 전체 가구 수 대비 비율을 각각 20% 이상, 40% 이상, 40% 미만으로 맞추는 것을 말한다. 1대1은 전용 60㎡ 이하 소형 주택을 짓지 않아도 되고 일반 분양분은 전용 85㎡ 이하로 해야 한다. 2대4대4는 소형 주택을 20% 이상 짓는 대신 기존 주택 크기에 상관없이 집을 키울 수 있다.

초고층 재건축 조감도.



두 가지 건축 방식 놓고 저울질서울시는 2대4대4 방식으로는 지금보다 5270가구 늘어난 1만5605가구를, 1대1로는 지금보다 1489가구 많은 1만1824가구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방식이든 전용 60㎡ 이하 소형 임대주택은 짓지 않아도 된다. 기부채납이 워낙 많아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이 법적 상한(300%)보다 높아 용적률 규제 완화 혜택은 없기 때문이다. 용적률이 구역별로 1구역 338%, 2구역 318%, 3구역 348%다.

두 가지 방식은 장단점이 있다. 2대4대4는 일반 분양분(5270가구)이 1대1(1489가구)보다 훨씬 많아 추가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적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에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로는 추가 부담금을 낼 필요 없이 되레 가구별로 평균 53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추가 부담금은 주택 크기 등에 따라 가구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부담금을 내야 하는 가구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새 아파트 크기가 지금보다 줄어든다. 압구정동 아파트가 중대형 위주이다 보니 2대4대4 비율을 맞추려면 큰 주택 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조합원 새 아파트 평균 크기는 126㎡로 지금(153㎡)보다 27㎡ 줄어든다. 기존 전체 가구 수의 절반 정도가 집이 작아진다.

1대1 방식은 집을 확대하는 효과가 크다. 지금보다 10%까지 넓힐 수 있다. 평균 크기가 현재 153㎡에서 168㎡가 된다. 반면 추가 부담금은 많이 나온다. 가구당 평균 3억6300만원 정도다. 집을 키우더라도 조금만 넓히면 부담금은 줄어든다. 5%만 넓히면 부담금을 1억원가량 줄일 수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주민 몫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초고층 고급 주택단지를 만들려면 주택 크기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 부담금을 감안해 집을 얼마나 키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얼마가 될지도 관심이다. 압구정동 주민 사이에선 “3.3㎡당 최소 7000만~8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지만 장담하긴 이른 것 같다. 현재 최고 46층의 초고층이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삼성동 아이파크가 3.3㎡당 평균 6000만원 선이다. 전문가들은 “초고층 재건축이 제대로 된다면 3.3㎡당 1억원까지 갈지는 불확실하더라도 압구정동이 국내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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