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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그들의 코리안 드림 한국인에겐 악몽

[Issue] 그들의 코리안 드림 한국인에겐 악몽

2004년 8월 처음 시행된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록을 위해 경기도 안산시 고용안정센터 앞에 늘어선 외국인 노동자들.

8월 말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 체류기간(최장 6년) 만기가 처음 돌아온다. 2004년 8월 고용허가제 시행 첫 회 등록해 만기를 채운 외국인 노동자 2만6000명이 올해 하반기부터 출국 수순을 밟아야 한다. 내년에는 이보다 많은 6만3000명이 출국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과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는 불법 체류자가 되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적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가 체류기간 만료를 앞두고 작업장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허가제가 애초 예상대로 운영되지 못할 것으로 보여 법무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해가 갈수록 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유입되기 시작한 외국 인력은 1993년 11월 한국 정부의 세계화 바람에 힘입어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통해 제도화됐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2004년 만들어진 고용허가제와 병행되다가 2007년 고용허가제로 통합됐다.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던 취업관리제 등 해외 동포 인력정책은 2007년 방문취업제로 변경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밝힌 외국인 등록 인구는 매년 늘어 지난해 91만여 명에 이르렀다. 취업 목적으로 들어와 등록하지 않고 지내는 외국인 노동자 수까지 합하면 120만 명 규모다.



8월 고용허가제 첫 만기 도래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규모는 외국인의 본국 송금액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내 취업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함에 따라 현재 경상수지 중 임금수지 적자폭이 대폭 늘었다. 한국은행이 7월 28일 내놓은 ‘2011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임금수지(한국 국민이 해외에서 받은 임금 수입-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지급)는 2억944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적자폭이다. 한국은행은 적자폭 확대의 주요 원인을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 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송금액은 2005년 이후 늘기 시작했다. 임금수지는 금융위기를 거친 직후인 2009년 처음으로 53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4억7660만 달러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만 봐도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송금액은 6억8000만 달러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 양호석 차장은 “외국인 노동자 관련 송금액은 매년 증가 추세며,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특히 증가폭이 크다”며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게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임금수지 적자 관련 통계는 체류기간 6개월 미만의 비거주자가 본국에 송금한 임금액만을 뽑아 조사한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6개월 이상 거주자 개인 송금액을 합하면 실제 임금수지 적자폭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IOM이민정책연구원 강동관 연구위원이 5월 26일 국회 다문화포럼에서 발표한 논문 ‘이민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가 한 해 동안 만들어낸 한국경제 총생산유발효과는 29조4970억원이다. 이는 그해 GDP(국내총생산)의 1.08%에 달하는 규모다.

노동자 외에 결혼이민자, 유학생까지 포함하면 총생산유발효과는 33조2090억원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부가가치유발효과는 9조8850억원, 전체 부가가치유발효과의 0.07% 비중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생산유발효과를 수량적으로 계측한 연구는 이 논문이 처음이다. 강 연구위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만들어낸 연간 29조원의 생산은 국내 노동인력의 일자리를 대체해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한국인과 다른 업종이나 같은 업종이라도 노동력 수준이 다른 일에 종사한다면 외국인이 한국경제의 실질 GDP를 증가시키는 보완적 노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자리다. 2004년 만들어진 고용허가제의 핵심은 한국인이 일하지 않거나 기피하는 일에 한정해 외국인에게 노동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실은 좀 다르다. 외국인 노동력이 국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그랬다. 그때부터 외국인 노동자가 임금 경쟁력을 내세워 한국인 노동력을 대체했다. 특히 건설업계 일용직 등 저임금 일자리에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허가제의 기본 취지가 흔들렸다. 외국인 노동력이 비어 있는 일자리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기존 일자리에 보다 저렴하게 들어오게 된 것이다.



법무부, 외국인 노동자 비용>편익아주대 경제학과 김정호 교수는 지난해 ‘외국인력의 대체성과 통계 문제’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2008년 급격한 취업자 수 하락의 주요 원인은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급속한 유입에 따른 국내 고용의 대체 가능성 역시 유력한 원인의 하나”라고 추론했다. 특히 2007년 중국 동포 등의 국내 유입을 이끈 방문취업제가 시행되면서 건설업과 서비스업 등에서 국내 인력 대체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국인 고용이 내국인의 실직 위험을 증가시킨다”면서 “특히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가 중졸 이하 학력을 보유한 근로자의 일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8월 말 고용허가제 만기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줄이거나 차단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국내 실업률 증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근 법무부 등은 외국인 노동자가 가져온 사회적 비용편익(경제효과 대비 사회적 비용)에 대한 연구를 마치고 발표 시점을 조율 중이다. 이 연구 결과는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과 차단을 결정하는 정책의 근거 자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묻는 연구여서다. 연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현재 한국에서 다문화주의는 경제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정치적이거나 온정적인 시선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제적 불일치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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