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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ness] 영화제·평생교육…진화하는 메세나

[Buiness] 영화제·평생교육…진화하는 메세나

지난해 열린 제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식.

메세나(Mecenat)라는 말은 로마시대 예술가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출범하며 메세나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 후 각국 기업인이 메세나 관련 협의회를 세웠다. 현재는 기업인의 문화예술에 대한 각종 지원과 후원활동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한국메세나협의회가 1994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로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메세나라는 말이 쓰였다.



지난해 기업, 메세나에 1735억원 써한국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1735억100만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년째 감소하다 다시 증가했다. 지원 기업 수는 지난해 606곳으로 4년 연속 꾸준히 늘고 있다. 규모가 커진 만큼 메세나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창기 메세나 활동은 오케스트라 지원, 음악 영재 지원 등 예술가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문화센터를 활용해 예술가와 소외계층을 돕거나 회사 직원이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한다. 단편영화제를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단순히 돈만 후원하는 차원을 넘어 진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보통 문화예술 후원이라 하면 특별히 어떤 행사나 사람을 찾아내 지원해야 한다고 여기게 마련이다. 홈플러스는 발상을 전환했다. 홈플러스 매장에 있는 ‘평생교육스쿨’을 활용했다. 전국의 홈플러스 매장은 123개. 이 가운데 108개 매장에 평생교육스쿨이 있다. 평생교육스쿨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열린 교육공간이다. 홈플러스는 이를 통해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문화교육으로 지역사회 문화예술 발전에 한몫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1999년 사업 시작과 함께 평생교육스쿨을 열어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벌였다. 매장과 밀접하게 운영하다 보니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홈플러스는 지난해 2년 연속 문화예술 지원 규모에서 1위를 했다(문화재단 제외). 전체 문화예술 지원사업 중 교육을 통한 지원 활동이 90%가 넘는다.

홈플러스의 대표적 메세나 활동은 지역별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평생교육스쿨의 강사로 뛰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은 안정된 수입을 얻고 지역 주민은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분야는 다양하다. 첼로, 바이올린 등 기악 프로그램을 비롯해 유화, 크로키 등 미술강좌, 무용은 물론 명화읽기와 오페라 감상도 있다. 평생교육스쿨에서 활동하는 예술 강사 수는 5500여 명. 선발 과정은 일반 강사를 뽑을 때와 같다. 서류, 면접, 담당자 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채용이 확정되면 홈플러스 강사교육을 이수한 뒤 강의를 한다. 수업은 주 1회 기준으로 3개월간 진행한다. 전체 홈플러스의 문화예술교육 예산 중 60%는 강사료로 쓰인다.

이 밖에 저소득층 아동 같은 소외계층에 무료 강좌를 제공하고 홈플러스갤러리를 통해 지역 작가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홈플러스 사회공헌팀 이원경 차장은 “고객 조사 결과 홈플러스를 좋아하는 이유 1위가 평생교육스쿨이었다”며 “각 지역의 어린이 대상 무료 예술강좌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의 메세나 활동으로 대표적인 건 음악 영재 발굴이다. 손열음, 성민제가 대표적인 음악 영재다. 그런데 금호아시아나가 9년째 진행해온 사업이 있다. 바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예산의 80%를 후원하고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행정지원을 한다.

단편영화는 극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이런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고 단편영화의 대중화를 위해 기획됐다. 아시아나 비행기에서 단편영화를 상영하거나 지역을 순회하며 상영회를 연다. 2006년부터 해마다 영화제가 끝난 후 단편영화 10편을 아시아나항공 국제선에서 상영한다. 기내 상영에 대한 판권료를 상금과 별도로 지급한다. 2008년부터 영화제가 끝난 뒤 서울, 인천, 천안, 익산 등 도시별로 단편영화를 상영했다. 이른바 ‘순회상영전’이다. 올해에는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21편의 단편영화를 모아 5월에서 7월까지 상영했다. 단기간에 끝나는 영화제에서 벗어나 지속적이고 전국적인 문화행사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다. 이 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국제경쟁단편영화제다.

홈플러스 평생교육 스쿨.

올해는 7월 31일에 출품작 접수를 마감했다. 올해 영화제는 11월 2일부터 7일까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다. 상영 편수는 약 90편이며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비롯해 총 10개 부문에서 5900만원의 상금을 준다. 금호아시아나는 2003년 영상 분야 영재를 발굴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영상 분야의 중심에 있는 영화의 시작과 기본이 되는 단편영화에 대한 지원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홍보마케팅팀 임희진 팀장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단편영화인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영화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메세나 활동에서 동료애 키우기도

인천의 이건 사옥에 있는 ‘희망의 프리즘’.
작가의 작품활동에 돈뿐만 아니라 회사의 직원이나 재료를 주기도 한다. 이건창호와 이건산업 등을 거느린 이건의 인천시 도화동 본사 건물. 1층 식당에는 합판으로 만든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조형물의 이름은 ‘희망의 프리즘’. 2009년 12월 한 달 동안 환경미술작가 임옥상씨와 이건의 신입사원들이 힘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이 조형물 프로젝트를 주관했던 이건환경 경영지원팀 김영신 과장은 “작가를 단순히 후원하는 데 그치는 게 아쉬워 고민하다 함께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먼저 이건환경이 한국메세나협의회를 통해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으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과 결연을 했다. 박물관 측에서 임 작가를 소개해 줬고, 임 작가의 작업 과정에 이건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게 됐다.

임 작가는 환경과 나눔을 주제로 조형물을 설계했다. 큰 규모의 작품이었다. 2008년 이건에 입사한 신입사원 12명과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 과장이 작업에 참여했다. 일과가 끝난 저녁 시간에 틈틈이 작업했다. 김 과장은 “작업 과정에서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조형물에 사용된 합판은 600장. 이건산업에서 만든 합판이다. 사람 모양으로 뚫려 있는 합판 틈새로 직원들의 희망이 적힌 쪽지가 보인다.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장가가고 싶다’ ‘대박납시다’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이건 직원의 희망을 담은 프리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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