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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es] 대학생은 스펙 사랑, 강남 부자는 스팩 사랑

[Riches] 대학생은 스펙 사랑, 강남 부자는 스팩 사랑

명문 사립대학에 다니는 A군은 대학생활의 마지막 여름방학임에도 학점, 토익 점수, 해외연수, 대학생 공모전, 인턴십 등 대기업 취직을 위한 ‘스펙(specification을 줄여서 부르는 신조어)’ 쌓기에 여념이 없다. A군의 아버지 B씨는 전직 증권회사 지점장 출신으로 부동산 투자보다는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해마다 10%가 넘는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B씨가 지난해부터 새롭게 관심을 갖고 투자를 시작한 게 ‘스팩(SPAC)’이다. SPAC은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약자로 목적이 인수합병인 페이퍼 컴퍼니라는 뜻이다. 흔히 ‘기업인수목적회사’라고 부른다. 스팩은 미국 EBC의 회장인 데이비드 누스바움이 고안한 상품이다. 미국에서는 2003년에 첫선을 보인 후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3월 주식시장에 상장되기 시작했다. 현재 22개의 스팩이 상장돼 있다.



다른 기업 인수합병이 유일한 목적스팩은 일반인과 기관의 자금을 공모한 후 다른 기업을 인수 및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다. 합병을 통해 비상장 기업을 상장시켜 그에 따른 상장 차익을 추구한다. 스팩은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신탁기관에 예치한다. 그래서 청산 기한인 상장 이후 3년 안에 합병에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공모가 수준의 자금을 투자자에게 보장할 수 있어 안정적인 투자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스팩의 유일한 목적은 공모자금 납입 후 3년 이내에 성장성이 기대되는 신성장동력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과의 합병이다. 3년 안에 합병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산하게끔 되어 있다. 합병 대상 기업은 미리 선정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스팩의 상장 이후에 스팩의 경영진(발기인)이 대상 산업군에서 합병 대상 기업을 물색하도록 돼 있다. 상장기업보다는 대개 비상장기업과 합병을 도모한다. 비상장기업과의 합병이 주가상승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합병 대상 기업을 선정한 이후에는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스팩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나는 합병에 반대하니 내 주식을 다시 사달라’고 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스팩은 일반 주식처럼 장내에서 매매가 자유로워 주가의 등락에 따라 매매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단, 합병을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할 경우 주가가 급등할수록 비상장기업 주주들의 지분비율이 낮아지게 되므로 합병 반대에 따른 스팩의 목적인 인수합병 가능성이 작아질 수도 있다. 이런 문제에 따른 합병 실패 때 공모가로 투자자금을 반환 받을 수 있지만 고가에서 스팩 주식을 추격 매수했다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섣부른 추격 매수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스팩은 매출도, 영업이익도, 부채도, 고정자산도 전혀 없는 오로지 현금만 보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합병에 관한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는 공모금액 주변에서 주가가 형성되는 게 이론적으로 맞다.

개인이 스팩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최초 스팩 공모 때 직접 참여해 주식을 배정 받거나 이미 상장돼 있는 스팩 중에 선택해 상장된 주식을 매입하거나 스팩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스팩에 투자했던 투자자금은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까.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상장 이후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거나 합병 주총 때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이 있다. 또 합병 주총 때 찬성한 후 합병된 기업의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매각하거나 스팩이 합병에 실패하고, 3년 후 청산 때 분배금을 받을 수도 있다.

스팩은 주로 사모펀드와 비교된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한 사모펀드보다 돋보이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비교적 안전하다. 3년간 합병을 하든 못하든 신탁기관에 예치한 90% 이상의 공모자금에 이자가 붙는다. 이 돈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나 청산 때 분배금의 재원이 된다. 유동성도 높다. 주식시장에서의 하루 거래량이 일반주식과 비교해 결코 적지 않다. 얼마든지 사고팔 수 있다. 소액투자도 가능하다. 공모주는 청약경쟁률이 얼마냐에 따라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달라지지만 마음만 먹으면 상장된 후에 시장에서도 매수할 수 있어 소액으로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 상승 잠재력도 큰 편이다. 몇 배의 수익도 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수합병이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 큰 수익이 났던 것을 과거의 경험에서 알 수 있다.



3년은 기다린다는 마인드로 접근해야물론 사모펀드와 비교해 위험성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정보가 부족하다. 합병을 위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어떤 산업군이 대상이라는 것만 알지 실제 어떤 기업과 합병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답답할 수 있다. 부실기업과 합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산 기한이 다가오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합병을 서두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무리한 합병 시도를 할 수 있다. 물론 합병 후 6개월간 경영진 지분매각 금지라는 단서가 있지만 부실기업과 합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스팩의 특성상 단기간에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최소 1~2년은 기다려야 합병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검증이 되었더라도 스팩이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지 아직 모르는 일이다.

스팩은 이론적으로 장점이 많은 상품이지만 검증되지 않았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B씨처럼 성장 잠재력이 큰 비상장 업체와 합병에 큰 기대를 갖고 대안 투자로서 분산투자한다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 단기적인 투기 마인드보다는 원래 목적인 우량기업과 합병을 기대하면서 길게 3년까지 기다린다는 장기 투자 마인드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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