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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개포여울마을’ 투자할까 말까

[Real Estate] ‘개포여울마을’ 투자할까 말까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저층 아파트가 잇따라 재건축 계획을 수립하며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개포시영과 주공 2~4단지, 일원현대의 7800여 가구는 9100여 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의 하나였던 SBS의 ‘자이언트’. 주인공 삼남매가 땅을 갖게 됐다며 부둥켜안고 좋아했던 허허벌판. 1980년대 강남 개발 신화를 낳은 땅. 바로 서울 개포동이다. 개포동은 대모산과 구룡산 북쪽 언저리에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곳이다. 높이 293m의 대모산은 모양이 늙은 할미와 닮았다고 해서 한때 할미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과천에서 흐르는 양재천이 경기도 광주에서 흘러 나오는 탄천과 합류해 한강으로 흘러드는데 과거 장마 때는 물이 쉽게 빠지지 않아 개포동 일대 배나무 밭 등이 침수되고 하천 범람으로 갯벌이 형성되곤 했다. 그래서 붙여진 지명이 개포. 갯벌을 뜻하는 갯펄에서 개패, 한자명으로 개포(開浦)가 됐다. 개포로 불리기 전 현재 대치동에 소반처럼 생긴 포구가 있었다고 해서 ‘반포리’(1914년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 반포리)라 불리기도 했다. 1963년 서울시에 편입되면서 이미 현재의 반포동 지역이 ‘반포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중복을 피하기 위해 개포동이 됐다.

개포동 일대 850여만㎡가 1981년 택지지구개발예정지로 지정돼 1988년 최종 준공됐다. 허허벌판이 13만여 명이 사는 3만1000여 가구가 들어선 대규모 주거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중 아파트는 32개 단지 2만8000여 가구다. 1982년 11월 주공 3, 4단지가 가장 먼저 들어섰다. 층수는 5~15층이다. 1982년 개포지구 첫 분양물량 4260가구가 분양됐는데 입주일로부터 2년간 전매제한을 처음으로 받았다.

준공된 지 15년가량 지난 1990년대 중후반 개포지구에도 재건축 바람이 불었다. 1997년 처음으로 일원현대가 조합을 만들었고 개포시영과 주공1~4단지, 일원대우는 2003~2004년 추진위를 만들었다. 모두 2006년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잠실 등 다른 저층 단지들의 재건축이 발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 개포는 재건축 윤곽도 잡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2002년 밑그림이 그려졌으나 주민들이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에 반발해 사업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그러던 개포가 ‘잃어버린 10년’을 뒤로하고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전체 개발계획이 확정된 데 이어 단지별로 발 빠르게 재건축 계획을 수립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확정된 개발계획에 따르면 개포지구는 ‘개포여울마을’로 다시 태어난다. 개포여울마을은 미래 도시개발 패러다임에 맞춰 친환경 사람 중심의 도시 조성을 목표로 한다. 2만8704가구가 4만1000가구로 1만2000여 가구 늘어나고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해 도로 면적은 65만㎡(도로율 16.5%)에서 79만㎡(20.0%)로 확대된다.

공원과 녹지도 79만㎡(20.1%)에서 87만㎡(22.1%)로 크게 확충된다. 전시·공연장이 한 개씩 늘어나고 소생활권의 아동복지와 노인복지, 보건기능을 합한 커뮤니티센터 4개소, 청소년 관련 체육시설과 문화시설이 1개씩 새로 건립된다.



잃어버린 10년 딛고 재건축 사업 탄력양재천변으로 설정된 양재천 특화배치구간(폭원 60m)은 다양한 주거형태와 입면을 통해 다채로운 도시경관 및 주거공간을 계획해 양재천변 경관을 향상시키도록 계획된다. 지구 북쪽에 위치한 대치동 학원가와 연계해 남쪽에 학교가 많이 위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교육특화벨트를 설정해 저층부에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배치한다. 양재천과 대모산, 그리고 각 광장과 공원의 연계는 물론 지구 전체를 연결하는 보행계획과 녹색교통 활성화를 위해 기존 도로망과 양재천, 지하철, 학교, 공원 등을 연계한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개원길변 동서 간에 커뮤니티생활중심가로(폭 25m)를 조성해 각종 커뮤니티 시설, 연도형 상가, 공공시설 등의 배치로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최대한 살려 자연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데 개발계획의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7개 저층 단지 가운데 주공1단지와 일원대우를 제외한 5개 단지가 잇따라 재건축 계획을 발표했다. 층수가 5층에서 최고 35층으로 올라가고 가구 수는 현재 7835가구에서 9185가구로 1350가구 늘어난다. 이 중 임대주택이 583가구이고 일반분양분은 767가구다. 일반분양분이 전체 분양물량의 10%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것은 기존 가구수가 많기 때문이다. 조합원 몫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일반분양분이 적은 것이다.

재건축 단지의 주택형도 크지 않다. 임대주택은 전용면적 49, 59㎡형이고 일부 단지는 가장 큰 주택형이 전용 105~110㎡ 정도다. 법에는 전용 85㎡ 이하를 가장 적게는 전체 건립가구 수의 60% 지으면 되는데 여기서는 전용 85㎡ 이하가 68.9%로 10채 중 7채다. 역시 기존 주택 수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합원이 많지 않은 주공2단지와 일원현대는 일반분양분이 많고 새로 짓는 주택형도 큰 편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오밀조밀하게 조합원이 많아 집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다 보니 추가부담금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 J&K부동산투자연구소가 공동으로 단지별 재건축 건립계획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현재 36㎡형이 전용 85㎡ 규모를 배정받는데, 추가부담금이 3억3000만~4억8000만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추가부담금 차이는 기존 대지지분, 재건축 건립규모 등에 따라 달라진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기존 대지지분이 작을수록 기존 자산가치를 작게 평가받기 때문에 추가부담금이 많아진다. 가장 많은 4억8000만원 단지는 개포시영인데 기존 주택형은 같아도 대지지분이 36㎡로 다른 단지들보다 8~10㎡ 작다. 기존 50㎡형이 132㎡(옛 40평)대를 받기 위한 추가부담금은 4억~5억원 선이다. 단지 가운데 추가부담금이 가장 적은 단지는 일원현대로 나타났다. 기존 주택형이 크다 보니 대지지분이 크기 때문이다.



단지별 입지 여건 등 잘 따져야현재 시세에 투자성이 있을까. 36㎡형의 시세가 6억원 정도. 전용 85㎡ 규모를 배정받는 데 들어가는 추가부담금이 4억원 정도여서 이를 합친 총 비용은 10억원이다. 개포지구가 재건축된 뒤 가격 기준이 될 아파트로 도곡렉슬이 꼽히는데 도곡렉슬 전용 85㎡형의 시세가 13억원 정도다. 개포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그동안 재건축 시세가 다소 빠져 투자성이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지마다 기존 주택형에 따라 배정 받을 수 있는 새 아파트 주택형이 다르기 때문에 큰 주택형을 배정 받으려면 기존 집도 큰 주택형을 구입하는 게 낫다. 전문가들은 단지 위치에 따라 앞으로의 가치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단지별 입지여건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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