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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es] 금보다 빛나는 다이아몬드 투자

[Riches] 금보다 빛나는 다이아몬드 투자

세계적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가 공개한 20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밀레니엄 스타’.

장롱에 넣어뒀던 금값이 계속 오른다고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혼자 미소를 짓고 있는 A여사는 목에 무려 5캐럿에 이르는 엄청난 다이아몬드를 걸고 있다. 올 상반기 최고의 투자처로 금을 꼽는 사람이 절대다수다. 과연 그럴까. 금 투자를 뛰어넘는 투자가 있었다. 바로 다이아몬드 투자였다. 올 상반기 가공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무려 26%나 올랐다. 같은 기간 세계 주식시장은 4%, 금 가격은 6% 오른 것과 비교하면 탁월한 수익률이다.

지난해 아들을 결혼시킨 B씨는 집을 사주고 싶었지만 증여세 문제 등으로 아파트를 사주는 건 포기했다. 그런데 2009년 12월 우연히 신문을 읽던 중 ‘10억 아파트 세금 有, 10억 다이아몬드 세금 無’란 기사를 읽고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며느리에게 예물로 억대의 최고급 다이아몬드를 선물한 것이다. 우리나라 세법은 혼수용품인 예물, 예단, 혼수 등은 비과세하고 있어서다.



다이아몬드 투자 수익률 주식·금 앞질러금과 마찬가지로 강남의 일부 부자 사이에서 다이아몬드 투자가 각광 받고 있다. 다이아몬드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금 투자보다 다이아몬드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를 ‘사용가치’에서 찾는다. 금괴를 목에, 손가락에, 손목에 달고 다닐 수는 없지만 다이아몬드는 다르다는 것이다. 어두컴컴한 금고 속에 보관만 하는 금 투자보다는 언제든지 착용해 화려함을 뽐낼 수 있는 다이아몬드 투자가 훨씬 좋다는 주장이다.

다이아몬드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그림 투자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는 그림 투자자가 될 수 있듯이 보석을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 즐길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즐거운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백화점의 명품관을 방문해 보면 하이엔드 주얼리, 초고가 시계 매장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남 은행이나 증권사 PB센터에서 VVIP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의 단골 주제도 ‘부동산’에서 ‘주얼리’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의 부인인 전업주부 C씨는 얼마 전 한 모임에서 ‘4C’라는 뜻을 몰라 당황한 적이 있다. ‘4C’는 다이아몬드를 선택할 때에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는 네 가지 기준인데, 컷(Cut), 컬러(Color), 투명도(Clarity), 캐럿(Carat)을 말하는 용어이다.

컷은 반짝이지 않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어떻게 커팅해 아름답게 만드느냐의 문제다. 이상적 각도와 비율로 커팅했을 때 반짝임이 가장 아름답고, 가격 또한 높게 받을 수 있다. 1919년 벨기에의 젊은 수학자 톨코스키의 논문에 발표돼 현재까지 가장 이상적 다이아몬드 컷으로 알려져 있는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오벌 컷, 에메랄드 컷, 마르퀴스 컷, 페어 컷 등이 유명하다.

컬러는 다이아몬드의 색상을 표현하는 것으로, 무색 보석을 뜻하는 D컬러부터 시작해 Z로 끝난다. 한국인은 무색에 가까운 D, E, F 등급만을 선호하지만, 서양인은 Z에 가까운 컬러 다이아몬드도 선호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시 높아진다. 투명도는 다이아몬드가 함유하고 있는 내포물의 크기와 수를 말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자연 생성물이어서 탄소의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어렵고, 확대경 등을 통해 감정한다. 최상급인 FL(IF)부터 VVS-VS-SI-I 등급으로 나누며, 이 등급 내에서 또다시 미세 등급이 나뉜다.

캐럿은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측정하는 단위인데 1캐럿은 0.2g을 말한다. 보통 예물용으로는 1캐럿 이내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하지만, 강남 부자들은 대개 3캐럿 이상의 대형 다이아몬드에 투자한다. 금 5㎏의 가격은 금 1㎏의 5배지만, 다이아몬드 5캐럿의 가격은 1캐럿의 20배가 넘는다. 금처럼 녹여 만들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희소성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건 수요와 공급 때문이다.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제외하면 다이아몬드의 실용적 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희소성과 상징성 때문에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인도에 이어 중동 부호들의 다이아몬드 사랑이 각별하다. 유가 상승과 중동 정쟁 등 정치적 불안에 따라 부피가 적고 가격이 높은 다이아몬드에 관심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세계 어디에서나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환금성까지 좋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이렇게 늘어나는 수요에도 다이아몬드의 공급은 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드비어스(De Beers)’에서 찾을 수 있다.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원석 공급업체다. 세계 다이아몬드 공급량의 75% 이상을 쥐락펴락하는 독점적 위치에 있다. 다이아몬드의 공급량을 적절히 조절해 꾸준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경기에 민감하고 금보다 환금성 떨어져다이아몬드 투자에도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다이아몬드 가격도 세계 경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위기가 오면 폭락할 수 있다.

사치품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급량을 조절한다 해도 민감도가 높게 마련이다. 매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가 큰 아이템이라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보통 나석의 경우에도 더 큰 다이아몬드로 교환할 때와는 달리 현금으로 판매할 때에는 할인율이 높아 금 등에 비해서는 환금성이 상대적으로 불완전하다.

이런 몇 가지 단점에도 다이아몬드가 금을 뛰어넘는 투자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사용가치에 대한 매력과 세계적 수요 증가 때문이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멋진 자동차는 매년 감가상각을 해야 하고 구형으로 밀려나기도 하지만 사모님 손가락 위에 있는 콩알만 한 다이아몬드는 영롱한 빛으로 눈을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매년 투자 수익률도 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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