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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구글이 부리고 돈은 퀄컴이 번다

재주는 구글이 부리고 돈은 퀄컴이 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언론은 이 상황을 애플과의 공개전쟁 구도로 몰아간다. 대형 검색업체 구글은 앞으로 자신들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채택한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시작할 것이다. 애플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아이폰 및 아이패드와 정면대결하게 된다는 뜻이다. 누가 이길까?

구글 주식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인수에 따르는 새로운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이틀도 안 돼 주가가 4.4% 하락했다. 구글은 63%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40달러를 모토로라에 지불할 계획이다. 그 대가로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보유한 1만7000건의 특허와 추가로 출원 중인 7500건을 확보함으로써 무선통신 사업 포부의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인수 거래로 32%의 이익마진을 올리던 구글은 저마진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공장, 재고를 비롯해 대규모 인력을 관리해야 한다. 모토로라 인수로 휴대전화 메이커인 대만의 HTC와 한국의 삼성 같은 안드로이드 연합군과 관계가 소원해질 위험성이 있다.

구글의 강점은 하드웨어의 대량 생산이 아니라 소비자가 선망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것임을 그들 자신도 안다. 요즘 새로운 플랫폼이라면 호주머니에 딱 들어맞는 스마트폰 컴퓨터를 의미한다. 변호사들의 업무도 늘어나게 된다. 모바일 컴퓨팅의 부상과 함께 특허소송이 급증했다. 최근 애플과 MS(마이크로소프트)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구글을 제치고 노텔 네트워크스가 보유한 6000건 안팎의 특허를 손에 넣었다. 구글은 모토로라가 보유한 특허를 확보함에 따라 안드로이드를 보호·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10년 22.5%에서 2012년 50.5%로 크게 신장된다고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은 예상했다.



삼성전자·HTC와 관계 악화 우려구글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당장 애플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애플 주가는 최근 몇 년 사이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강세에 힘입어 크게 뛰어올랐다. “오히려 구글이 회사 통합에 정신이 팔려 단기적으로 애플에 유리할지 모른다”고 두 종목을 모두 보유한 프레드 앨저 매니지먼트사의 최고경영자 겸 최고투자책임자 댄 청이 말했다.

구글의 이번 인수는 또한 수십 년 동안 고도로 통합된 독점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생산해온 애플의 방식을 인정하는 셈이 됐다. 데스크톱과 모바일 컴퓨팅이 통합되면서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가 쏟아져 나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애플 제품들은 단순하고 촘촘하게 짜인 생태계를 구성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구입한 제품을 모든 기기와 손쉽게 동기화할 수 있다고 T로 프라이스 글로벌 기술주 펀드를 운용하는 데이비드 아이스워트가 말했다. 이 펀드는 구글과 MS 주식을 모두 보유하지만 애플 보유 비중이 가장 크다.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살펴보자. MS는 구글이 무료로 공급하는 안드로이드에 위협 받는 운영체제를 팔아 수익을 올린다. MS는 또한 고객, 컴퓨터 메이커에 대한 통제력이 거의 없다. 컴퓨터 메이커들 간에 벌어지는 출혈적 가격인하 경쟁도 윈도 매출에 유리할 리 없다. 구글은 광고에서 수익을 올리지만 운영체제를 무료 공급해 검색사업을 지원한다. 오로지 애플만 각 부분이 전체의 가치를 높여주는 응집력 있는 시스템을 보유한다고 아이스워트는 주장한다.



구글과 애플의 우열 가리긴 일러

폴 제이콥스 퀄컴 CEO.
하지만 우열을 가리기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구글은 보유 자금 390억 달러의 3분의 1가량을 모토로라 인수에 쏟아붓는다. 하지만 주력 검색사업의 실적은 아직도 탄탄하며 지난 분기 32%의 증가를 기록했다. 구글의 주가는 2012년 예상이익의 12배에 불과하다. 27달러에 가까운 역대 중간 값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애플 주가도 2012년 예상이익의 11.4배에 불과하다.

부진에 빠진 휴대전화 메이커 노키아와 RIM(리서치 인 모션)조차 주가가 반짝 상승했다. 노키아가 휴대전화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긴 해도 그 회사를 둘러싼 합병설은 사실무근일지 모른다. 구글이나 애플 등 휴대전화 관련 특허 갱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잠재적 인수업체들이 최근 합병 거래로 이미 입지를 굳게 다졌다고 크레디트 스위스의 애널리스트 쿨빈더 가르차가 말했다.

그리고 모토로라는 인수자 입맛에 맞도록 회사를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모토로라 솔루션스 두 개 사업부로 분리했지만 그와 달리 노키아 경영진은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

블랙베리 메이커 RIM은 기업 e메일 이용자 중심의 틈새 시장 말고는 계속 부진에 허덕이지만 주가가 2012년 예상이익의 5배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잠재적 인수 표적이 된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무려 140억 달러에 달하는 데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구식 표준’을 보유한 탓에 인수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가르차는 지적한다.

이번 일로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은 무선기술 개발업체 인터디지털이다. 구글에 인수될지 모른다는 소문으로 올 들어 주가가 82%나 뛰었지만 모토로라 인수계약 뉴스가 발표된 뒤 폭락했다. 반면 안드로이드폰에 들어가는 칩을 공급하는 대기업 퀄컴은 그 플랫폼의 부상으로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팽창하는 안드로이드 세계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는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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