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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주민·지자체 반대로 보금자리사업 삐걱

[Real Estate] 주민·지자체 반대로 보금자리사업 삐걱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건설로 관심을 모은 시흥시에서도 보상지연으로 청약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임기 중에 32만 가구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빚이 많아 하루에 100억원의 이자를 물어야 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지자체와 주민 반대로 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지구지정이 늦어지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과천 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공급물량을 9600여 가구에서 4800여 가구로 50% 줄이자는 과천시의 요구를 수용했다. 소형 위주의 값싼 보금자리주택지구가 들어서면 집값 하락 및 노후 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민들의 반발에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지구 가운데 지자체·주민의 반대로 공급계획을 축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자체나 주민의 반대로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집값 떨어진다” 반발에 백기현재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곳 가운데 하남 감북, 서울 강동 고덕, 서울 강일3·4지구 등에서 주민들이 지구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강동 고덕과 강일3·4지구는 강동구청과 구민의 반대로 지구지정 공람공고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강동구의 경우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는 단지가 많은데 주변에 분양가가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면 재건축 일반분양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와 보금자리주택지구 예정지의 거리가 1㎞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고, 재건축 일반분양분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2000만원대 중반인 데 반해 보금자리주택의 예상분양가는 3.3㎡당 1000만원대여서 보금자리주택이 재건축 일반분양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인근 재건축 단지의 임대아파트 의무 건립 비율을 50% 줄여주기로 하고, 사업개발 이익으로 지하철 5호선을 연장하는 등의 교통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LH의 자금난으로 보상작업이 차질을 빚는 곳도 많다. 경기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가 대표적이다. LH가 이 지역에 민간 건설사 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민간 건설사를 참여시키기 위한 보금자리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곳은 지난해 사전예약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청약일정이 2~3년쯤 늦춰질 전망이다. 광명·시흥지구는 총 1736만㎡ 부지에 9만5000가구(보금자리 6만6700가구)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남 미사지구와 시흥 은계·부천 옥길 등도 보상 지연으로 청약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지구가 몰려 있는 하남 지역도 주민의 반발이 크다. 하남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천의 물량이 축소된 이상 하남도 지구지정 취소나 물량 축소 등의 요구가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특히 미사지구의 낮은 보상가에 실망한 다른 지구 주민들이 보상비를 더 받기 위해서라도 사업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민간아파트 공급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지구 내 중소형 아파트는 LH 등 공공기관이 짓고, 중대형 아파트는 아파트 부지를 사들인 민간 건설업체들이 일반인에게 직접 분양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온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아파트 용지 6개 필지 가운데 단 한 곳만 팔렸다. 미분양된 땅 중에는 서울 강남·서초지구 등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 땅도 3개 필지 들어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임원은 “민간 건설업체에 분양되는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수익을 내려면 공공기관이 짓는 보금자리주택보다 분양가를 올려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분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분양가를 높이면 분양률이 떨어지고 분양가를 낮추면 분양은 잘돼도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 사업 차질이 계속되면서 내년 말까지 서울·수도권 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를 짓기로 했던 공급 목표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 정부는 올해 그린벨트 지구에서 사업승인 가능 물량을 4만1000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그린벨트에서 사업승인을 받은 물량이 9만5000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물량을 더해도 13만6000가구에 그친다. 내년까지 18만4000가구의 사업승인을 추가로 얻어 목표치인 32만 가구를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이 흔들리면서 주택시장에는 부작용이 잇따른다. 우선 전셋값이 크게 치솟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당첨을 기대하며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 수요가 급증했다.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사전예약이 시작된 2009년 10월 이후 전셋값 급등세가 두드러져 올해의 경우 연초 이후 8월 넷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9.7%(국민은행 통계)나 올랐다.



3~4인 가구 거주할 아파트 공급 모자라보금자리주택 감소와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물량 축소로 1~2년 후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D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은 “그린벨트를 풀어 건설하는 보금자리주택은 가격이 싸고 입지가 좋기 때문에 민간에서 짓는 아파트는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건설사가 연초에 잡은 분양계획은 25만8000여 가구였지만 실제 분양된 물량은 계획량의 35%인 9만1000여 가구에 불과했다.

수도권 신도시도 중간에 낀 처지가 됐다. 입지여건이 보금자리주택보다 처지는 데다 가격 경쟁력도 없기 때문에 신도시 내 아파트 용지를 사들였던 민간 건설업체들이 사업을 접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경우 아파트 용지 43개 필지, 주상복합 용지 9개 필지 등 모두 52개 필지가 민간 건설업체에 분양됐지만 최근까지 절반이 넘는 30여 개 필지가 반납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파트 용지 계약을 해제한 건설사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는 분양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계약금을 포기하고 토지계약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정부가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으로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보충하려 하지만 1~2인 가구를 위한 보금자리주택과 오피스텔로는 3~4인 가구가 주로 거주할 아파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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