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對中 수출 키워드는 ‘내수·내륙·소비재’

對中 수출 키워드는 ‘내수·내륙·소비재’

중국 위안화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소버린 쇼크(Sovereign Shock)’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외 실물경제 지표가 악화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쳐 세계 경제는 마치 짙은 안갯속을 걷는 듯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낫지만, 최근 중국 경제 역시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다. 상반기 9.6%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경제는 3분기 이후 성장률이 떨어질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4분기 성장률이 8.1%까지 하락할 것이며,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한 9%를 밑도는 8.7%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 감소 우려가장 큰 원인은 수출 감소. 7월 중국의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소버린 쇼크가 반영되기 전의 실적이다. 구미 경제 불안과 시장수요 감소가 맞물려 중국의 수출은 앞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사된 신규 수출주문지수 역시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48.3을 기록했다. 벌써부터 신규 오더가 감소하고 기존 주문량에 대해서도 취소하거나 물량을 줄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광둥성 둥관(東莞)에서 골프채와 운동화 등을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B사는 최근 미국 발주처로부터 지난 5월 주문했던 골프용품 오더를 잠시 보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리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위안화 환율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8월 11일 미국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6.3위안 시대에 접어들었다. 불과 2개월 남짓 동안 위안화 가치는 1.3% 절상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6.2위안까지 떨어져 올 한 해 절상 폭이 6.8%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애초 시장 예상치 5%를 훨씬 뛰어 넘는 수치다. 지난 한 해 절상 폭인 3.3%의 두 배가 넘는다. 달러-위안 환율은 내년에 6위안 벽을 깨고 5위안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2005년 7월 위안화 환율 시스템 개혁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위안화 가치는 30% 가까이 절상됐다. 위안화의 이런 급속한 평가절상은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생각하면 수출 감소는 직접적으로 산업생산과 투자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통상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중국의 수출은 0.25%포인트 떨어지고, 이는 다시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0.18%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 1일 미국 백악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초 전망치인 2.7%보다 1%포인트 낮은 1.7%대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물가 역시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다행히 그동안 물가상승의 주범이었던 식품가격의 상승 폭이 최근 둔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5%를 고비로 8월에는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말까지 물가가 하향 안정 추세로 갈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섣부르다. 최악의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이 여전히 불안하고 지속적인 임금인상과 수입 원자재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내 기업들은 ‘인력난, 전력난, 자금난’의 삼중고를 겪고 있고, 국가는 국가대로 ‘고물가, 고환율, 불경기’라는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여러 악재가 산재해 있는 가운데 현재 시행 중인 고강도 긴축정책의 향방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현재의 고강도 통화 긴축정책이 그대로 지속되면 경기둔화를 넘어 전반적인 경기저조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과 고물가를 감안할 때 긴축정책의 기본적인 기조는 유지하되, 강도는 다소 완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인 방향 전환 대신 ‘속도와 폭’의 미세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최근 원자바오 총리가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도 향후 통화 긴축정책을 보다 신중하고 느슨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비롯해 농촌, 서민주택 건설, 수리(水利)시설 정비 등에 대해서는 자금 흐름의 ‘동맥경화’ 현상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중국의 수출과 동조현상 탈피해야올해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 초반 수준이다. 지난해 10.3%보다는 낮지만 12·5 규획 기간(2011~2015년) 동안 정부가 정한 경제성장률 목표가 7%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재 중국 정부로서는 경제성장 속도의 ‘일보 후퇴’는 장기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면서 약간의 성장률 하락에는 별로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을 쏟아 부으면서 경기부양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2008년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물가를 잡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통화 긴축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기업도산과 적자기업이 속출하는 내부적인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생산 침체와 투자 감소, 실업자 양산이라는 부작용도 더욱 가중됐다. 이런 압박하에서 이번에도 막대한 돈을 풀 경우 초래될 부작용이 경기진작 효과를 압도할 수 있음을 중국 정부는 잘 알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볼 때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유의해야 할 부분은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상하이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회사들은 “가능한 한 유동성을 많이 보유하고, 대출금 상환도 되도록 늦추는 게 좋다. 그만큼 현재 중국의 자금사정이 어려울뿐더러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대중국 수출구조의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 현재 중국과 한국의 수출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동조화 현상이 강하다. 지금까지 중국의 대외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덩달아 늘어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자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동반 하락했다. 이는 중국의 수출상품 제조에 들어가는 원부자재, 부품소재의 상당 부분을 우리 수출기업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대중국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내수, 내륙, 소비재’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처럼 수출용 원부자재 위주의 수출 구조는 장기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특히 12·5 규획 기간 중 중국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 내수시장 확대정책과 구매력 확대 요인을 감안하면 더더욱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수출전략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2‘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3“적자 낸 사업부는 0원”...LG화학, 성과급 제도 손질

4“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

5 비트코인 반감기 완료...가격 0.47%↓

6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제작자의 끝없는 고민

7‘순천의 꿈’으로 채워진 국가정원… 캐릭터가 뛰노는 만화경으로

81분기 암호화폐 원화 거래, 달러 제치고 1위 차지

9중동 이슈에 출러이는 亞증시…달러·유가만 '고공행진'

실시간 뉴스

1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2‘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3“적자 낸 사업부는 0원”...LG화학, 성과급 제도 손질

4“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

5 비트코인 반감기 완료...가격 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