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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강남 재건축 가격 맥없이 ‘뚝뚝’

[Real Estate] 강남 재건축 가격 맥없이 ‘뚝뚝’

개포동 일대 아파트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단지 부동산 중개업소.

유럽 재정위기와 선진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 한 달 새 1억원 이상 내린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이런 매물도 거래가 안 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강남 재건축은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상품 성격이 짙어 금융위기 같은 외풍에 쉽게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서울 개포주공아파트를 주로 취급하는 김모 공인중개사는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가격 불문하고 무조건 팔아만 달라는 진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노른자위 투자처로 꼽히는 개포지구에서 급매물보다 더 가격을 낮춰 물건을 내놓는 투매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추석 이후 낙폭 커져예전에는 추석 이후에 매매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상승했다. 올해는 다르다. 오히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일부 집주인은 해당 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아파트를 팔 수 없는 점을 걱정해 매도를 서두르고 있다. 집값 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팔 수 있을 때 싸게라도 처분하자는 생각이다. 개포동 일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1~4단지와 개포시영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최근 한 달 새 1억원 이상 급락했다. 9월 초까지만 해도 9억~9억5000만원이던 개포주공 4단지 50㎡형(이하 분양면적)은 1억~1억5000만원가량 빠지면서 8억원 이하로 주저앉았다. 같은 단지 36㎡형도 5억5000만~5억6000만원으로 8000만~1억3000만원가량 내렸다. 개포시영아파트의 가격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33㎡형은 한 달 전에 비해 1억원 이상 내리면서 현재 4억9000만~5억원 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43㎡형도 현재 5억7000만~5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매수세들은 이런 급매물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개포동 정애남 공인중개사는 “추석 전까지 일주일에 몇백 만원 수준으로 빠지던 아파트 가격이 지금은 한 주 사이 몇천 만원씩 내리고 있다”며 “이번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당분간 계단식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개포동의 이모 공인중개사는 “일부 집주인이 서로 먼저 집을 팔겠다며 가격을 내려 매물을 내놓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송파구 재건축 시장 상황도 강남구와 비슷하다. 송파구의 대표적 중층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 5단지 112m²형 시세가 10억 4000만원까지 내렸다. 9월 말보다 3000만원 이상 하락한 것. 강동구 재건축 시장은 강남구나 송파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됐다. 지난 5월 5차 보금자리주택을 강동구 고덕동 인근에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직후 집값이 많이 빠진 게 추가 하락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강동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주요 단지에서 1~2㎞떨어진 곳에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싼 보금자리주택을 많이 짓겠다는 정부 발표에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들은 5월 이후 줄곧 약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금도 급매물은 꾸준히 나온다. 고덕주공 2단지 59㎡형은 국민은행 시세로 최저가가 6억4000만원 수준이지만 그보다 2000만원 싼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연말까지 사업시행인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이 수준에서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시세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근 명일동 재건축 대상 아파트 분위기도 비슷하다. 명일동 삼익그린1차아파트는 올 5월 4억5000만원을 호가했으나 현재 3억9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하지만 최근 거래가 한두 건 일어나면서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국민은행 시세 하한가보다 2000만원 정도 싼 매물이 나와 있는데 요즘 조금씩 거래되고 있다”며 “바닥을 찍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강동구는 최근 5차 보금자리주택 건설후보지 3개 지구를 1개 지구로 통합할 것을 국토해양부와 서울시에 요구했다. 고덕, 강일 3·4지구로 지정된 보금자리지구를 고덕·강일지구 1개 지구로 합치자는 것. 고덕지구는 주택 대신 업무와 상업지구로 개발해 주민들의 편의시설을 도모하는 게 옳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안이 받아들여지면 이 일대 재건축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고덕지구가 재건축 아파트와 보금자리주택을 분리하는 역할을 하면서 편의시설 및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어서다.



급매물은 조금씩 소화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에서 이런 안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여서 시장 분위기가 당장 달라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세계 경기침체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투자수요가 극히 위축된 상황”이라며 “강동구 재건축 시장은 아직 불투명한 점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침체 상황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 있는 실수요자나 투자자에겐 오히려 저가에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잠실동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2008년 12월 8억원대까지 추락했던 잠실주공 5단지 112㎡형이 2009년 4월 11억원대로 뛰어올랐다”며 “타이밍을 잘 맞춰 급매물을 잡으면 단기간에 큰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도 2009년 최고 가격과 비교하면 최대 40%까지 가격이 내려간 상태다. 개포동 채은희 공인중개사는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까지 집값이 하락하면 곧바로 집을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많다”며 “단기간 내 큰 폭으로 집값이 내린 만큼 하락세가 진정되면 반등폭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동구 재건축 단지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분석이 많다. 고덕동 양원규 공인중개사는 “강동구 재건축 단지는 강남구나 송파구 재건축 단지에 비해 사업 진행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에 대한 불투명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며 “사업 단계별로 추가 매수세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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