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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자녀 교육·결혼에 올인하면 노후 불안하다

[Retirement] 자녀 교육·결혼에 올인하면 노후 불안하다


‘우재룡의 행복한 은퇴’ 코너를 새로 단장했습니다. 가족·사회 관계, 부와 소득, 일자리 확보와 사회활동, 건강, 주거 등 5개 분야에서 17개 주제를 다룹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에 은퇴 준비만큼 부담스러운 게 바로 자녀 교육자금과 결혼자금 마련이다. 적지 않은 베이비부머가 이런 비용 때문에 은퇴 준비를 미룬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2010년 베이비붐 세대 46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 후 자녀 결혼자금(29.2%), 자녀 교육자금(26.9%), 은퇴 후 생활자금(26.9%) 등의 순으로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베이비부머들은 이미 1~2년 전부터 은퇴가 시작되거나 본격적인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자녀 교육과 결혼자금에 짓눌려 막상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자녀 부양과 은퇴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베이비부머들의 월평균 지출은 283만6000원인데 이 중 자녀 양육비 60만4000원(21.3%), 양가 부모 지원에 27만6000원(9.7%)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1년에 700만~800만원이 드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까지 고려하면 월 지출의 50% 이상을 부모와 자녀 부양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노후 준비는 우선순위에서 자꾸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서구처럼 과감하게 자녀 부양보다는 은퇴 준비를 우선하지 못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통계청 자료(사회조사를 통해 본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 2010)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자녀의 대학교육비’는 베이비부머의 99.1%가, ‘자녀 결혼비용’은 90%가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부모 90% “자녀 교육비·결혼비용 지원” 구체적으로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 정도가 될까? 한국 보건사회연구원과 미국 농무부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각국의 자녀 부양비를 추정했는데,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은 자녀의 출생부터 대학 졸업까지 22년간 총 2억6204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약 2억4000만원(22만2360달러)인 것으로 나왔다. 단, 미국 수치는 대학 등록금이 포함되지 않은 17세까지의 자녀에 대한 부양비 추정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지 않으므로 두 국가의 상이한 사고방식에 맞게 계산된 자녀부양비 통계치라고 보아도 무관할 것이다. 이 비용을 각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 규모와 비교해 보면, 한국은 자녀 부양비가 1인당 GDP의 9배, 미국은 5배다. 연평균 사립대학 등록금을 포함한다고 해도 미국은 5.4배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절대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자녀 부양비에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녀 결혼비용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결혼비용으로 5000만~1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여자는 1000만~3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미국은 평균적으로 2900만원(2만7000달러)이 든다고 한다. 결혼비용까지 합치면 자녀 부양비는 한국이 1인당 GDP의 10배에서 12배, 미국은 6배 정도가 된다. 한국에서 자녀 한 명을 결혼할 때까지 부양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을 계산해 보면, 대학까지의 부양비 2억6204만원에 결혼비용을 더해 남자가 총 3억1000만~3억6000만원, 여자는 2억7000만~2억9000만원이 된다. 자녀 부양비의 세부 항목을 비교해 보면 15~17세 자녀의 부양비 가운데 한국은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가장 많았고, 미국의 경우 주거비용이 31%로 가장 많으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통계 중 흥미로운 건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부모가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 가운데 부모(14.2%)보다 자녀(20.6%)의 수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노후자금 마련에서 과도한 자녀 리스크를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부모로서 책임감 때문에 자녀가 부모에 더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냉정하게 마음먹고 ‘대학등록금이나 결혼자금만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기엔 자녀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대학등록금은 어느 새 1년에 1000만원을 돌파했다. 더구나 비싼 학비를 부담하고 겨우 대학을 마쳐도 취업이 안 되거나 늦어지니 자녀가 안쓰러울 수밖에 없다. 자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모른 척하고 자신의 노후 준비를 먼저 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녀 부양과 은퇴 준비 사이에서 베이비부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 가지 문제 사이에서 ‘현명한 균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첫째, 자녀와 부모의 노후 준비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할 필요가 있다. 즉, 부모 노후 생활의 시작 시점과 기간, 총 생활비와 의료비 지출 예상액,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기 어려운 이유, 현재 노후 준비 정도, 자녀들의 교육비와 결혼자금 지출 예상액 등에 대해 자녀들이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결코 자녀에게 무책임하게 보일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미리 이런 이야기가 전혀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은퇴 준비가 시급하니 더 이상 학자금이나 결혼자금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식의 선언을 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일방적인 선언은 자녀들이 부모의 인생에 대해 이해하기보다는 반감을 가져와 가족관계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



노후 준비 고려해 자녀 지원 범위 정해야둘째, 자녀들과 학자금이나 결혼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막상 뒤돌아서서는 자신의 취약해진 노후를 걱정한다. 이에 반해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당연하게 학자금과 결혼자금을 받아쓰지만 부모 노후를 부양하는 것은 꺼린다. 이러한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자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자녀들의 학자금과 결혼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비록 해답은 찾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셋째, 부모 세대는 반드시 재무설계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무설계란 은퇴, 자녀 부양, 취미생활 등 삶의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축, 투자, 보험, 부동산, 상속, 세금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해 준비하는 걸 말한다. 이런 합리적인 인생설계를 미리 가지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자녀를 위한 준비의 한도를 정할 수 있으며 부모가 자녀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노후생활을 하는 게 가능해진다. 은퇴 준비와 자녀 부양 간의 조화를 위해서는 부모 세대의 재무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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