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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우리 제품이 불량 아이폰 잡아냅니다”

Company “우리 제품이 불량 아이폰 잡아냅니다”

자비스의 김형철 대표.

중국의 전자기기 업체 폭스콘(Foxconn)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한다. 공장을 완전 가동해 아이폰5를 하루 15만 대씩 만든다. 그런데 이곳에서 생산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한국 기업이 만든 엑스레이 검사기로 불량을 감별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엑스레이 검사기 제조업체 자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폭스콘이 사용하는 자비스의 검사기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CPU(중앙처리장치) 정밀 회로의 납땜 상태를 점검해 불량품을 걸러낸다. 미세한 회로 기판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내부를 정밀하게 투사할 수 있는 첨단 기계가 필요하다. 중국에서 가장 큰 수출업체로 꼽히는 폭스콘에서 자비스는 쟁쟁한 일본 대기업과 함께 검사기 납품업체로 지정됐다. 업계 선두를 달리는 일본 업체와 기술력 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설립 9년차가 업체가 이룬 쾌거다.

자비스를 설립한 김형철(47) 대표는 14년간 삼성전자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한 연구원 출신이다. 학생 시절부터 창업을 꿈꾸던 그는 2002년 회사를 나와 회사를 차렸다. 그는 공장 자동화 부문에서 일한 경력을 살려 제품 완성의 최종 단계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검사를 마칠 수 있는 엑스레이 기계 개발에 나섰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 사람 몸속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제품도 불량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 단계에 엑스레이를 이용한 검사기로 내부를 들여다 본다. 반도체를 예로 들면, 회로기판은 자동화 기기가 설계도대로 납땜해 제작하지만 간혹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정밀한 엑스레이 검사기로 단층촬영을 하면 이런 오류가 난 제품을 걸러낼 수 있다. 휴대전화에 장착되는 배터리도 잘못 제조될 경우 폭발 사고가 일어나곤 한다. 정밀한 검사기는 제품 안 미세한 부분의 밀도 차이를 통해 불량을 감지하기 때문에 이런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엑스레이 검사기는 식품 검사에도 사용된다. 먹거리 위생에 관심이 높은 요즘은 식품업체의 제품 검사가 더 철저해졌다. 이물질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검사기에 통과시켜 보면 기계 화면에 이물질이 까만 점으로 나타난다. 육안보다 더 정확하게 이물질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만드는 ‘맞춤형’ 검사기김 대표는 우수한 기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나섰지만 회사 경영은 만만치 않았다. 재무 관리에서부터 사무실을 얻는 것까지 하나 하나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김 대표는 동원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찾아봤다. 경기대 창업보육센터에 첫 터를 잡았다. 중소기업지원센터의 벤처창업기업가과정에 다니며 경영에 필요한 기본을 배웠다. 나중에는 성남시 산업진흥재단이 지정한 ‘스타기업 육성사업’에 선발돼 여러 가지 추가 지원을 받았다. 김 대표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 학교,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초반에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첫 고객을 연결해 준 것도 경기대 관계자였다. CJ의 부산 공장에서 제품을 시연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김 대표는 회사 소개서를 제출하고 부랴부랴 두 달 만에 기계를 만들었다. 어설픈 외관의 한국 신생업체 제품과 맞붙은 것은 일본 대기업 제품이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일본의 엑스레이 검사기보다 자비스의 제품이 식품 안에 든 이물질을 더 잘 찾아냈다. 반신반의하던 고객사도 결과를 보고 자비스 쪽으로 기울었다. 이렇게 첫 납품 계약을 따낸 것이 2003년의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번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던 LG화학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이 회사 관계자가 제품 전시회에서 자비스의 검사기를 눈 여겨 본 것이다. 애프터서비스가 잘 안 되는 기존 일본 제품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기계 수리를 요청해왔다. 자비스는 고객사가 원하는 요구를 모두 성실하게 들어줬다. 처음에는 자비스의 제품을 일부만 써보던 LG화학도 일본 회사 제품과의 비교 시연을 한 후 결국 자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 검사기는 ‘찰칵’ 소리를 내며 멈춰선 다음 제품을 검사하는 구조라 고장이 잦고 검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반면, 자비스의 기계는 제품이 멈추지 않고 검사기를 그대로 통과하는 구조라 검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3년에 1억5000만원에서 출발한 자비스의 매출은 지난해 9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기업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도 자비스를 찾아왔다. 김 대표는 “처음 2~3년은 제품 제작과 개발은 물론 애프터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소수 직원들이 도맡아 해야 했다”며 “직원들의 고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비스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비스의 경쟁력은 정확성이다. 제품 불량을 잡아내기 위한 검사기인 만큼 정확하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앞선 기술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자비스는 직원 55명 중 절반 가량이 연구 인력이다. 김 대표는 “기술력으로는 같은 분야의 어느 기업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제품의 최종 검사 과정에 사용되는 기계이기 때문에 빠르게 작동해야 공장 효율성이 높아진다.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기존의 제품 대신 자비스를 선택한 것은 빠른 속도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반도체 기판의 납땜을 검사하는 기계는 한 제품 검사에 1시간이 걸리던 것을 수 초 만에 끝내도록 획기적인 개발을 이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엑스레이 검사기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다 보니 대부분의 검사기 제조업체는 특정 용도의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자비스는 보유한 핵심 기술을 통해 다양한 산업 용도에 맞는 검사기를 맞춤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의 요구에 맞게 최적화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자비스는 5년째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의 기술을 응용해 다양한 공장에 납품하며 얻은 노하우가 자비스의 가장 큰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을 맡겨도 충족시켜주는 회사, 김 대표가 자랑하는 자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나노 단위 오차도 잡아내현재 자비스는 자동차 부품, 식품과 제약, 2차 전지와 전자기기, 반도체 업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병원에서 활용되는 단층 촬영 기법을 이용해 초정밀 검사가 가능한 제품이 동원된다. 미세한 회로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나노 단위의 오류도 잡아낼 수 있는 고정밀· 고해상도의 장비를 개발했다.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는 식가공품 내부의 이물질도 엑스레이 검사기로 예외없이 찾아낸다.

판로가 서서히 넓어지며 최근 2~3년 사이 주문이 급증했다. 중국을 필두로 해외 수출도 활발하다. 일본, 인도, 독일을 비롯한 16개국 기업에 납품했다. 탄력을 받아 최근에는 베이징에 법인을 설립하고 상하이에 연락 사무소를 세웠다.

해외 마케팅의 비결을 묻자 너무 단순한 대답이 돌아온다. “전시회에 열심히 나가고 고객의 문의에 충실히 응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고객사가 전시회에 납품된 자비스의 기계를 접하거나 “품질이 좋다” “애프터서비스가 확실하다”는 입소문을 듣고 자비스를 찾았다. 낮은 인지도를 품질 하나로 극복한 것이다.

김 대표는 1~2년 내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 외 다른 지역에도 지사를 세울 계획이다. 목표는 5년 안에 세계 1위 기업이 되는 것이다. “불량률을 낮추려는 회사라면 어느 업종이든 관계없이 자비스의 기계에 만족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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