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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Materials 원자재별 가격 전망 - 금·원유·곡물값 꾸준히 오를 듯

Raw Materials 원자재별 가격 전망 - 금·원유·곡물값 꾸준히 오를 듯

급변하는 원자재 가격 때문에 뉴욕상업거래소 딜러들의 희비가 교차된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불똥이 이탈리아로 번지자 안전자산인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에 육박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1월 8일(현지시간)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799.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1804.40달러까지 올랐다. 금 선물 가격은 9월 6일 온스당 1920달러를 넘으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자 현금 확보를 위해 투자자가 금을 내다 팔자 금값이 급락했다. 20여일 만인 9월 26일에는 1534.49달러까지 떨어졌다.

약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금값은 10월부터 다시 탄력을 받았다. 진원지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재정위기 불안이 커진 탓에 안전자산 수요가 늘면서 금값이 다시 오른 것이다. 유로존 부채 문제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이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됐다. 경기가 고꾸라져도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물가에 대한 불안도 금에 대한 수요를 부채질했다. 금은 물가 상승 위험과 하락 위험 모두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다. 물가가 올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실물자산으로서 금의 가치가 부각된다. 물가가 하락하는 경기 하강기에는 안전자산으로서 각광 받는다.

수급 측면에서도 금 값 상승의 이유는 충분하다. 일단 각국 정부가 계속 금을 사들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세계에 존재하는 금의 양은 약 16만4000t. 이 중 20%에 달하는 3만2000t을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종의 비상금인데, 경기 위축 우려가 심해지면서 매입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 민간에서도 금 수요가 치솟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 이들 2대 신흥국은 해마다 세계 금 생산량의 60%를 빨아들인다. 국민의 금 선호도가 높은 반면 선진국에 비해 1인당 금 보유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 지역으로 향하는 금 규모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공급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이제까지 채굴된 금은 약 15만8000t. 전문가들은 앞으로 채굴할 수 있는 금이 6만~7만t에 불과하다고 전망한다. 함량 높은 양질의 금맥이 줄어 채굴비용도 비싸지는 추세다.



이탈리아 위기로 금값 다시 상승세최근 금값이 하락세를 나타낸 건 그동안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인식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금을 팔아 주식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겠다는 수요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금 수요와 갈수록 감소하는 공급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금값 하락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금값의 고공행진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에 돈이 넘쳐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의 부양정책으로 많은 돈이 풀린데다 내년에 치러지는 각국의 선거도 통화량을 더 늘릴 가능성이 있다.

은은 금과 함께 귀금속으로 분류되지만, 그보다 산업재로서 성격이 강하다. 은은 모든 금속 중에 가장 빛을 잘 반사하고 연마성이 뛰어나다. 태양에너지나 무인정보인식장치(RFID), 은 이온을 이용한 포장 분야 등에서 필수 소재로 사용된다. 각종 산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은값은 경기에 민감하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던 지난해와 올 초반 크게 오른 은값이 더블 딥 우려가 확산되면서 급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쑨훙빙은 “은은 여러분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라며 은 투자를 적극 권유한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은값이 금값의 16분의 1 수준에서 거래돼 왔다며 은값이 지금보다 3배는 비싸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거래량이 적고 소액 거래가 많아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경기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상당기간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다시 하락할 위험도 있다.

유가는 길게 보면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010년 12월 북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튀니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때만 해도 국제 사회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저러다 해결되겠거니 하며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사태가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국경을 넘어 동쪽으로 확산됐다. 마침내 북아프리카 중앙에 있는 리비아까지 불길에 휩싸였다. 세계가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지역 불안이 중동의 관문 리비아까지 번졌을 때 국제 사회가 긴장한 가장 큰 이유는 원유다. 세계 원유 생산량 가운데 중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을 넘는다. 이들 나라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원유 생산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인도가 세계 원유 수요 블랙홀원유는 세계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커다란 비행기부터 작은 볼펜 한 자루까지 원유가 들어가지 않은 품목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생산량이 줄고 유가가 치솟으면 세계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실제로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 내전이 한창일 때 유가는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 배럴당 90달러대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리비아 내전이 극으로 치달았던 4월 배럴당 114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었다. WTI와 함께 세계 3대유(油)로 꼽히는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각각 90달러대에서 125달러대, 80달러대에서 110달러대로 치솟았다. 일각에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대로 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을 정도로 비관적인 분위기가 세계를 압박했다.

상황은 한 순간에 달라졌다. 8월 초 이후 유로존 부채 문제가 증폭되고 국제 금융시장이 심하게 출렁이면서 세계 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유가가 급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10월 초 한때 WTI는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단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끌어안고 있는 재정 문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결국 국가 부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불안이 커졌다. 경제가 위축되면 원유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려던 투기적 수요가 한꺼번에 이탈한 점도 유가를 짓눌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선물을 비상업적 목적으로 매수한 계약 수는 4월 40만 건을 웃돌았다가 이후 계속 감소세다.

유가를 전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구조적인 수급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신흥지역 소비가 관건이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 성장이 본격화하면서 이 지역 에너지 소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00년 이후 세계 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2.5%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신흥국의 기여율이 94%에 달한다. 반면 공급은 갈수록 버거운 모양새다. 원유 생산지역이 깊은 바다나 오지로 확대되면서 채굴 단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석유의 55%는 정세 불안 정도를 기준으로 볼 때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국가에서 생산된다. 리비아 내전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경우 또 다시 유가 급등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유로존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데다 세계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유가는 지금보다 조금 더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유가는 우상향 곡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곡물 가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는 ‘곡물의 해’라 부를 만했다. 유난히 잦았던 기상이변과 인구 증가, 변덕스러운 금융시장과 낮은 상관성 등이 맞물려 곡물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표 선수로 꼽히는 옥수수와 밀, 대두 등이 모두 높은 수익률을 냈다. 옥수수 가격이 지난해 한 해 55% 급등한 것을 비롯해 대두가 40%, 밀이 25%나 치솟았다. 올들어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제의 더블 딥 우려가 확산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고는 있지만, 투자 대안으로서 곡물의 매력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이변 잦아 곡물 생산 줄어일단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UN은 10월 31일 세계 인구가 70억 명을 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약 40년 후인 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세계 인구 100억명을 먹이려면 식량 생산이 지금보다 70% 이상 늘어야 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인구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앞으로 약 30년간 신흥국 인구는 17억6000만 명 늘어 세계 인구증가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다른 어느 곳보다 중국의 곡물 소비 증가세가 위협적이다. 중국은 현재 세계 대두 소비량의 25%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지난해 옥수수 수입은 전년에 비해 26배나 증가했다.

인구 증가는 곡물 소비량을 직접 늘어나게도 하지만, 육류 소비량을 늘려 간접적인 곡물 필요량을 증가시킨다. 세계 곡물의 55%가 가축사료로 사용된다. 육류 1kg을 생산하는데 소모되는 곡물량은 평균 5.5kg. 육류 소비가 늘수록 곡물 소비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UN에 따르면 2008년 600억 마리로 집계된 세계 가축 수가 오는 2050년에는 1200억 마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유가에 대한 부담으로 각국이 열을 올리고 있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곡물이 사용된다. 기존 화석 연료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는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은 옥수수와 대두가 주요 원료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 생산량은 연평균 각각 7.5% 및 15.1% 증가했다.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은 지난해 옥수수 생산량의 3분의 1을 바이오 연료 생산에 사용했다. 이는 중국의 연간 옥수수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곡물 생산은 예전에 비해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세계 대형 기상이변 발생건수는 1980년대 연평균 13건에서 2000년대 25건으로 증가했다. 또 지구 온난화로 해마다 600만㏊의 경지가 사막으로 변하면서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땅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곡물 가격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은 재고량이다. 현재 세계 곡물 생산량(24억t)과 재고량(4억8000만t)을 합하면 세계 곡물 소비량(24억 9000만t)보다 많다. 문제는 지난 10년간 생산 증가율(21.3%)보다 소비 증가율(22.2%)이 높아 재고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재고량이 추세적으로 줄면 앞으로 곡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려 곡물 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급을 압도하는 수요 탓에 곡물 가격 역시 장기적 상승세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필수재로서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투자매력이 더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곡물은 더 이상 먹는 대상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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