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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정신 흐릿해지는 노후 위한 후견계약제도

[Law] 정신 흐릿해지는 노후 위한 후견계약제도

행위무능력자에 관해 현행 민법의 금치산, 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고 성년후견제도를 신설한 개정 민법이 2011년 3월 7일 법률 제10429호로 공포됐다. 2013년 7월 1일 시행된다. 성년후견제도의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지난호에서 소개했다. 이번에는 그중 비교적 생소하고 이용 가능성이 큰 후견계약제도에 대해 살펴본다. 후견계약이란 질병, 장애, 노령과 그 밖의 사유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그럴 상황에 대비해 자신의 재산 관리 및 신상 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위탁하고 이를 위한 대리권 수여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민법상의 위임계약의 성질을 띤다. 성년후견, 한정후견과 특정후견이 법정후견의 성격을 가지는 반면 후견계약은 계약에 따라 행해지는 후견이므로 임의후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견계약의 이행에 대해서는 공적인 감독을 받게 함으로써 실효성을 보장하고 있다. 후견계약제도는 후견을 받을 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평소 신뢰하고 친숙한 사람을 후견인에 선임할 수 있도록 해서 후견사무의 집행 때 피후견인의 의향이나 희망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견계약은 본인과 임의후견인이 될 상대방 사이의 계약에 따라 성립한다. 법인은 임의후견인이 될 수 없다. 본인이 원한다면 다수의 임의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후견계약은 반드시 공정증서에 따라 체결하는 요식계약이다. 후견계약의 내용은 당사자와 이해관계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므로 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사항과 각자의 권리 의무에 관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 후견계약을 하기 위해서 당사자 특히 본인은 의사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정신적 능력을 가지지 못한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은 무효다. 피성년후견인의 경우 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으므로 그가 의사능력을 회복한 상태에서 후견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피한정후견인도 의사능력이 있는 범위에서 후견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가정법원의 심판에 따라 후견계약이 동의유보의 대상인 때에는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다수의 임의후견인 선임 가능후견계약의 효력발생 시기는 당사자들이 후견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르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정신적 제약이 없는 사람이 장래 자신이 치매 등으로 의사능력을 상실할 사정에 대비해 후견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또 현재 정신적 제약이 다소 있지만 의사능력을 가진 사람이 계약 체결과 동시에 임의후견을 받도록 하는 후견계약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후견계약의 효력발생 시기가 오로지 당사자의 의사에만 맡겨진다면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고 원만한 정신상태에 있는 본인에 대해서까지 임의후견이라는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개정법은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또 가정법원은 임의후견인의 개인적인 자질을 문제로 후견계약의 효력발생을 저지할 수 있다. 임의후견인에게 법에서 정한 후견인의 결격사유가 있거나 그밖에 현저한 비행이 있어 후견계약에서 정한 임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아니한다. 후견계약이 효력을 발생하기 이전에 당사자들이 이미 체결한 후견계약을 철회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법률관계의 안정을 위해 본인 또는 임의후견인은 임의후견감독인의 선임 전에는 언제든지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서면으로 후견계약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임의후견감독인의 선임 이후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후견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후견계약은 본인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임의 해지는 본인의 복리에 반할 우려가 있어 해지사유로서 중대한 사정 변경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를 요구하면서 법적 안정성을 위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정당한 사유는 후견계약의 당사자 어느 일방에 대해 후견계약의 존속 및 그에 따른 후견사무의 계속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중대한 사정 즉 신뢰관계의 파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임의후견인이 중병에 걸려 더 이상 후견사무를 지속할 수 없거나 본인이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 등이다.



재산·신상보호도 계약 내용에 포함후견계약이 등기돼 있고 본인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다고 인정되며,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임의후견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가 있을 때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다. 가정법원이 본인 이외의 청구에 따라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는 경우 본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있으면 미리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가정법원은 임의후견감독인이 없게 된 경우에 그 선임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직권으로 또는 본인, 친족, 임의후견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로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할 수 있다.

임의후견감독인의 선임 이후에는 본인 또는 임의후견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만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후견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본인의 재산을 횡령하거나 본인을 학대하는 경우 등 임의후견인의 비행을 이유로 해지하는 경우에는 본인이 의사능력이 있으면 새로운 후견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법정후견의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후견계약이 해지되면 본인과 임의후견인의 권리와 의무는 장래를 향해 소멸하고 후견계약에 기초해 본인이 임의후견인에게 수여한 대리권은 소멸한다. 임의후견인의 대리권이 소멸하더라도 외부적으로는 대리인의 외관을 가지고 있어 본인의 이익과 거래의 안전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의후견인의 대리권 소멸은 등기하지 않으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본인이 후견계약의 해지를 등기하지 않는 동안 임의후견인의 대리권의 존재에 대해 선의인 제3자는 대리행위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가장 잘 배려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후견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를 존중하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임의후견이 있는 경우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법정후견은 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의 복리를 고려할 때 임의후견에 의한 보호보다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가 압도적으로 요청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법정후견의 심판을 하거나 이미 개시한 법정후견을 유지하도록 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않는다. 이 경우 후견계약은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고 종료된다. 애써 마련된 후견계약제도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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