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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사랑의 집 고치기’ 현장 에선 >> 추위 걱정 없이 셋째 낳을 수 있어요

Company ‘사랑의 집 고치기’ 현장 에선 >> 추위 걱정 없이 셋째 낳을 수 있어요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11월 24일, 이른 아침부터 봉사단원들이 다문화 가정의 집 고치기에 열심이다.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남초등학교에서 1km 정도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대여섯 채 집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중부지방에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1월 24일 오전, 농협 농촌복지 증진사업의 하나인 주거환경 개선을 하러 온 봉사활동 단원들로 마을이 북적였다. 서울 아산병원 시설팀 봉사활동 단체인 행복나눔이 회원 10명과 도배·외벽 전문가 4명은 농협의 주선으로 다문화 가정인 이신우(49)씨 집을 수리하고 있었다.

단열재를 비롯한 수리 자재가 앞마당에 가득했다. 처마 아래는 전깃줄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3~4명의 봉사단원은 샌드위치 패널(외벽 단열재)과 전등을 설치하느라 바빴다. 집 안에 들어서자 거실 중앙에 살림살이가 모여 있고 안방에서는 도배 작업이 한창이었다. 9시부터 부지런히 몸을 놀린 덕에 화장실 벽 페인트 작업은 이미 끝나 있었다. 이날 할 일은 바람막이 설치였지만 집 안팎으로 대대적 공사가 벌어졌다.

아침 7시 반에 서울에서 출발했다는 김성빈(47) 행복나눔이 총무는 “10월 초 사전 답사를 왔을 때 다른 단열재 없이 집 앞을 비닐로 덮어 놓은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앞뜰 바람막이 설치 외에 장판·벽지 교체, 집 앞 전등 설치, 배수시설 정비 등을 마칠 계획이라고 했다. 김 총무는 집 고치기 봉사활동이 올해만 24번째다. 농협의 농가희망 봉사단에 참여한 것은 세 번째다. 김 총무는 “농협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소개해 일일이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덜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다들 힘들게 살았는데 이렇게 작은 힘이지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웃었다.



작은 도움이 큰 기쁨으로 돌아와이날 농협 직원들도 나와 현장을 챙겼다. 농협 농촌자원개발부의 신현동 차장은 “전국 농촌에 있는 농협에서 독거노인, 장애우, 소년소녀가장,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사업 대상자를 추천한다”며 “올해 상반기에 20여 가구가 주거환경사업의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처럼 농가희망 봉사단이 집 고치기에 주축을 이루기도 하고, 농협 임직원이 농촌희망 나눔운동으로 직접 봉사에 나서기도 한다. 신 차장은 “수리에 드는 경비는 절반씩 부담하거나 100% 농협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부인인 윙 디 꼼(23·여, 한국 이름 김영은)씨를 집 앞에서 만났다. 윙씨는 “남편과 아이들은 옆 집에 피신했다”고 웃으며 어질러진 부엌에서 차를 권했다. 그는 2006년 8월 베트남에서 왔다. 다섯 살, 두 살 딸을 둔 윙 씨는 올해 12월 셋째를 출산할 예정이다. 그는 연방 웃으며 유창한 한국말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너무 기쁘지. 베트남은 더운데 (집이) 너무 추워서 힘들었어요. 셋째 태어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섯 식구가 따뜻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윙씨는 안 방 도배를 새로 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장마철에 곰팡이가 생겨서 애들이 기침 많이 했어요. 이제 걱정 안 해도 돼요.”

윙씨와 결혼할 때만 해도 이씨는 고구마 농사를 짓고 젖소를 키우는 영농 후계자였다. 윙씨 역시 여주의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며 집안 살림을 보탰다. 하지만 농축산업 사정이 어려워지자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윙씨도 공장을 그만둬야 했다. 지금은 농협에서 3년 동안 무료로 빌려준 소를 키우며 이씨가 일일 근로를 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여든이 넘은 시어머니가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그동안 집 수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임시로 비닐을 덮어 추위를 견디다 이날 제대로 난방시설을 할 수 있었다.

윙씨의 걱정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둘째 딸이 손가락 두 개가 붙는 합지증인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농협에서 난치성·희귀질환을 앓는 농민 자녀를 무료로 수술해주고 있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 윙씨는 “세 살이 되면 수술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꼭 하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 셋째를 임신하기 전에 베트남에 다녀오려고 했지만 시어머니 병세가 악화돼 가지 못했다. 신 차장이 윙씨에게 “농협의 다문화 가정 모국 방문 사업에 신청해 보라”고 알려줬다.

모국 방문 사업은 농촌 다문화 가족이 ‘엄마의 나라’를 방문할 수 있게 농협이 왕복항공권과 경비 50만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원 대상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3년 이상이면서 자녀가 있는 가정이다. 방문 시기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모국 방문 제도에 대해 처음 들었다는 윙씨는 “(베트남에)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으면서 다시 집 밖 공사 현장을 둘러보러 나갔다. 이날 작업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됐다.

이씨의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여주군 종합운동장 체육관에서는 이 지역 외국인 근로자와 농민을 대상으로 아산병원 의료팀이 의료 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농협은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무료법률 상담도 한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포함한 이런 지원사업은 모두 농협의 농촌복지 증진사업으로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각 지역 농협과 농협중앙회, 농협문화복지재단 등이 함께 추진한다. 대표적인 게 농촌 다자녀 출산 장려사업이다. 2010년 이후로 셋째 이상을 출산한 가정에 100만원의 출산 축하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지난해 242가구가 지원받았다.



의료·법률 무료 서비스 제공의료 지원사업도 활발하다. 아산병원 외에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자생한방병원 등과 협력해 농촌 지역 주민들에 무료 의료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34회 의료 지원 사업으로 혜택을 입은 농민이 2만5300여 명에 달한다. 2009년부터 매해 비슷한 수의 농민이 무료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윙씨가 둘째 딸이 대상자가 되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농업인 자녀를 위한 무료 수술사업은 2008년부터 진행돼 왔다. 그동안 왜소증 청소년, 화상 어린이, 성장판·귀 종양 어린이, 속언청이 유아 등이 수술을 받았다. 올해는 얼굴 기형 농민이 무료로 성형수술을 했다. 농협은 농촌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효도사진을 촬영해 액자와 함께 전달하는 효도사진 촬영사업, 방범 시스템을 설치해주는 무인경비시스템 지원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소비자 교육과 상담을 해주는 소비자 보호 사업도 인기다. 올해 1200여 명의 농민이 이동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또 농협은 지역문화복지센터에서 노인·여성·아동·청소년 등 연령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 장학생 농촌봉사 활동은 받은 것을 되돌려 준다는 점에서 더 뜻깊다. 농협문화복지재단에서 장학생으로 선정된 대학생들은 농가 일손 돕기, 독거노인 주거환경 돌보기 같은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나눔을 배우며 장학금 이상의 것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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