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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WTO가입 10년 성적 A⁺

중국의 WTO가입 10년 성적 A⁺

12월 11일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가입한 지 꼭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못지 않게 중국 경제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기 전 비관론자와 보수파들은 “늑대가 온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늑대 대신 황금 소가 들어온 모습이다.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의 성적은 적어도 A 이상을 줄 정도로 좋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A⁺라는 후한 성적을 줬다.



“늑대가 온다” 반대론 무색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연 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01년 11조 위안에서 2010년 40조 위안으로 늘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어느덧 9%를 넘어섰다. 비록 143번째에 불과한 ‘지각생’ 회원국이었으나 10년 만에 미국에 이어 G2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1인당 GDP는 2000년 800달러에서 2010년 4400달러로 상승했고, 외환보유고는 2001년 2100억 달러에서 현재 3조2000억 달러로 급증했다.

교역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1년 6위 교역국가에서 현재 2위 교역대국으로 부상했다. 세계 무역총액은 2001년 12조7000억 달러에서 2010년 30조4000억 달러로 240% 늘어난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무역액은 5098억 달러에서 3조 달러로 590%나 늘어났다. 이중 수출은 2001년 2661억 달러에서 5.9배 성장한 1조5778억 달러를 기록, 세계 6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수입 역시 큰 폭으로 확대됐다. 10년 동안 중국의 수입증가율은 22.4%로 세계 평균 12%를 훨씬 상회했다.

시장의 빗장을 열면서 평균관세율은 2001년 15.3%에서 2010년 9.8%로 대폭 낮아졌다. 시장문턱이 낮아지고 구매력도 커지면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비시장으로 부상했다. 서비스 무역 역시 2001년 719억 달러에서 2010년 3624억 달러로 5배나 신장됐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연평균 9.5%씩 성장해 2001년 세계 6위에서 2010년 2위를 기록했다. 10년간 받아들인 외국인 투자자금만 7595억 달러에 이른다.

중진국 가운데 중국은 18년 연속 외국인 투자유치 1위를 달리고 있다. 외국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 홀’로 불릴 만하다. 금융위기 한파 속에서도 중국은 2009년 90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고, 2010년 1147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른바 ‘저우추취(走出去)’로 불리는 해외 진출도 주목할 만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어느덧 일본을 제치고 세계 해외투자 5위국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말 중국의 대외무역과 자본거래가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처음으로 계량 분석한 결과 WTO 가입이 중국은 물론, 상대방 교역과 투자파트너에게도 득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10년 동안 중국은 연평균 7500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하면서 상대 국가에 1400여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이 그동안 벌어들인 돈은 2617억 달러로 연평균 30%씩 늘어났다.

한국과의 경제교류 역시 WTO 가입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시장이 한층 더 개방되고 국제규범에 맞게 글로벌화 되면서 이룬 결과다. 중국 통계 기준 한국으로부터 수입은 2001년 234억 달러에서 20010년 1329억 달러로 5.9배 증가했다.

WTO 가입 이듬해인 2002년 중국은 한국의 최대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했다. 2001년 투자금액은 6억5000만 달러 정도였으나 2010년 투자금액은 31억 7000만 달러로 늘었다.

이런 빛나는 성과에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완전한 시장경제지위(MES·Market Economy Status)의 획득이다. 시장경제지위는 WTO 체제에서 한 국가의 임금, 환율, 제품가격 등이 정부의 간섭 없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경제체제를 가짐을 뜻한다. 시장경제 체제를 지닌 국가임을 교역 상대국이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교역규모가 1000억 달러가 넘는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처음으로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했다.



EU와 미묘한 신경전WTO 체제 편입이후 중국의 무역액이 늘어나면서 각국의 대중국 반덤핑 제소 또한 급증했다. 가입 당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WTO 가입 후 지금까지 중국이 당한 무역구제 관련 제소 건수는 1000건이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50건, 30억 달러 규모의 각종 무역 제재가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WTO 가입 이후 아직까지 완전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현재 한국, 호주 등 81개국에서는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은 여전히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16년이 되면 자동적으로 시장경제지위를 가지게 되지만 아직 4년 넘게 남았다. 때문에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EU와 미국에 완전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동안 중국의 줄기찬 요구에도 요지부동이던 EU가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U 국가 간 엉킨 실타래 같은 심각한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이라는 구원투수의 등판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재정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외교부 푸잉(傅瑩) 부부장은 “중국은 다른 나라의 재정위기를 지원하는 데 외환보유고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국의 경제활동이 정치적인 의도로 비춰지는 것 역시 바라지 않는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EU의 대중국 무기금수와 시장경제지위 미부여는 정치적인 편견과 불평등의 상징”이라고 화춘잉 중국 외교부 유럽국 참사관이 주장했다. 또 후진타오 주석이 최근 오스트리아 피셔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시장경제지위와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제한 완화를 위해 오스트리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 것 등을 볼 때 EU에 대한 재정지원을 시장경제지위 획득과 연계해서 추진한다는 전략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만약 EU가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한다면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반덤핑 제소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중국으로선 해묵은 숙제가 풀리는 것이겠지만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대EU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되는 중국과 EU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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