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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삶을 바꾼 히트상품-금

2011 삶을 바꾼 히트상품-금


금값 오르자 금 투자자 급증…귀금속 판매점 수는 줄어

올해는 어느 때보다 ‘금값이 정말 금값이 됐다’는 말을 실감했다. 경기 침체 우려와 달러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안전자산인 금이 각광을 받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온스당 1099달러였던 국제 금 시세는 가파르게 올라 지난 해 연말에는 140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에도 시세가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해 정점을 찍은 8월 23일에는 1908달러를 기록했다.

금값 상승을 부추긴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미국의 경제 침체와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의 재정위기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금 수요가 많은 나라가 경제 성장에 따라 금 매입량을 늘린 것도 원인이다. 수요는 꾸준한데 채굴할 수 있는 금의 양은 한정되다 보니 가치가 점점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물자산인 금은 대개 화폐 가치와 반비례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선진국이 돈을 찍어내다 보니 화폐 가치는 떨어지는데 비해 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3년간 투자 수익률 137% 금 시세가 오르자 금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돌을 맞은 아이에게 돌반지를 선물하던 풍습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한 돈(3.75g)짜리 돌반지 하나를 사려면 20만원 넘게 내야 한다. 아주 가까운 친척이 아니라면 돌반지 대신 현금을 주는 사례가 늘었다. 그나마 흔히 한 돈으로 만들던 돌반지 크기 역시 1~3g으로 작아졌다.

결혼식 때도 비슷하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둔 한효진(29)씨는 서로 주고받는 혼수 예물 중에서 금을 가급적 제외하려고 한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라는데 비쌀 때 싸서 나중에 값이 떨어져 손해를 볼까 걱정된다”는 게 이유다. 이처럼 귀금속의 주요 구매층인 혼수시장에서도 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값은 급등한 반면 귀금속 거래는 부진하다. 11월 2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의 귀금속 판매점의 점포당 분기 매출이 2006년 3분기보다 59.5% 감소했다. 귀금속 판매점 수도 10.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값 급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금 투자는 각광받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의 해외 악재에도 나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금값을 보며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주식과 펀드, 부동산 등 주요 투자처에서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상황이라 금의 매력이 더 커졌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예전에는 몇 백억대의 자산가들이 상속이나 증여용으로 금을 사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 1년 사이 중산층 투자자의 금 관련 상담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금 적립계좌는 8월 말 7만8311좌가 개설된 이후 11월까지 4185좌가 더 늘었다. 금값이 조정을 받으며 떨어지는 기간에도 투자자가 꾸준히 몰렸기 때문이다.



분산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실제로 금에 투자한 금융상품은 올 한해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 설정액이 10억원이 넘는 금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11%로 원자재 투자 펀드 중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3년간 주요 투자상품 중 금의 수익률이 137.5%를 기록해 최고 수익을 낸 상품으로 꼽혔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직접 금을 사는 것과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금괴 판매를 시작했다. 신한은행 금상품팀 관계자는 “은행의 기대보다 더 많은 금괴가 팔려 올해 2톤 규모의 금이 팔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관하기 어렵고 개당 가격이 비싸다. 구입 때 10%의 부가세를 내야 하고, 금괴 가격에 제작비용까지 포함돼 간접 투자 때보다 금값을 더 비싸게 쳐줘야 한다.

가장 손쉬운 금 투자는 금 적립계좌인 골드뱅킹을 이용하는 것이다. 통장에 금을 적립하는 방법이다.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그 금액만큼 살 수 있는 금 구매량이 g단위로 표시된다. 은행에서 돈을 찾을 때는 해당 시점의 금 시세만큼 돈을 돌려받는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이 인기를 끌자 국민은행, 우리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올 한해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부가 골드뱅킹 상품에 대한 과세를 시작해 매매 차익의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금 펀드를 비롯한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도 있다. 금 펀드는 금 선물과 금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파생형 펀드와 금의 채굴이나 판매에 관계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주식형 펀드가 있다. 금 ETF는 국제시장의 금 가격과 연동되는 수익률을 내는 상장지수펀드인데 증권시장에서 주식처럼 살 수 있다.

투자전문가들은 그러나 금에 좀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권한다. 금값은 10년간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계속 오르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 시세가 최고점을 찍은 9월부터 12월까지 금값은 꾸준히 하락·횡보세를 보였다. 금은 실물자산이라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보다 더 위험한 투자상품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인응 센터장은 “금 관련 상품은 거래비용이 비싸고, 달러 가치와 반비례해서 시세가 움직이기 때문에 환전하는 과정에서 매매차익이 일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년에도 금의 불패 신화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올해처럼 큰 폭의 시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승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을 사는 큰 손인 각국 중앙은행의 수요가 불확실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자산 분산 차원에서 금의 비중을 늘리는 등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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